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우리 둘 사이에' 홍보 포스터 |
오랫동안 장애인으로 살아온 그녀는 사회적으로 어떤 것이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지에 대해 너무나 잘 압니다. 물리적 환경과 사회적 상황들, 그리고 관계성 면에서 도움도 많이 받지만 스스로 조심하고 억제하거나 심지어 은폐해야 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찾아온 아이를 임신하면서 또 많은 선택과 포기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문제는 그 많은 순간을 주변 사람들과 온전히 소통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몫으로 끌어안는 데서 생겨납니다.
남편인 호선은 호선대로 삶의 무게가 만만치 않습니다. 아내인 은진을 배려하고 사랑한다고 하지만 임신의 상황이 결코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아내의 건강과 태어날 아이의 상태, 경제적 부담과 육아의 어려움에 대한 염려는 지극히 타당해 보입니다. 게다가 정교수 임용의 길은 순탄치 않고 강의하던 시간마저 줄게 됩니다. 친정엄마 역시 아픈 딸의 임신 앞에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적극적으로 찬성해 주고 지지할 만한 입장이 못됩니다. 오래도록 딸의 아픔을 돌보느라 그녀 역시 지쳐 있습니다. 출판사 담당자인 해수도 그러합니다. 마냥 원고를 쓰도록 기다려 줄 수 없는 처지입니다. 이들 세 사람 모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은진을 감싸고 배려한다고 하지만 은진의 내면과 정서를 온전히 교감하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은진은 우연히 병원에서 만난 지후라는 임산부와 지속적으로 교류합니다. 은진의 심정을 온전히 공감해 주는 그녀가 실은 상상 속 존재임을 알게 되는 것은 영화에서 가장 아프고 당황스러운 사실입니다.
영화는 온전한 소통이 얼마나 어렵고 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것인가를 보여줍니다. 저마다 삶이 힘들기 때문에 장애를 지닌 임산부의 심정을 교감하는 것이 저만치 먼 거리의 일처럼 여겨집니다. 영화는 이것이 극한의 슬픔임을 보여줍니다. 조금씩 소통의 거리를 좁혀가지만 그녀가 당면한 현실은 홀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처럼 무겁고 막막합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