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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필용 원장 |
정치인이 정치력이 있다는 말은 권력을 매개로 정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힘이 있다는 말이다. 이는 합법적 범위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로서 갈등을 조정하는 중요한 역량이면서 합의 창출과 통합 능력, 현실과 이상의 조화 등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정치력을 공사의 없이 영향력 측면에서 사용하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사적 이익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는데 중점을 둔다.
정치력이 사적 이익의 영역에서 발현되면 정당이나 권력의 의사결정 왜곡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 영남정권, 호남정권이라는 표현은 이런 대표적 사례이고, 지역적 기반이 당의 의사결정 왜곡과 구조적 권력을 결정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말이다. 이러한 구조적 권력은 그 지역의 발전을 담보하는 대명사처럼 쓰이기도 했다.
지난 13일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가 그 활동을 마치고 국민보고대회를 가졌다. 인수위가 없었기 때문에 어떤 정책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것이지가 방향을 잡고, 어떤 공약을 우선순위에 배치할지 등에 관한 사항을 정리해 발표했다. 이재명 정부가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 청사진이 제시된 것이다. 국민들이 갖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 만큼이나 풍성한 결과물이 발표되었다. 에너지와 AI 고속도로를 메인으로 하는 기술혁신 정책과 5극 3특을 중심으로 한 균형발전 모델이 중심축이다.
충청권이 기대감을 가질 만한 내용도 많이 들어있다. 특히 충청권이 AI 메가 클러스터가 될 것이라는 내용은 매우 중요하다. 그 밖에 충청권의 오랜 숙원사업들이 대체로 반영되었다는 평가이다. 메가시티 5극에 배정된 30조원의 균형발전 예산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보여진다. 결국 충청권의 인사들이 얼마나 정치력을 발휘해 지역발전 정책의 집행력을 가질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재명 정부의 출범과 함께 충청권은 강훈식 비서실장을 비롯해, 정청래 당대표, 조승래 사무총장, 박수현 수석대변인을 비롯해 행정부에 교육부장관 내정자까지 배출했다. 집권여당과 행정부, 대통령실까지 주요 요직에 충청권 전성시대가 열렸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이 충청권 출신은 아니지만, 대통령 주변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개인과 집단 차원에 정치력을 발휘해 정부의 동의와 협력을 이끌어 낸다면 충청권은 전성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최근 대전시와 LH가 추진했던 나노반도체국가산단이 사업성 미확보로 인해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가 요원해지자 신청을 철회하는 사태가 있었다. 대전시의 장미빛 미래를 보장하는 핵심사업처럼 홍보되었지만, 허망하게 끝났다. 지역의 정치력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책임소재를 가리자면 할말이 많겠지만, 대전의 정치력 수준에 대한 질타도 있다.
정치력은 개인의 역량에 대한 평가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역 자체가 갖는 역량도 정치력으로 평가된다. 여야의 정치인들이 지역현안에 몰두해 협력하는 모습도 정치력의 한 단면이다. 지역의 정치적 역량은 권력과의 관계, 정치인의 숫자만으로 좌우되지 않는다. 얼마나 좋은 컨텐츠를 만들어 권력에 제시할 수 있는가와도 관련이 있다. 좋은 정책이 없다면 헛심만 쓰다 마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충청권이 정치력이 높아졌다는 것은 지역발전의 성과에 따라 정치력에 대한 혹독한 비판을 감당해야할 가능성도 커졌다는 말이지만, 지역에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선도할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야 할 숙제도 있다는 말이다.
5극의 메가시티에 지원될 자율배정 예산 30조는 좋은 컨텐츠와 정치인의 정치력 콜라보로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그 성과는 이재명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의 성공 척도가 될 수 있다. 정치력에 기대 아무 준비도 없이 감떨어지기만 기다린다면 또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꼭 필요하고 실현가능성이 있는 정책을 만들고 추진할 주체가 바로 서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까지 제시된 정책은 숙원사업에 머물러 있다. 새로운 컨테츠를 만들고 제시해야 한다. 전열을 정비하고 내용을 생산하는 과정에 몰두할 주체역량의 확대와 충청권 정치인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안필용 CDS 정치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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