시집 『업무일지』 (실천문학 시인선 027)를 읽고 마음이 숙연해진 것도 그 때문 일 것이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 말이다. 담담하게 읽히면서도 그 당연한 것에 무게가 느껴지는 건 시인의 과묵함 때문인 것 같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는 노동이 필수일 것이다. 노동(勞動)은 '경제활동에서 재화를 창출하기 위해 투입되는 인적 자원 및 그에 따른 인간의 활동을 뜻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위키백과) 그런 의미에서 시인의 시를 대할 때마다 마음이 뿌듯하다. 자신의 삶에 진심을 다해서이다.
-(중략) 일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아직 희망이 있다는 증거겠지요 그 무엇을 위해 선택하였든 당신과의 인연이 열정으로 머문 곳, 거푸집을 세우고 철근을 자르고 용접 불꽃이 튀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일터에서 당신과의 오랜 동거는 안전을 담보로 한 믿음이었지요 오늘은 손가락 끝이 잘려 접합 수술을 마친 양씨의 병문안을 다녀왔습니다 잘린 쪽을 살리기 위한 치료가 기계를 고치는 일처럼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만하길 다행이라는 원망이 들리시는지요 당신을 만나는 날마다 조심을 데려가지만 아찔했던 순간들을 생각하면 내일은 기약되는지 안심할 수 없는 당신입니다- <노동에게> 부분
옥빈 시인은 초등학교 때 그림을 좋아했는데 그림을 그리면 굶는다고 아버지께서 못 그리게 하셨다고 한다. 임강빈 시인 선생님께서 『매듭을 풀며』라는 시집을 출간하실 때가 옥빈 시인이 다니던 중학교 교감 선생님이셨는데 그때 시를 읽으며 시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공고를 졸업하고 대우조선에 입사하면서 학업에 대한 그리움을 책 읽기를 통해 해소했으며 주로 철학적인 책과 소설을 좋아했다고 한다.
시인은 시인으로서의 삶은 특별히 다른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문학을 하는 시인은 세상의 진리를 바로 보며 그것을 세상에 알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이다.
특별히 그는 시를 쓰기보다는 읽기를 더 좋아한다. 공감하는 시를 읽을 때 행복하다며, 기형도 시인의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속의 시들을 읽으며 시의 은유적 표현들에 매료되어 큰 공감을 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시인은 노동에서 경험하고 접하는 일을 소재로 시를 쓰다 보니 노동자들과 공감하는 시를 쓰려고 노력한다. 2019년 시집 『업무일지』 (실천문학 시인선 027)를 출간하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시인은 작품이 좋다고 말해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옥빈 시인은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하기는 자신도 현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에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자신의 시가 그런 소임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나는 종종 그의 시를 음미해본다.
'콩은 밤새도록 뜬눈으로 울었다/눈물이 묵었던 방의 온도를 데우던 콩은 자꾸 내려앉는 눈꺼풀이/야속했지만, 허벅지를 꼬집으며 불린 꿈은 늘 곱고 부드러웠다//맷돌은 콩을 위해 밀도 있는 기술을 갈고닦았다 특히, 콩의 교집합을 위해/심혈을 기울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믿음에서 실망이 싹트지만 콩은 시간을 엄수하며 자신을 다스렸다/청결은 숙명이었고 고객의 잦은 발걸음을 위한 여정이었다//두부는 딱딱한 콩의 심장이다 정림동 두부가게 사장님의 마음을 닮았다/톡톡 튀는 사람들이 정림동에 살고 있다//두부를 먹으며 단단히 여문 그를 본다 - <정림동 즉석두부 사장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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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빈 시인 |
옥빈 시인은 충남 계룡시 출생으로 1993년도 ≪문학세계≫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대 가슴까지 붉게 물들이겠어요』, 『흔들렸던 추억은 아름답다』, 『업무일지』(2019년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가 있다. 2020년 금남문학상을 수상했다.
민순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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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순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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