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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백제문화제 수륙재 현장에서 스님들이 법의(法衣)를 갖춰 입고 천도 의식을 봉행하고 있다. |
낙화암 옆 구드래에서는 불교의 천도 의식 '수륙재(水陸齋)'가 봉행됐다. 물과 땅을 떠도는 모든 영혼을 위로하는 이 전통 의례는 1955년 제1회 백제문화제에서 '삼천궁녀 위령제'와 함께 시작된 이후, 오늘날까지 백제문화제의 상징적 의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범패 소리와 향로의 연기가 백마강 물결 위로 퍼지며, 백제의 왕도와 고혼을 어루만지는 장면은 방문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한편 황돛단배 선착장에는 낙화암을 바라보려는 인파가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고, 13ha 규모의 코스모스 단지에는 분홍빛 물결이 출렁이며 관광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가을 햇살 아래에서 추억을 남기며, 부여의 가을은 어느 해보다 풍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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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회 백제문화제 기간 중 부여 시가지에서 열린 '역사문화행렬' 장면. |
거리 곳곳에는 수많은 군민과 관광객이 몰려 환호와 박수로 행렬을 맞이했다. 어린이들은 "왕이다"를 외치며 손을 흔들었고, 노인들은 "그 시절이 생각난다"고 했다.
70세가 넘은 군민들도 다시 그 자리에 섰다. 이들은 학생 시절 백제문화제에 참여했던 인물들로, 반세기를 넘어 역사 속 길을 다시 걸으며 감격했다.
한 참여자는 "그때 입었던 복장이 아직도 생생하다. 오늘 이 길을 다시 걷게 되어 백제가 내 삶 속에서 되살아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다. 폴란드와 일본 등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부여의 백제문화제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역사"라며 감탄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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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회 백제문화제 기간 중 부여 시내를 행진하는 역사문화행렬을 주민들이 도로변에서 지켜보고 있다. |
한편 제71회 백제문화제는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백제문화단지와 부여 시내 일원에서 개최된다.
부여=김기태 기자 kkt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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