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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근수 한국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 농지은행관리부장 |
추수는 끝이 아니라, 땅이 숨을 고르며 새로운 생명을 품는 출발점이다. 농사가 순환을 통해 이어지듯, 농지도 세대를 건너 이어질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지킬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농지의 흐름과 순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농촌의 고령화가 지속되면서, 앞으로 농지를 어떻게 활용하고 누가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쪽에서는 오랜 세월 농업을 지켜온 세대가 경영을 정리하려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농업에 도전하려는 청년들이 초기 농지를 확보하지 못해 진입의 문턱에서 좌절을 겪는다.
이러한 구조가 해소되지 않으면 농지는 제때 활용되지 못하거나 다른 용도로 전용될 위험에 놓이게 되고, 농업 기반 또한 흔들릴 수 있다.
농어촌공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지은행을 운영한다. 이 제도는 농지를 공공의 관리체계 안에서 순환시켜 농사를 이어가려는 이에게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농지이양은퇴직불사업은 은퇴를 준비하는 농업인이 농지를 합리적으로 이양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농지매입비축 및 맞춤형 농지지원사업을 통해 확보된 농지는 청년창업농과 2023세대에게 우선적으로 임대하거나 매매되어 다음 세대의 경영 기반으로 이어진다. 이는 농지를 단순히 사고파는 대상이 아니라,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지탱하는 국가적 자산으로 관리하는 구조다.
이러한 순환은 현장에서 실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평생 농사를 지어온 세대는 농지가 공익적으로 쓰인다는 점에서 신뢰를 갖게 되고, 청년농은 자본 부담 없이 농업의 길을 시작할 기회를 얻고 있다.
농지는 단순한 토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삶을 일궈온 터전이자, 경험과 기술이 담긴 자산이며,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의 기반이다.
수확의 계절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인 동시에,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는 출발점이다. 농지가 멈추지 않고 이어질 때 농업은 지속되고, 농촌의 미래도 단단히 세워진다. 땅의 순환이 곧 농업의 순환이며, 농업이 이어질 때 우리의 삶과 공동체 역시 이어진다. 지금이야말로 농지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전근수 한국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 농지은행관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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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붕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