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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무리한 제도 도입 탓에 취지와 달리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은 적고, 교사들의 업무 부담만 늘어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과목 점수와 출석 일수 등 일정 기준을 넘지 못하면 진급할 수 없는 미이수제와 최소성취수준보장제를 폐지하는 등 전면 재검토해 실질적인 학습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나오기도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와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8일 국회 교육위원회(김영호·백승아·정성국·강경숙 의원)와 국회 제7간담회실에서 고교학점제를 주제로 공동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한국교총 김주영 선임 연구원이 발표한 '고교학점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국 고등학교 교사 4162명을 대상으로 인식을 조사한 결과 고교학점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90%로, 5년 전인 2021년(70%)보다 더 악화 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과목 지도에 따른 업무 과중과 학생부 기록 부담이 큰 문제로 꼽혔다. 고교학점제 도입 후 교사 1인당 2~3개 과목을 담당하는 비율이 73%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86.4%가 '수업의 질 저하'를 우려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조사에 참여한 교사 78%가 학생이 과목별 성적 40% 미만, 일정 기준의 출석 일수를 채우지 못하면 다음 학년으로 진급하지 못하는 '미이수제'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보충지도를 통해 학점을 인정받게 하는 '최소성취수준보장제'(최성보)도 학생들의 자퇴를 늘게 하는 역효과만 낳았다는 것이다. 교사의 97%는 이 같은 제도가 '학생 성장에 기여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이 밖에 현장 교사들이 공통으로 제기하는 문제로 내신 경쟁 심화와 학생 선택권 제약, 지역·학교 규모에 따른 교육격차 확대, 출결 대란과 행정업무 가중 등이 있었다. 김 연구원은 "이러한 결과는 제도의 주요 뼈대를 건드리지 않는 한 개선은 요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술적 보완을 넘어선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학생 출결 처리 과정에서 과목별 교사, 담임 교사 간 혼선이 있어 처리 권한을 담임교사에게만 부여하자는 언급도 나왔다. 학점과 연동해 교사가 작성해야 할 학생부 기재 분량이 늘어난 문제에 대해선 축소·차등화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제도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선 교사 정원 수가 늘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나왔는데, 주당 수업 시수, 학급당 학생 수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중장기 교원 정원 확대 계획 수립이 필요하단 것이다.
그간 고교학점제를 둘러싼 비판과 개선 필요 목소리는 지역에서도 꾸준히 나왔다.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은 "현행 고교학점제는 학생과 교사를 힘들게 하는 정책"이라며 "아이들에게 다양한 교과 선택권을 줘 심화 교육을 받게 하고, 미리 전공을 살릴 수 있게 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기존의 교사 인력으로 여러 수업을 개설하고 평가와 생활기록부를 작성해야 하는 등 현재는 고교학점제를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갖춰진 상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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