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141. 이론적으로 분석한 윤석열의 '자유주의'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141. 이론적으로 분석한 윤석열의 '자유주의'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5-10-30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반복해서 '자유' 또는 '자유주의'를 강조했습니다. 그의 정치적 언어에서 매우 핵심적인 가치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취임 이후 실제로 보여준 정치적 행보, 특히 '12·3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파면 사태를 보면서 이론상 강조했던 자유주의 가치와 실제 행동 사이에 뚜렷한 모순이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무려 35번 언급하였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본적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그리고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거나 "자유의 가치에 대한 재발견"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요. 이것으로 보아 그의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 시장의 자유,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등을 중시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런데 그가 실제로 행한 조치와 그 행동은 어땠습니까? 2024년 12월 3일 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그 선포문에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 있었고, 계엄 선포 직후 군의 국회 진입 시도, 정치활동 제한, 언론·출판 통제, 파업·집회 금지 조치 등이 포함된 포고령이 발령되었습니다. 이후 헌법재판소는 "계엄을 선포하기 위한 헌법과 법률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라고 판단했고, 결국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되었습니다.

자유주의에서 '자유'는 보통 개인의 권리, 정치적 표현 자유, 법 앞의 평등, 시장과 시민 사회에서의 자유로운 활동을 의미합니다. 윤 전 대통령도 이러한 가치를 강조했지요. 그러나 실제로는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비상 권력이 발동됐고 국회·언론·출판·집회 등이 제한될 수 있는 상태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이론적으로 볼 때 자유주의가 이상적으로 지향하는 '간섭 없는' 자유 혹은 시민적 자율과 충돌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유주의 체제에서는 권력의 행사가 법률과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하며, 특히 비상사태이더라도 권력의 남용을 막는 민주적 통제가 필수적입니다. 헌재의 판결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헌법·법률이 정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고, 국회의 권한 행사를 군사적으로 제압하려고 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본다면 자유주의가 지향하는 '법 앞의 자유', '의회와 언론을 통한 권력의 분산과 통제'라는 원칙과 모순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언어적으로는 자유의 확대, 시민 주권, 시장 자유 등이 강조되었지만 실제 행보에서는 비상 권력, 국가 중심 대응, 시민 사회의 자유 제약 가능성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모순이 있습니다. 정치적 담론에서는 자유주의의 핵심 원리인 개인의 자유·권리·시민 참여·시민 사회와 권력의 분산 등이 강조되었지만 계엄 선포라는 행위는 그 원리들을 역설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취임사의 자유는 주로 긍정적 맥락("자유를 확대하자")이었지만, 선포문에서 자유는 위기의 맥락("지켜야 할 자유", "제한될 수 있는 자유")으로 바뀌었습니다. 또한 자유를 기반으로 성장이나 번영을 설계하자는 언급이 많았음에도 실제 조치는 자유 확대보다는 통제 강화와 위기 대응 쪽에 무게가 실려있다는 것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왜 자유주의는 실패했는가'의 저자 패트릭 드닌 교수의 "자유주의는 성공할수록 실패한다"는 역설에서도 깨달아야 하듯이, 한국 정치 현실에서는 자유주의가 스스로를 완성해 나가는 내적 논리와 행동을 분명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19년만에 한국시리즈 안전관리 '비상'…팬 운집에 할로윈 겹쳐
  2. 대전교육청 교육공무직 명칭 '실무원'→ '실무사'… "책임성·전문성 반영"
  3. 산학연협력 엑스포 29~31일 대구서… 지역대 ‘라이즈’ 성과 한자리에
  4.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한화 팬들의 응원 메시지
  5. 한화 이글스 반격 시작했다…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에 7-3 승리
  1. 금강 세종보' 철거 VS 가동'...시민 여론 향배는 어디로
  2. [편집국에서] 설동호 대전교육감의 마지막 국정감사
  3. 대전 유성 엑스포아파트 재건축 지구지정 입안제안 신청 '임박'
  4. [썰] 전문학, 내년 지선서 감산 예외 '특례' 적용?
  5. 신탄진역 '아가씨' 성상품화 거리 대응 시민들 31일 집결

헤드라인 뉴스


긴장 풀려다 병 얻을라… ‘수능약’ 부작용 주의보

긴장 풀려다 병 얻을라… ‘수능약’ 부작용 주의보

수능 시험을 앞두고 '수능약' 혹은 '면접약'으로 불리는 일부 약이 학부모, 면접을 앞둔 취업준비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시험 당일 긴장을 완화해 주고 떨림이나 가슴 두근거림을 줄여주는 데 효과가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인데, 심혈관 질환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을 불안 완화용으로 임의 복용하는 것은 부작용 위험이 크다는 게 약사의 설명이다. 29일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에 따르면, 고혈압이나 부정맥처럼 교감신경의 작용을 차단하는 전문의약품을 시험과 면접을 긴장을 완화시킬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 주의가 요구된다. 대표적으로 인데놀정(..

[2025 경주 APEC] 한미정상회담서 난항 겪던 한미 관세협상 타결
[2025 경주 APEC] 한미정상회담서 난항 겪던 한미 관세협상 타결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인 29일 한미 정상이 만나 난항을 겪던 한미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대미 금융투자 3500억 달러(497조700억원) 중 2000억 달러(284조1000억원)는 현금으로 투자하되,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28조4040억원)으로 제한하는데 합의했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29일 오후 경북 경주에 마련된 ‘2025 경주 APEC 국제미디어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미관세 협상 세부내용을 합의했다"며 협상 내용을 발표했다. 세부 내용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3500억..

때 아닌 추위에 붕어빵 찾는 발길 분주… 겨울철 대표 간식 활짝
때 아닌 추위에 붕어빵 찾는 발길 분주… 겨울철 대표 간식 활짝

10월 최저기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이른 추위가 찾아오면서 겨울철 대표 간식 '붕어빵'을 찾는 발길이 분주하다. 예년에는 11월 말부터 12월 초쯤 붕어빵이 모습을 드러내지만, 올해는 때이른 추위에 일찌감치 골목 어귀에서 붕어빵을 찾는 손님들이 늘어나고 있다. 29일 대전 최저기온이 5도를 가리키는 등 날씨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겨울철 대표 간식인 붕어빵이 지역 상권마다 등장하고 있다. 올해는 예년보다 한 달 먼저 장사를 시작한 김 모(41) 씨는 "보통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지면 붕어빵 장사를 했지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겨울철 대비 제설작업 ‘이상무’ 겨울철 대비 제설작업 ‘이상무’

  • 중장년 채용박람회 구직 열기 ‘후끈’ 중장년 채용박람회 구직 열기 ‘후끈’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한화 팬들의 응원 메시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한화 팬들의 응원 메시지

  • 취약계층의 겨울을 위한 연탄배달 취약계층의 겨울을 위한 연탄배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