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정권 바뀌어도 지역대는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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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정권 바뀌어도 지역대는 살아야 한다

  • 승인 2025-07-09 18:13
  • 신문게재 2025-07-10 18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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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흔들리고 있다. 아니, 지역대가 무너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지역인재 유출이라는 삼중고에 갇힌 지역 대학들은 구조조정과 폐과, 통폐합을 통해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지역대의 위기는 단지 한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이 없어 무너지고 청년은 일자리와 교육을 찾아 서울로 떠난다. 이 악순환 속에서 지역소멸은 현실이 된다. 지역의 인재·산업·사회가 함께 흔들리는 구조적인 위기다.

바로 이 절박함 속에서 전 정부는 '글로컬대학30'과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사업을 시작했다. 대학을 중심으로 지역을 재생하고 지자체와 기업이 동참하는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였다.

지역대 입장에서 1000억 원의 국고 지원은 가뭄 속 단비와 같았다. 대학들은 통합과 연합, 구조조정 등 뼈를 깎는 혁신을 담아 기획서 경쟁을 펼쳤고 이 과정에서 내부 구성원 간 전쟁도 치렀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며 글로컬대학30의 앞날도 불확실해졌다. 윤석열 정부에서 출범한 이 사업이 이재명 정부의 교육 철학과 어떤 방향으로 접점을 찾아 나갈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핵심 교육정책으로 내걸었다. 지역 거점국립대 9곳을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려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고급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구상은 김종영 경희대 교수가 처음 제안한 것으로, 최근 충남대에서 열린 특강을 통해 직접 들은 그의 설명은 수도권 중심의 학벌 체제를 해체하고, 지역에 세계적 수준의 공공 교육 거점을 육성하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실행을 위한 전제조건은 만만치 않다. 연간 최소 3조 원에 달하는 예산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고, 기존 사업과의 관계 정립 없이 별도로 추진된다면 중복 투자와 정책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글로컬과 RISE 사업 조정이 거론되는 이유다.

지역 대학가는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대전은 2년 연속 국립대를 포함해 모든 4년제 대학이 글로컬대학 본지정에서 탈락했다. 사업 마지막 해인 올해는 충남대(공주대통합), 한남대, 한밭대 등 3곳이 본 지정을 위한 실행계획서 작성에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거점국립대인 충남대의 경우 아직 출발선에 서지 못한 글로컬사업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이에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일반 국공립대와 사립대에선 소외론이 불거지고, 정부 정책에 충실히 참여해온 대학들은 오히려 제외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고개를 든다. 해법이 필요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은 새로운 이름으로 갈아입었고, 그때마다 대학들은 다시 처음부터 방향을 재설정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소모된 시간과 에너지는 고스란히 대학 구성원들의 몫이 됐다.

새 정부 교육부 장관 인선의 핵심은 '지금 교육 현장이 필요로 하는 철학과 실행력을 갖춘 인물인가' 하는 점이다. 대학은 흔들리고, 공교육의 신뢰는 약해져 사교육 의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실질적인 리더십이 절실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정파적 시각이나 과거 논란의 재소환이 아니라, 국가 교육 시스템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철학과 실행력이다. 교육개혁은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실제로 감당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재명 정부의 교육 철학을 충실히 이해하면서도, 기존 정책의 연속성과 현장의 요구를 함께 고려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지도력이 요구된다. 이진숙 후보자가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인지 여부는 16일 국회 청문회를 통해 신중하고 객관적으로 검증되길 바란다. /고미선 사회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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