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규제로 텅텅 빈 건물… '그늘 드리운 세종테크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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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 규제로 텅텅 빈 건물… '그늘 드리운 세종테크밸리'

[행정수도 경제 심장, 세종테크밸리 현 주소는]
98% 높은 분양률에 비해 실 입주는 절반 그쳐
입주기업 건물도 공실 방치... 기업 이탈 조짐도
복합용지 10% 근린생활시설 입주 가능하지만
세부 규제 까다로워… "실질 지원책 마련해야"

  • 승인 2025-07-27 11:14
  • 수정 2025-07-27 12:38
  • 신문게재 2025-07-28 8면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세종테크밸리
세종시 집현동(4-2생활권)일대에 82만 여 ㎡규모로 조성된 세종테크밸리. /세종시 제공
조성 10년차 세종테크밸리가 공실의 늪에 빠졌다. '자영업자의 무덤'이라 일컫는 세종지역에서 비롯된 태생적 아픔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완판에 가까운 분양률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곳곳에서 부정적 기류가 감지된다. 연말 건설사업 완공을 앞둔 시점에 기업 이탈 움직임이 포착되고, 업종 규제에 가로막힌 상가는 주인을 찾지 못해 적막감만 감돌고 있다. 이에 중도일보는 세종테크밸리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첨단기업 집적화… 행정수도 자족기능 강화 기대감=세종시 유일 도시첨단산업단지인 세종테크밸리. 수도권 1극체제 속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대의 실현을 위해 태동한 행정수도의 경제 심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올해 건설사업 완공을 앞둔 세종테크밸리의 장밋빛 청사진에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조성사업 10년차, 분양률은 98%에 달하지만 입주는 절반에 그치는 상황인데다 입주 기업조차 상당수 건물이 공실로 방치된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엔 기업 2곳이 매각 의사를 밝혀와 이탈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걱정스러운 상황은 아니었다. 테크밸리는 첨단기업 집적화 차원에서 조성된 지역 유일 도시첨단산업단지다. '첨단업종 산업 육성을 통한 창조경제 성장거점 구현'이라는 목표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첨단산업 및 지식기반산업을 유치해 산업 경쟁력과 자족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조성됐다.



2015년부터 집현동(4-2생활권) 일대에 82만 여㎡ 규모로 조성돼 2025년 12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2016년 1차 분양으로 시작으로 현재까지 산업·복합용지 54필지 중 53필지가 분양을 마쳐 높은 분양률을 보이고 있는 만큼 기업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테크밸리에는 삼성전자 자회사인 ㈜레인보우 로보틱스(12월 입주 예정), 네이버데이터센터와 자율차연구센터 등 300여 개 첨단 기업·연구소와, 창업진흥원·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등 기업 지원기관, 그리고 교육연구용지 내 연구시설 부지까지 집적화 돼, '교육-연구-창업·취업'이 선순환 하는 혁신 생태계가 완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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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20일 기준 세종테크밸리 입주기업 현황도. /세종시 제공
▲완판 가까운 분양률, 입주는 절반 뿐… 건물 대부분 공실로 '적막감'=그러나 아직 현실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기업 입주가 지연되면서 입주율은 53%에 그치고 있으며, 입주 기업마저도 상당수 건물이 공실로 비워져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입주해 운영 중인 기업은 53개사 중 28개사 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반기업 23개, 지식산업센터 2개, 지원시설 3개다. 이 중 2개사는 처분 진행 중이다. 그간 5개 회사가 처분 진행 중이었지만 최근 매수자를 찾아 2곳만 남았다. 5개사는 건축 중이며, 미착공 회사는 17개다.

공실도 상당하다. 처분 진행 중인 2개사를 제외한 26개 기업 중 12개사가 건물 임대 중인데, 공실은 무려 297개에 이른다. 임대가 가능한 655호실 중 45%가 공실인 셈이다.

입주업종 최종
/세종시 제공
▲업종 규제 등 높은 장벽… 임대 어려워 경영난 가중=막대한 공실은 업종 규제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세종테크밸리는 도시첨단산업단지 관리기본계획에 의거해 건축 연면적의 최소 30% 이상 자가 사용 후 나머지 70%는 임대가 가능하다.

하지만 70%에 달하는 공급량은 상가에 입주하지 못하는 업체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입주대상 업종이 첨단산업(BT·ET·IT 제조업)과 지식문화산업(IT·창조기반 산업)으로 국한돼서다. 운 좋게 해당 업종에 해당하더라도 까다로운 세부 규제에 막히기도 한다. 산단 내 산업용지를 제외한 복합용지의 경우 연 면적의 10%가 근린생활시설 입주가 허용돼 있지만, 태권도 학원 등은 지식문화산업의 교육 서비스업에 해당하고도 제한된다. 미성년자 대상이 아닌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업종만 입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높은 상가 입점 장벽에 기업들은 혹독한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건물을 세우고 입주했지만, 경기 불황으로 사업도 위축된 데다 기대했던 임대 수익마저 거둘 수 없어 경영난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종시에 따르면 입주한 지 5년도 채 안된 ㈜에이블정보기술과 ㈜바이브컴퍼니가 사업축소 등 '경영상 문제'를 이유로 분양받은 용지를 처분 신청했다.

실제 ㈜에이블정보기술은 상업용으로 전부 매각한 1층 외에는 전부 다 공실이며, ㈜바이브컴퍼니도 사용하는 층수 외 모든 층이 다 공실인 상태다. 시는 두 기업의 매각 공고를 수차례 냈지만, 매수자를 구하지 못해 추후 재공고 방침이다.

▲지자체 재정 지원 등 '현실적 기업 유치 전략' 필수=이런 상황 탓에 일각에선 테크밸리 복합용지 내 업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해수부 이전과 전국 최고수준 상가 공실률, 인구 증가세 둔화 등 세종시의 어두운 흐름 속에 미래 자족 성장을 위해선 현실적인 기업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기 때문.

도시첨단산단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기업 유입을 촉진할 전략은 분명히 필요하다. 산업입지법과 산업집적법 등에 근거한 업종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개정안 마련과 지자체 재정 지원 등을 통해 첨단기업의 안정적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종시는 최근 테크밸리의 활성화를 위해 기업 임차료 지원계획을 발표하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시는 타 지역에서 이전하는 중소기업 본사·공장·연구소를 대상으로 2년간 최대 450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올 하반기에 '입주기업체협의회'를 구성해 원활한 소통과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영현 세종시의원(반곡·집현·합강동)은 "업종 제한이 없는 복합용지 내 상가 1층은 높은 분양가와 월세 부담이 큰 것도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테크밸리 내 입주 업종에 관한 세부 규제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법령 개선이 필요하다면 국회의원들과 논의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이은지 기자 lalaej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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