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둔포농협 조합원들에 따르면, 조합장과 직원 3명, 배 공선출하회 회원 등 20여 명이 역대급 폭우가 내린 17일부터 21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 광저우와 천저우로 해외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지원된 둔포농협 예산은 약 2500만원으로, 농협 직원은 비용 전액을 지원하고 공선출하회 회원들은 30%를 자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선진지 견학을 명분으로 한 연수일정 대부분은 관광지 견학으로 짜여졌다. 확인 결과 배 과수농가 방문과 대형마트 청과코너 방문 등 약 3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망산 소동강 풍경구 케이블카와 두솔동굴·유람선 견학 일정으로 채워졌다.
특히 16일 오후부터 아산지역 등 충청권에 쏟아진 극한폭우로 재난문자가 연이어 발송되는 등 비 피해가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연수를 강행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이들은 17일 오전 4시 30분 둔포농협 서부지점에서 출발해 4시간 후쯤 인천공항에서 출국했는데, 비슷한 시각 아산 지역 누적 강우량은 평균 315㎜를 기록했으며 둔포 지역에만 276㎜의 비가 쏟아졌다. 게다가 둔포천 등 3개 하천은 범람 위험 수준에 이르렀고, 둔포리 마을 주민 일부도 대피하던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둔포농협 측은 석 달 전 이미 계획된 일정인 데다 이같이 많은 비가 내릴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둔포농협 관계자는 "연수 중간 조합장에게 연락해 피해 상황 등을 계속 보고했다" 며 "침수 피해는 있었지만 도복(벼 쓰러짐) 피해는 크지 않았다" 고 말했다.
한편 17일 오전 9시 기준 아산지역 벼 재배면적 8245㏊ 가운데 약 860㏊가 침수됐던 것으로 잠정 집계됐으며, 둔포지역 침수 면적은 약 60㏊에 과수농가는 탄저병 등 병해 확산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둔포농협의 한 조합원은 "폭우로 인해 농민들의 마음은 무너지는데 한가로이 해외 연수를 떠났다는 게 한심할 따름" 이라며 "피해 수습 등 사후 대책마련이나마 충실히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남정민 기자 dbdb8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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