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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원 원장 |
또한 손금에 별이 있기 때문에 운수 대통할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는 한 여류 화가의 자서전인 『별을 쥐고 있는 여자』라는 소설에서도 작가 자신이 남편에 의해 짓밟혀진 한 여인의 인생을 읽어 가는 동안, 많은 독자들은 그녀의 피맺힌 눈물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여자의 눈물은 기뻤을 때보다는 슬펐을 때, 행복했을 때보다는 불행했을 때 흘리는 것일까. 그래서 자주 눈물을 흘리는 여자에게는 사연이 많고, 고통이 많으며, 섭섭한 일이 많을 수 있다.
울기를 잘 하는 사람은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사람보다는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사람이 많다. 또한 장기간 자신의 고통을 참고 살아온 여자 중에는 처음에는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안 되며, 잠을 깊이 이루지 못하다가 우울증에 빠진 사람도 많다. 그래서 이들은 작은 일에도 쉽게 마음에 상처를 입어 눈물이 나고 잘 울기 때문에 '울보'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한다.
너무 자존심이 강한 여자 중에도 자신의 분을 삭이지 못해 울어버리는 경우가 있으나 잘 우는 여자는 아무래도 강한 여자보다는 마음이 여린 여자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우는 습관도 나라와 문화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서양인보다는 동양인이 눈물이 많고, 선진국보다는 후진국 여자가 눈물이 많으며, 남자보다는 여자가 눈물이 많고, 노인보다는 젊은 사람이 눈물이 많다.
한국 여자들은 슬펐을 때는 물론이고 너무 기쁠 때도 웃음보다는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은데 올림픽 경기장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여자 선수 대부분은 눈물로써 자신의 행복한 마음을 나타냈다.
따라서 눈물에는 슬픔의 눈물과 환희의 눈물로 나눌 수 있는데 어떤 경우라도 눈물은 그 당사자의 감정을 다스리는데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답답할 때나 기분이 울적할 때 실컷 울고 나면 마음이 후련하다는 심리를 이용해서 영화감독은 슬픈 영화도 만들고, 작곡가는 슬픈 노래와 음악을 만들어 가수들에게 부르게 해서 돈을 벌기도 한다.
정신과 의사도 여자 환자를 치료할 때 눈물을 흘리게 만들어 치료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환자들은 자신이 겪은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해 정신과 의사가 이런저런 질문을 해 나가면 그 동안 가슴에 담아 두었던 서러운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서 눈물로 쏟아 내는데, 한 동안 흘린 눈물을 닦아내도록 휴지를 손에 쥐어 주면서 '이 환자는 치료가 잘 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 여자가 가장 눈물을 많이 흘릴 때는 언제일까. 아마도 결혼 전보다는 결혼 후일 것이다. 일단 여자가 결혼을 하면 남편과 시댁 어른들 사이에서 겪어야 될 마음고생이 커지면 친정이 그리워 울고, 남편의 행동이 섭섭해서 울고, 시댁 식구의 처사가 야속해서 우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20대에서 30대 신세대 주부들은 40대 이후의 중년 주부들보다는 생활수준도 나아졌고 핵가족 세대가 많아 마음고생이 적어 눈물을 흘리는 경우는 적어졌을 것이다.
눈물은 이처럼 사람의 감정을 극명하게 나타내주는 유일한 증거인데, 특히 여자가 흘린 눈물은 남자의 동정심을 자극할 수 있는 칼보다 더 무서운 무기여서 남자들이 여자의 눈물 때문에 모진 마음을 정리하지 못해 평생 후회하면서 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 남자들이 많아서였을까. 오래 전에 가수 이남이씨는 중절모자를 눌러쓰고 '울고 싶어라'를 불러, 많은 남자들이 술좌석에서 '울고 싶어라'를 고래고래 소리 지르도록 만들기도 했다.
오세원/닥터오즈정신건강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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