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과잉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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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과잉 의료

이근찬 우송대 보건의료경영학과 교수

  • 승인 2025-12-09 10:38
  • 신문게재 2025-12-10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이근찬
이근찬 우송대 보건의료경영학과 교수
필자의 가족이 수영장에서 다른 사람과 부딪쳐서 코뼈가 부러졌다. 119를 불러서 급하게 근처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았다. 수술을 결정하기 전 엑스레이, CT를 찍고 코뼈 골절을 확인하고, 다른 부위에는 이상이 없을 것을 확인했다. 수술을 받는 날 입원 수속하면서, 원무과 창구에서 비급여로 MRI를 촬영하겠다는 동의서를 받는다고 동의하는 사인을 하게 했다. 코뼈 골절은 깨진 뼈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시술로 좌우 비틀림 교정, 함몰된 부분 들어오기, 코배 모양의 대략적 균형 회복 등을 목적으로 하는 비수술적 치료이다. 이런 수술을 하는 데, 각종 영상진단을 본인 부담 100%로 50여 만원이 드는 MRI를 해야 하는지, 제대로 되는 설명이 없었다.

수술하기 전에, 동의서 거부하고 촬영하지 않겠다고 하면, 얼굴 부위에 수술하는 환자 입장에서 혹시 밉보이지 않을까 하는 부담에 동의하게 된다. 챗GPT에 물어봐도 코뼈 골절의 표준 진료는 CT가 기본이고, 피부나 연골에 평가에 민감한 MRI는 예외적 적응증이 있을 경우에 하도록 되어 있다. 수술 마치고 퇴원하는 날, 시술한 의사가 회진 왔을 때, MRI 촬영한 결과가 어땠는지 물어봤다. 의사는 특별한 사항 없었다는 간단한 말을 해 주었다. 과잉의료다.

과잉의료는 의학적으로 꼭 필요하지 않은 검사와 시술이 이뤄지는 상황을 말한다. 환자의 증상과 예후를 바꾸지 못하거나, 오히려 비용과 위험만 늘리는 경우다. 한국은 CT·MRI 촬영 건수가 OECD 평균보다 크게 높은 나라로 보고된다. 2019년 기준 CT는 OECD 평균의 1.5배, MRI는 2배 수준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장비와 인력이 많아 '검사를 못 해서' 문제가 되는 나라가 아니라, '해야 하는지 애매한 검사까지 하는' 쪽으로 기울기 쉬운 환경인 셈이다. 여기에 행위별 수가제, 장비 투자비 회수 압박, 방어진료 심리, 검사에 대한 환자의 막연한 기대가 겹치면 과잉의료는 하나의 관행이 된다.

이런 관행은 단지 돈만 더 내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첫째, 위험이 있다. CT처럼 방사선 노출이 있는 검사는 불필요한 촬영이 누적될수록 장기적인 건강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가 반복해서 나오고 있다. 둘째, 과잉진단 문제다. 애매한 영상 소견 하나가 또 다른 정밀검사·시술·추적검사를 불러오면서, '검사를 위한 검사'라는 연쇄를 만드는 사례가 보고된다.

한국의 경우 무엇이 특히 문제일까? 첫째, 환자-의사 관계의 비대칭성이 크다. 환자는 병원 진료실 문을 들어가는 순간, 정보와 권한에서 열세 위치에 선다. 설명이 다소 모호해도, "혹시 모르니 한 번 찍어보시죠"라는 말에 끌리기 쉽다. 둘째, 진료실 밖에서 이뤄지는 '원무과 동의' 관행이다. 수술 동의서, 입원 서류와 뒤섞여 수십만 원짜리 비급여 검사가 '패키지'처럼 제시되면, 환자는 충분한 설명을 듣고 숙고할 기회를 갖기 어렵다. 셋째, 과잉의료를 줄이는 제도적 장치와 문화가 아직 약하다. 해외에서 시작된 현명한 선택(Choosing Wisely) 같은 캠페인을 통해 각 학회가 '하지 말아야 할 검사·치료 목록'을 스스로 만들고, 환자도 이에 근거해 질문하도록 돕는다. 한국에서도 대한민국의학한림원에서 운영하는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지만, 아직 진료현장에서 체감되기에는 부족하다.

그럼 환자로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과잉의료를 막는 첫 번째 장치는 "이 검사가 제 치료 계획을 실제로 어떻게 바꾸나요?"라고 묻는 것이다. 이 검사를 안 하면 놓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결과에 따라 수술 여부나 방법이 실제로 달라지는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설명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환자가 묻고, 의사가 설명하고, 병원이 데이터에 근거해 자신들의 검사·시술 패턴을 돌아보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비로소 과잉의료는 줄어든다. 코뼈 골절 하나를 계기로, 우리 의료체계의 과잉을 비추어 보는 일은 개인의 경험을 넘어, 의료자원의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이근찬 우송대 보건의료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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