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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뮬리<제공=합천군> |
황강을 따라 안개가 걷히면 핑크빛 들판이 얼굴을 드러내고, 산자락에는 은빛 억새가 파도처럼 일렁인다.
군은 이번 달 '핑크뮬리', '황매산 억새축제', '합천황토한우축제', '대장경기록문화축제'까지 네 가지 축제를 잇따라 열어 가을 손님을 맞이한다.
합천읍 황강변 신소양체육공원에서는 핑크뮬리와 코스모스, 구절초, 아스타국화가 물결처럼 피어 있다.
햇살이 비추면 핑크빛 잔털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사람들은 그 속을 천천히 걷는다.
SNS에서 '합천의 핫스팟'으로 불리는 이곳에서는 화관 만들기, 즉석사진 인화, 플리마켓이 열리며 '핑크마켓'의 활기가 가을 오후를 물들인다.
한 장의 사진이 추억이 되고, 그 추억이 합천 풍경을 완성한다.
황매산으로 시선을 돌리면, 하늘과 맞닿은 1108m 능선 위로 억새가 끝없이 펼쳐진다.
해발 900m 황매평원에 은빛이 가득 찬 억새밭은 바람이 불 때마다 파도처럼 흔들리고, 그 속을 걷는 사람들은 한 장면 영화가 된다.
10월 18일부터 열리는 '황매산 억새축제'에서는 도슨스 투어, 나눔 카트 투어, 버스킹 무대가 이어지고, 가을 공기는 음악처럼 부드럽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도서존과 북시네마가 등장하고, 억새 사이로 들리는 웃음이 황매산 바람과 섞여 흘러간다.
황토한우의 향이 퍼지는 곳에서는 미식 축제가 열린다.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합천군민체육공원 잔디광장에서 펼쳐지는 '합천황토한우축제'는 한우 굽는 연기와 함께 사람들 입맛을 사로잡는다.
황토를 먹고 자란 합천한우는 깊은 풍미로 유명하며, 시식 행사와 직거래 판매장이 마련돼 미각의 즐거움을 더한다.
고기 굽는 냄새가 바람을 타고 흐르고, 낯선 이들도 금세 웃으며 어울린다.
그리고 마지막은 천년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해인사와 대장경테마파크 일원에서 열리는 '대장경기록문화축제'는 꽃과 국화분재, 전통 체험이 어우러져 세월의 무게를 품는다.
팔만대장경이 새겨진 나무판 사이로 햇빛이 스며들고, 천년 숨결이 바람에 실려온다.
기록은 돌보다 오래 남고, 글자는 사람보다 깊이 새겨진다.
그 자리에 선 사람들은 시간을 보는 듯, 침묵 속에서 역사를 듣는다.
김윤철 합천군수는 "10월의 합천은 오감을 깨우는 계절"이라며 "자연과 문화,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가 군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행복한 추억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을 끝자락에서 합천은 하나의 영상처럼 흐른다.
핑크빛이 서두를 열고, 은빛 억새가 중간을 채우며, 천년 나무결이 마지막 장면을 닫는다.
그 길 끝에는, 다시 합천으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남는다.
합천=김정식 기자 hanul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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