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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석 건양대 국방경찰학부 교수 |
세계사에 전무후무한 한강의 기적을 만들고 고도성장이 멈춘 그늘에서 고생하신 노인분들에 대한 아픔과 문제를 현장 르포로 보도하고 있었다. 세계 최고도시 서울 한복판 종로의 파고다 공원, 새벽부터 삼삼오오 모여드는 무료 급식소 앞, 대기 번호표를 받으려고 긴 줄이 인도 끝까지 늘어서 있다. 삼백 번 이후 번호표는 허탕을 치기 때문에 자리 싸움에서 굶지 않기 위해 절박했다. 대부분 고시원과 쪽방이나 거리의 노숙자분들은 한여름 폭염과 한겨울 추위가 가혹하다.
한 가족의 가장으로 아들, 딸들을 키우느라 희생과 헌신했던 산업화 시대의 일꾼은 직장에서 퇴출되고 모은 돈은 자식들 결혼 생계비용으로 다 주고 이제 빈손으로 차가운 도심에 던져진 고단한 분들의 사연에 안타까웠다. 불안한 노인의 절박한 심정을 파고든 교묘한 사기꾼에 전 재산을 잃었거나, 허황된 욕심으로 부동산이나 상가 투자, 가상화폐, 비상장 주식 투자 실패로 거액을 날리고 극빈자가 된 사연도 있었다.
연간 전체 사기 34조 원 피해자는 대부분 은퇴한 고령자이고, 고도성장기처럼 상가 등 부동산에 거액을 투자하여 온라인 등 상거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빈곤층으로 전락하기도 하였다. 평생 모은 퇴직금을 장밋빛 광고에 현혹되어 신도시 상가에 투자, 임대 수익으로 노후를 보내겠다는 꿈은 대형 마트와 온라인, 배달문화로 유동인구가 사라진 텅빈 도심에 방치된 사연도 있었다. 경기도 거북섬 등 신도시, 전국 혁신도시 밀집한 상가에 대부분 투자했던 퇴직자들은 장기간 공실에 높은 대출이자와 유지 비용을 경매로 넘어가고 빚만 떠안은 사연도 먹먹하게 하였다.
무한경쟁의 자유시장 자본주의 사회에서 간혹 성공한 분들도 있지만 시대흐름과 시장변화에 둔감한 노인들은 낙오되기 쉽다. 한국 사회는 그동안 노후 준비를 하라고 외쳤지만 노년의 삶은 오로지 개인과 가정의 몫으로만 떠 넘겨졌다. 저출산 고령화와 핵가족화로 부모부양이라는 효도 가치관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고도의 AI 시대에 각종 금융범죄는 증가하고 단순 노동집약적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다.
평생 일해온 숙련된 일자리가 생성형 AI로 대체되기에 누구든지 실직과 빈곤에 방치되고 빈부격차가 가속될 미래사회는 노인분들에게 어떤 모습일까? 국내 고령자 고용률은 41%로 OECD 국가 평균 13%, 특히 일본의 25%보다 높지만, 노동의 질은 대부분 비정규 단순 일용 시급이고, 국내 고령자 연금 월 평균 수급은 65만원으로 절대 생계에 부족하기 때문에 힘든 일을 계속해야 한다. 청년층의 고용률은 감소하는데 고령층의 고용이 급증하는 이유는 생계형 근로, 절박한 삶의 나락에서 살기 위해 단순 노무직, 아파트 경비, 택배, 간병과 요양, 생계형 자영업 등 열악한 현장을 가리지 않는다.
평생 개미처럼 일하고 자식에게 모든 것을 바친 세대에게 남겨진 빈곤과 질병, 열악한 근로는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초고령사회 길어진 수명만큼 삶이 행복하도록, 노인 빈곤이 한 개인과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사회가 좀 더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무료 급식소 확대, 금융사기 피해자 구제, 노후 주택개량 지원, 고령층 피해 금융 복구 펀드 설립 등의 가시적인 정책대안과 기초 연금 확대, 고령자 맞춤형 일자리 확대, 시니어 창업 지원, 주거 돌봄 통합 지원 서비스 확대 등 정책을 검토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부유한 노인들이 일명 부유세를 통한 소득 분배와 재원 마련 등 국가재정이 부족한 정책당국의 고민이 점점 깊을 것으로 생각된다. 온 국민의 힘과 지혜를 모아 늙어 가는 대한민국을 선진 강국으로 만들어 노인들이 행복한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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