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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에서도 추석(중추절, 한가위)은 중요한 명절 중 하나였다. 추석 당일 조선 왕실에서는 왕과 왕비, 여러 신료들이 참여하는 의례와 잔치, 제사 등이 치러졌다. 금상진 기자 |
추석 당일 조선 왕실에서는 보통 제례를 올렸다. 추석이 다가오면 왕실은 필히 조상의 위패가 모셔진 종묘(宗廟)나 사당(왕실 사당)에서 제사를 준비했고 당일 제사의 주례는 왕이 직접 참여하거나 어가(御駕)를 통해 의식을 주재했다. 제사에는 예(?)의 규범이 엄격히 지켜졌고, 제사상(祭床), 제물(祭物) 준비에 있어 음식, 제사의 절차, 예복(의복), 향(香), 술(酒) 등이 규정대로 준비됐다. 예복은 관복이나 제사용 의복을 갖추고, 신료들도 참가했다.
제사를 올린 뒤에는 뒤풀이 행사로 잔치가 열리는 경우가 있었고, 음식을 나누어 먹거나, 음악, 무용, 노래, 악기 연주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실록에도 일반적인 행사의 음식보다 다양했고 평소보다 많은 종류의 전(煎), 과실(果實), 떡, 과자, 유밀과(油蜜果) 같은 달콤한 과자류 등이 준비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추석 당일 왕이 어떻게 보냈다" 같은 구체적 일정은 왕마다, 시대마다 다르고 기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왕실의 추석 풍경이 가장 자세하게 묘사된 부분은 조선 영조때이 기록으로 영조 37년(1761) 8월 15일 추석제에 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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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에서도 추석(중추절, 한가위)은 중요한 명절 중 하나였다. 추석 당일 조선 왕실에서는 왕과 왕비, 여러 신료들이 참여하는 의례와 잔치, 제사 등이 치러졌다. 금상진 기자 |
제사가 끝난 뒤에 능 위를 봉심(奉審)하고 난간석 앞에 잠시 부복하였다가 소차(小次)로 돌아와 지의(地衣) 위에 앉았다. 도승지가 방석에 오를 것을 청하니 임금이 허락하였다. 이어 홍살문에 나아가 사릉례(辭陵禮)를 행하였다. 임금이 아청색 융복(鴉靑戎服)을 갖추고 동구(洞口) 밖에 이르러 말을 탔다. 그리고 능관(陵官)에게 하교하기를,
"내가 비록 돌아가지만 마음은 상설(象設, 제향 장소)에 매여 있다.
능 위 사초가 엉겨 붙은 곳은 다시 파종하고, 봉현(蜂峴)이 몹시 긴절하니 자주 가서 보아 금단의 방도를 삼으라." 하였다. (중략)
위 기록은 1761년 영조가 직접 명릉에 가서 추석제(秋夕祭)를 집행한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제사 복장·절차(망릉례, 제사, 사릉례) → 능 관리 지시 → 관리·군사에 대한 하사 → 돌아오는 길의 민원 처리 → 창덕궁 환궁까지 이어지는 '왕실의 추석' 하루 일정이 상세히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왕실에서의 추석은 매우 중요한 행사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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