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수면은 녹조 현상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며,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탑정호가 ‘녹조’라는 오명을 쓰게 된 배경에는 저수지 관리 방식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목소리다.
일제강점기인 1944년 축조된 탑정호는 본래 잦은 물넘이를 통해 수질이 자연적으로 정화되는 ‘여수로’ 방식을 채택했다. 장마나 호우 시 빗물과 함께 생활 오수, 비료, 쓰레기 등이 금강으로 흘러나가면서 자정 능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1980년대 수문 방식으로 변경되고, 2012년 저수지 물그릇을 키우는 2차 증축 공사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과거 연간 20여 차례 물넘이를 하던 것과 달리, 지금은 수문을 연 5회 정도만 개방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약, 비료, 축산 폐수, 생활하수 등이 호수 바닥에 침전되고 부패하면서 녹조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 |
탑정호의 물은 논산평야 농업의 핵심 동력이다. 수질 악화는 곧 농산물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등급의 수질이 4등급의 쌀을 생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녹조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에 대한 불안감은 주민들의 건강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향후 2년 뒤 탑정호 상류에 위치한 완주저수지가 담수를 시작하면, 탑정호의 수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강유역환경청이 상류 지역 오염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미래 환경 변화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전낙운 전 도의원은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단기적인 정책만 내놓는 것은 공직자로서 무책임한 태도”라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 특히 황명선 국회의원에게 탑정호 수질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관심과 대안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논산=장병일 기자 jang39210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