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발자국이 쌓여 길이 된다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발자국이 쌓여 길이 된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5-09-1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대전 동구에 국내 최장의 버즘나무(platanus)길이 있었다. 산내초등학교에서 만인산 추부터널 입구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버즘나무는 가로수로 태어났다 할 정도로 공해에 강하고 공기 정화능력, 소음방지, 이산화탄소 저장, 방열에 뛰어날 뿐만 아니라, 도시의 열섬현상 약화 기능까지 한다. 무엇보다 아름답다.

하소동에 산업단지가 개발되면서 2016년 진입로 건설이 시행된다. 그러면서 일부 구간의 버즘나무가 사라지고, 새 길에는 가로수가 제대로 가꿔지지 않고 있다. 9년이 지난 지금, 지나다 보면 황량하기 그지없다. 안타까운 마음에 분노가 치민다.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당시 버즘나무 길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지인이 있었다. 함께 시청 담당자와 수차례 만났다. 이미 공청회, 설명회를 통하여 의견 수렴을 했다는 것이다. 농작물 피해에 대한 민원이 있어 수종개량이 필요하단다. 이팝나무 등 아름다운 가로수로 대체 하겠다고 한다. 어이가 없었다. 가로수의 의미나 역할도 모르는 것 아닐까? 가로수로서 기능이 미미할 뿐만 아니라 도시전략자산으로 쓰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버즘나무를 없앨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로 주변 빈터에도 추가로 더 심어 버즘나무 명소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화 내용 모두를 게재하기 어렵지만,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가 도로공사 후 다시 옮겨 심어야 하는 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모양이다. 그를 감추고, 이해관계자 몇 명 내세워 주민을 선동, 명소를 파괴하겠다는 것이었다. 토론 끝에 정 비용이 문제된다면 버즘나무 묘목이라도 심어 달라, 간곡히 요청했다.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행복자산이요, 관광명소로 경제성도 높아질 것이 기대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당시의 모습은 하루아침에 조성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어학사전에 의하면, 공청회(公聽會)는 국회나 행정 기관, 공공 단체가 중요한 정책의 결정이나 법령 등의 제정 또는 개정안을 심의하기 이전에 이해 관계자나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공식 석상에서 의견을 듣는 제도이다. 그런데, 종종 합리화의 도구, 합법화의 요식행위로 쓰인다. 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비용이 문제면 연차적으로 시행하거나 비용 마련이 먼저다. 문제가 있다면, 그 근원 해소가 먼저 아닌가?

검찰청을 폐지, 기소 기능은 법무부 산하 공소청으로, 부패·선거·경제 등 주요 범죄 수사는 행정안전부 산하 중수청이 전담한다는 정부조직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공청회라 열어놓고 듣지는 않으며, 고함에 억압으로 말조차 가로막는 추태를 보인다.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는 헌법에 위배된다"게 법조계 지적이다. 차진아 교수의 인터뷰 내용을 간추려 본다. "헌법이 예정한 기관인 '검찰청'을 하위 법률로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며 "검찰청은 헌법에 명시된 기관이다. 명칭도, 권한도 바꿀 수도 없다"고 한다. 수사·기소가 분리돼야 한다면 제일 먼저 문제돼야 할 곳은 두 기능 다 가지고 있는 공수처와 3대 특검이라며, "정권 입맛대로 일해주니 수사·기소 분리 이야기가 안 나온다. 오히려 특검의 권한은 법 개정으로 국회가 확대해줬다. 정권에 방해가 되는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빼앗기 위한 수단으로 검찰 개혁을 동원하다 보니 앞뒤가 안 맞는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수사·기소권 분리는 범죄피해자 보호가 아니라, 오히려 자의적 수사는 늘고 효율은 떨어진다고도 한다. 검찰 개혁 이유가 '검찰에 탄압받았다'는 감정 호소뿐이란 주장도 한다. 누가 봐도 수사권과 수사의 결과를 좌지우지하려는 것, 집권연장을 위한 것이란 의구심이 들게 한다.

버즘나무 경우와 다르지 않다. 잘 못된 것이 있으면 그를 고치면 된다. 다소 잘 못이 있다고 없애야 한다는 논리라면, 위법과 억지가 난무하는 국회부터 해산해야 한다.

일시적 눈앞 이익만 생각하는 법률 개정은 훗날 자신들의 족쇄가 될 것이 분명하다. 후대에 부끄러운 패륜의 역사가 될 것이다. 보다 성숙한 미래지향적 철학과 의식으로 국정에 임해야 한다. 발자국이 쌓여 길이 되고, 길이 굳어져 진리가 된다. 서로 이어져 더 넓은 세상이 되고, 미래가 되기 때문이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반도체 홀대' 충청, 李 정부 장관 인사서도 푸대접
  2. 민선 9기 대전시 첫 인사 단행
  3. 오석진 대전교육감 취임… "학교 중심 교육행정 실현"
  4. 대전 시내버스 사고 수 속여 성과금 더 받은 관계자들, 벌금형
  5. 민선 9기 대전 5개 구청장 취임…첫날 민생 지원·현장 중심 행보 눈길
  1. 대전시장 취임식장 단상에 난입한 로봇개! 너 누구니?
  2. 건양사이버대, 독일 심리운동협회와 맞손
  3. 김종일 대전세무서장 취임 "공정하고 합리적인 세무서 만들것"
  4. [인사] 충남대·충남대병원·을지대병원 등
  5. 대전 선도지구 발표 임박…몇 개 구역 선정될까?

헤드라인 뉴스


박수현 "충청권이 AI 반도체 중심"…392조원 규모 투자 환영

박수현 "충청권이 AI 반도체 중심"…392조원 규모 투자 환영

박수현 충남지사가 2일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공개된 충청권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 분야 약 392조 원 투자 계획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를 두고 일각에서 불거진 충청권 소외론에 대해선 "투자 금액의 상대적 비교는 중요하지 않다"며 단호히 선을 그었다. 도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SK하이닉스, 셀트리온 등은 이날 충청권 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등 미래 첨단 산업 핵심 분야에 392조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중 도내 투자금은 202조 원이다...

대전 선도지구 발표 임박…몇 개 구역 선정될까?
대전 선도지구 발표 임박…몇 개 구역 선정될까?

대전 노후계획도시정비 선도지구 발표가 임박하면서 최대 몇 개 구역이 선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둔산지구의 경우 최대 3개 구역까지 선정 가능하며, 송촌지구는 1개 구역만 신청해 사실상 선정이 확정된 상황이다. 현재 대전시는 국토교통부와 사전 협의를 마친 상태로, 2~3주 내 선도지구 선정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시에 따르면 대전 노후계획도시정비 선도지구 공모에 둔산지구 9곳, 송촌(중리·법동)지구 1곳 등 총 10개 구역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청구역은 특별정비예정구역 27곳 중 1구역(상록수·상아·초원·강변) 3899..

[MSI 2026] 대전 뜨겁게 달군 T1… 이제 우승 향해 달린다! 브래킷 스테이지 대진 확정
[MSI 2026] 대전 뜨겁게 달군 T1… 이제 우승 향해 달린다! 브래킷 스테이지 대진 확정

대전에서 열리고 있는 이스포츠 게임축제 2026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2026)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대표로 출전한 T1이 승승장구하며 본선 라운드 브래킷 스테이지에 진출했다. '페이커' 이상혁의 소속팀인 T1은 1일 진행된 MSI 플레이-인 스테이지 최종전에서 강팀 '리퀴드(TL.북미)'를 세트 스코어 3대 0으로 완파하며 단 1팀에 주어지는 브래킷 스테이지 진출권을 따냈다. 이로써 T1은 세계 최정상급 8개 팀과 함께 우승을 향한 본격적인 레이스를 시작하게 됐다. T1의 본선 과정은 그야말로 '압도적'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이재명 대통령,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참석 이재명 대통령,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참석

  • ‘개문냉방 안돼요’ ‘개문냉방 안돼요’

  • ‘함께하는 가치, 소비자의 힘’ ‘함께하는 가치, 소비자의 힘’

  • 본격적인 장마철의 시작 본격적인 장마철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