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오 사 오반도'는 "오반도에서의 춤"이라는 뜻을 지닌 전통 종교 축제로, 필리핀 루손섬 불라칸(Bulacan) 주 오반도(Obando) 시에서 매년 5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열린다. 이 축제는 로마 가톨릭 신앙과 필리핀의 토착 신앙이 융합된 형태로, 성스러운 춤을 통해 간절한 바람을 신에게 전한다.
축제는 세 명의 수호 성인을 기리는 종교 의식으로 구성된다. 첫째 날인 5월 17일은 성 파스쿠알 바일론(San Pascual Baylon), 둘째 날은 성 클라라(Santa Clara), 셋째 날은 아기 예수 성모 마리아(Nuestra Senora de Salambao)에게 바쳐지며, 각각의 날마다 다른 의미와 소원을 담아 춤이 이어진다.
'사야오 사 오반도'는 특히 아이를 갖기 원하는 부부들에게 유명한 축제다. 부부들은 축제 기간 동안 오반도를 찾아 성당 안팎에서 전통 춤을 추며 소원을 빈다. 이 외에도 좋은 배우자를 만나길 바라는 청년들, 풍년과 건강을 기원하는 이들, 경제적 안정을 바라는 이들이 함께 참여해 신앙과 전통의 향연을 만든다.
참가자들은 필리핀 전통 의상을 갖춰 입고, "Santa Clara pinong pino, ang pangako ko ay tutuparin"(산타 클라라님, 제 약속을 지키겠습니다)라는 가사를 반복하며 '빤당고(Pandanggo)'라는 전통 리듬에 맞춰 춤을 춘다. 단순하지만 반복적인 동작의 춤은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어, 현장을 찾은 참배객과 관광객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된다.
여성 참가자들은 주로 '바롯 사야(Baro't Saya)'라는 필리핀 전통 의상을 입고, 남성들은 전통 복장 또는 흰 셔츠와 검은 바지를 착용한다. 축제의 음악은 북과 전통 악기, 현장 밴드가 함께 어우러져 경쾌하고 흥겨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도시 전체가 축제의 리듬에 맞춰 숨 쉬는 듯한 광경은 관광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사야오 사 오반도'의 기원은 스페인 식민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래된 가톨릭 신앙과 필리핀 고유의 신앙 체계가 절묘하게 결합되며 형성된 이 축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동안 중단되었으나, 1970년대 들어 지역 공동체의 노력으로 부활했다.
이제는 국내외 언론과 관광객의 주목을 받는 문화 행사로 성장했으며, 필리핀 문화와 신앙의 깊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전통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명예기자 한수민 (필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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