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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5개 출연연 독립노조로 구성된 '출연연 독립노조' 연대 설문 내용 중 일부 |
한국생명공학연구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한국화학연구원·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독립노조로 구성된 '출연연 독립노조연대'는 3일 연구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PBS 폐지 이후 기관장의 역할과 선임 시스템에 대한 현장 연구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것으로, 513명이 참여했다.
PBS 제도가 폐지되면 출연연 내부에서 과제를 정해 연구를 수행하는데, 주어진 예산과 인력 안에서 어떤 임무를 수행할지 등을 결정하기 위해선 리더십이 요구된다.
조사 결과 연구자들은 현재 리더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우세했다. '연구소의 예산 및 자원배분 결정에 있어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습니까?'라는 항목에 절반 이상인 58%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긍정적인 답변은 10%에 그쳤다.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연구원들의 전문적인 의견이나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고 반영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도 긍정은 13%, 부정은 이보다 많은 59%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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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연 독립노조연대는 이러한 평가 배경엔 기관장 선임 과정이 불투명한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응답자 85%가 '기관장 선임 과정에서 연구소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연구자들은 가장 시급하게 개선돼야 할 부분으로 '내부 구성원 의견 반영'(80%), '후보자 역량 검증 강화'(67%), '공정성 확보 및 외부 압력 배제'(57%)를 꼽았다.
출연연 독립노조연대는 "PBS 폐지 이후 기관장은 단순한 행정 관리자를 넘어 연구소 고유의 임무 수행과 미래를 책임질 '최고 연구 책임자'가 돼야 한다"며 "출연연 혁신을 논하지만 리더십에 대한 혁신 없이는 그 어떤 혁신도 불가능하다. 현재의 불안정한 리더십 상황과 연구자들의 정당한 요구가 상위 기관에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건의하고 정책 제안 활동을 적극 펼쳐나가겠다"고 했다.
이날 (사)출연연고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이하 연총)도 정부의 PBS 폐지 선언이 충실한 이행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목소리 냈다. 연총은 현재 대폭 증액된 2026 국가 R&D 예산안에 증대의 실질적 효과가 나타기 위한 제도 개선과 연구자 의견 반영 제도화도 함께 요구했다.
연총은 "PBS 폐지로 생긴 빈자리는 안정적 인건비 지원과 연구 자율성 보장을 핵심 원칙으로 하는 새로운 제도로 채워져야 한다"며 "과제비에 인건비 연동을 즉시 폐지하고 안정적 인건비 100% 지원을 최우선으로 시행해 연구 몰입 환경을 복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2026년 증액된 예산이 단순 과제 수 확대가 아니라 연구자 처우 개선과 행정 부담 완화, 창의적 연구 활성화로 연결되도록 집행 구조를 보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총은 "PBS 폐지 이후 새로운 제도 설계와 정책 집행 전 과정에 현장 연구자의 목소리가 제도적으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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