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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 내포신도시에 위치한 국립충남기상과학관에서 국내 과학관 중 유일한 비 체험장에서 아이들이 약한비와 매우강한비를 각각 체험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실내에서 우산쓰고 강한 비 체험
9월 중순을 지나 절기상 가을에 진입했으면서 여전히 일평균기온 20도 이상으로 여름의 연장전을 보내는 9월 18일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에 위치한 국립충남기상과학관을 방문했다. 중도일보가 9월 1일 자 창간호에 소개한 안면도지구대기감시소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육불화황, 아산화질소 등 지구온난화 주범을 관측해 전문 데이터를 생성하는 곳이라면, 이곳 국립충남기상과학관은 기후변화와 위기를 시민들 그중에서 더 많은 시간을 지구에서 보내게 될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체험시설이다. 충남은 한반도 서쪽에서 다가오는 위험기상이 육지로 이동하면서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곳으로 폭우와 폭설이 순식간에 다가올 수 있어 날씨와 기상을 이해하는 것은 안전에 직결된다. 충남 서해 가장 먼 바다 격렬비열도에 서해종합기상관측기지를 마련해 감시하는 것도 다가오는 위험기상을 몇 시간 먼저 정확하게 발견해 대비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에 있다. 충남지역 주민과 학생들이 비와 구름, 바람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하고 위험기상에 대비하는 게 중요해 충남도청 차원의 유치운동 끝에 2023년 9월 내포신도시에 국내 5번째 국립충남기상과학관이 개관했다.
기상과학관 1층 로비에 들어서자 아이들의 목소리가 왁자지껄 귓전을 울렸다. 약한 비부터 중간·강한·매우 강한 비를 순서대로 체험하는 비의 정원에서 아이들은 실내이었음에도 우산을 받쳐 들고 한껏 들떠있었다. 이곳은 국내 6개 기상과학관 중에 하나뿐인 비 체험장으로서 실내에서 우산을 쓰고 시간당 3㎜ 약한 비부터 시간당 30㎜의 매우 강한 비까지 체험할 수 있다. 기상과학관에 상주하는 해설사가 아이들을 인솔해 땅 위에 물방울들이 수증기가 되어 하늘의 구름을 만들고 다시 물방울이나 얼음알갱이로 변해 머리 위로 떨어지는 기상현상 설명이 곁들여졌다. 아이들은 매우 강한 비란 우산을 쓰고도 신발과 바지를 젖는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 금방 물이 차오를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히 이해한 듯 보였다.
김정수 국립충남기상과학관 관장은 "눈과 귀, 촉각으로 날씨를 느끼며 기상현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체험해 기후와 인간을 이해하는 곳"이라며 "기상과학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기후위기를 대응할 수 있는 준비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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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충남기상과학관에 2층 높이로 설치된 재현장치에서 용오름이 만들어졌다. (사진=임병안 기자) |
특히, 국립충남기상과학관에서 말로만 듣던 용오름을 직접 관찰할 수 있고, 물과 수증기 기둥이 높이 10m 규모로 빙글빙글 소용돌이 치는 모습에 탄성을 자아냈다. 용오름은 상층에는 차가운 공기가, 지상에는 따뜻한 기운의 공기가 갑자기 유입되어 두 기단이 만날 때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따뜻한 공기는 위로 흐르는 힘에 의해 만들어진 강력한 회오리바람이다. 미국에서는 토네이도라고 부르고 넓은 평지에서 곧잘 발생하나, 우리나라는 산이 많아 공기가 흐트러지기 쉬워 육지보다는 바다에서 주로 발생한다. 2019년 3월 15일 당진 인근 바다에서 관찰돼 육지까지 영향을 피해를 주기도 했다. 상층에는 차가운 공기가, 지상에는 따뜻한 기운의 공기가 갑자기 유입되어 두 기단이 만날 때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따뜻한 공기는 위로 흐르는 힘에 의해 강력한 회오리바람이 만들어진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아 공기가 흐트러지기 쉬워 육지보다는 바다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곳 과학관에 용오름 재현시설은 1층에서 2층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내내 관찰할 수 있다. 더불어 국내에 상륙하거나 영향을 미친 태풍의 주요 사례를 벽면에 패널로 전시해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준 바람을 동반한 위험 기상현상을 돌아볼 수 있다.
김정수 관장은 "용오름은 단위 면적당 에너지 강도가 매우 강해 지나가는 통로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다"라며 "최근에 국내에서도 용오름 현상이 과거에 비해 자주 발생하는데 온난화에 대기가 더 자주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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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충남기상과학관은 날씨와 기상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관 이래 매년 골든벨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국립충남기상과학관 제공) |
공기의 움직임을 바람이라고 말하는데, 바람이 지형을 만드는 체험도 이곳 2층에서 체험할 수 있다. 태안에 있는 신두리 해안사구처럼 강한 바람이 바닷가의 모래를 육지쪽으로 옮기면서 모래언덕을 만들고 매일 모습을 바꾸는 곳처럼, 이곳에 모래체험장은 놀이터가 아니라 깊은 바다부터 높은 산까지 원하는 지형을 만들어 바람이 가진 힘을 학습한다. 충남 위험기상 중에 빠질 수 없는 게 안개인데 서해에서 습한 공기가 직접 유입되면서 안개가 자주 생성되며, 봄철에는 따듯한 공기가 차가운 바다 위를 지나면서 짙은 안개를 발생시킨다. 2층 안개의 숲에서는 안개를 재현해 안개의 농도에 따라 친구의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고 걷기조차 힘든 안개 위험기상을 체험할 수 있다. 이밖에 국립충남기상과학관에서는 게임을 통해 지진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지금까지 비, 바람, 안개 등 여러 가지 날씨를 체험했다면, 이제부터 사계절 기후의 변화를 생각하고 문제점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체험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국립충남기상과학관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한반도 주변 바다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도록 가상의 해수온탐사선 모형을 만들어 잠망경으로 물 속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산호초의 백화현상을 보여주고, 육지에서는 볼 수 없던 바닷속 기후변화를 간접 체험했다. 이밖에 해안 침식으로 해수욕장의 모래가 사라지고 수온 변화로 남해안에서 잡히던 오징어, 멸치가 서해에서 잡히는 등의 우리 주변의 기후변화 현상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1층부터 2층까지 40분 동안 관람하고 최종 기후회복센터에서 기후변화로부터 지구의 기후를 회복하는 미션을 수행해 성공하면 내포신도시로 연출된 모형에 희망의 푸른 조명이 켜지는 것으로 관람은 마무리된다. 방송국 기상캐스터처럼 카메라 앞에 서서 날씨 안내도를 배경으로 일일 기상캐스터가 되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실내 관람을 마치고 자동 키오스크 앞에서 사진을 찍고 기후회복을 위한 다짐의말을 입력했는데, 어느새 기자의 이메일에 사진이 전송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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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충남기상과학과 야외에서도 전시와 체험시설이 되어 있고 놀이를 하며 기후변화를 인식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사진=국립충남기상과학관 제공) |
국립충남기상과학관 야외에는 탄소제로 놀이터로 구성된 기후놀이터가 있고 기상관측장비도 설치되어 있어 밖에서도 체험을 이어갈 수 있다. 역사유물 측우기를 실물 크기 그대로 재현한 것부터 추억의 백엽상과 현재 기상관측에 사용하는 적설관측장비, 황사·낙뢰관측장비 등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거대한 선풍기처럼 생긴 풍력장치에서는 태풍급 바람을 직접 맞으며 걸어볼 수 있고 바다에 설치하는 관측장비 파고부이가 마련되어 있다. 국립충남기상과학관은 2023년 9월 개관 이래 지난 8월 말까지 6만 5000여 명이 다녀갔고, 1만여 명이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개관 이후 매년 '국립충남기상과학관 골든벨'을 개최해 기상 상식을 전파하고 우수 학생에게 지방기상청장상을 수여하고 있으며 다가오는 10월 추석 연휴 때는 혜전대와 함께 '탄소중립 친환경 제품만들기'를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박종찬 대전지방기상청 기후서비스과장은 "국립충남기상과학관은 일기예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하고 카메라 앞에서 기상캐스터가 되어보는 체험도 가능해 교육청 인가 진로체험의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라며 "기후위기에 대해 체험으로 익힐 수 있고 부모와 자녀가 방문하면 날씨부터 지구 그리고 우리의 미래에 대해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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