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부활한 부여 ‘역사문화행렬’, 백제문화제가 다시 세운 천년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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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부활한 부여 ‘역사문화행렬’, 백제문화제가 다시 세운 천년의 품격

왕과 백성이 함께한 행렬, 부여 도심을 가득 메운 역사와 감동의 발걸음 .장관'...세월을 넘어 무대에 선 참여자들의 뭉클한 눈물, 모두가 하나 된 백제문화제의 순간

  • 승인 2025-10-11 15:35
  • 수정 2025-10-11 17:12
  • 김기태 기자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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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백제문화제 수륙재 현장에서 스님들이 법의(法衣)를 갖춰 입고 천도 의식을 봉행하고 있다.
백제문화제 폐막을 하루 앞둔 10월 11일, 모처럼 화창한 가을 하늘 아래 부여 시가지는 천년의 기억으로 물들었다. 오랜만의 맑은 날씨 속에서 부소산 낙화암과 구드래, 백마강 일대는 과거와 현재가 맞닿은 감동의 무대로 변했다.

낙화암 옆 구드래에서는 불교의 천도 의식 '수륙재(水陸齋)'가 봉행됐다. 물과 땅을 떠도는 모든 영혼을 위로하는 이 전통 의례는 1955년 제1회 백제문화제에서 '삼천궁녀 위령제'와 함께 시작된 이후, 오늘날까지 백제문화제의 상징적 의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범패 소리와 향로의 연기가 백마강 물결 위로 퍼지며, 백제의 왕도와 고혼을 어루만지는 장면은 방문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한편 황돛단배 선착장에는 낙화암을 바라보려는 인파가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고, 13ha 규모의 코스모스 단지에는 분홍빛 물결이 출렁이며 관광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가을 햇살 아래에서 추억을 남기며, 부여의 가을은 어느 해보다 풍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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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회 백제문화제 기간 중 부여 시가지에서 열린 '역사문화행렬' 장면.
이날 부여 시내에서는 8년 만에 부활한 '역사문화행렬'이 장대한 퍼레이드로 펼쳐졌다. 농악대의 흥겨운 북소리가 축제의 서막을 열었고, 왕과 왕비를 태운 마차가 군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시가지를 천천히 돌았다. 600여 명이 참여한 행렬은 백제의 왕실과 백성, 예술단과 시민이 어우러진 거대한 역사극이었다.



거리 곳곳에는 수많은 군민과 관광객이 몰려 환호와 박수로 행렬을 맞이했다. 어린이들은 "왕이다"를 외치며 손을 흔들었고, 노인들은 "그 시절이 생각난다"고 했다.

70세가 넘은 군민들도 다시 그 자리에 섰다. 이들은 학생 시절 백제문화제에 참여했던 인물들로, 반세기를 넘어 역사 속 길을 다시 걸으며 감격했다.

한 참여자는 "그때 입었던 복장이 아직도 생생하다. 오늘 이 길을 다시 걷게 되어 백제가 내 삶 속에서 되살아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다. 폴란드와 일본 등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부여의 백제문화제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역사"라며 감탄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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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회 백제문화제 기간 중 부여 시내를 행진하는 역사문화행렬을 주민들이 도로변에서 지켜보고 있다.
행렬을 지켜본 박정현 부여군수는 "8년 만에 다시 열린 역사문화행렬은 백제문화제의 혼을 되살린 상징적인 장면이었다"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군민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문화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수륙재와 역사행렬이 함께한 오늘의 부여는 백제의 정체성과 현재의 문화가 만나는 자리였다"며, "이 감동이 내일의 부여를 움직이는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제71회 백제문화제는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백제문화단지와 부여 시내 일원에서 개최된다.


부여=김기태 기자 kkt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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