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공모를 거쳐 충남 아산과 예산, 전북 남원 등 3곳이 1차 후보지로 압축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유치전에 한창 달떠 있던 한 달 뒤엔 돌연 최종 선정이 미뤄졌다. 행정안전부나 기획재정부 등과 내부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입지 선정을 둘러싼 충청권과 영·호남 간 갈등이 영향을 미쳤다고도 했다. 지금도 영·호남 6개 시도지사가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경찰학교 남원 유치에 한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타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 '공정'하면 되는 것이다.
진짜 화근은 6·3 대선 때 충남과 전북에 중복된 지원 공약을 한 일이었다. 표를 의식해 전북 '3중 소외론'까지 꺼내며 종축장 부지를 활용한 남원 유치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해수부 사례와 유사한 수순을 밟지 않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물론 미리 패배의식을 가질 것은 없다. 아산은 이미 집적화된 경찰 관련 기관(경찰인재개발원, 수사연구원, 경찰대학)과의 '경찰클러스터'를 강점을 꼽는다. 충남경찰청, 충남도청을 비롯한 행정타운 시너지가 부각되는 예산군도 지역 자원을 총동원해 공들여 왔다. 그런데 지역균형발전 명분의 정치적 판단이 될 거란 의구심이 짙다.
정치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결코 아닌데 말이다. 남원에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산 출신인 점을 들어 쓸모없는 쐐기를 박기도 하지만 사실 그것과 전혀 무관하다. 부지 매입 비용 절감보다는 경찰 인력 양성의 효율성과 인프라를 종합 고려해 판단하는 게 맞다. 입지와 교육 환경 전반을 보고 답을 구하면 된다. 정부와 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잘 소통하고 진영을 떠나 지역 정치권도 협력해야 할 때다. '제2중경'은 충남이 최적 입지다. 더 어려운 지역이 아닌 신임 경찰관 교육에 더 나은 적지를 찾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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