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미술관, 이종수 도예 반세기를 다시 읽다…16일 전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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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미술관, 이종수 도예 반세기를 다시 읽다…16일 전시 개최

이응노미술관 1월 16일부터 3월 22일까지 이종수 회고전 개최

  • 승인 2026-01-08 17:16
  • 신문게재 2026-01-09 9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포스터 이미지
이응노미술관이 1월 16일부터 3월 22일까지 개최하는 '이종수 - Clay, Play, Stay' 전시 포스터./사진=이응노미술관 제공
대전의 이응노미술관이 2026년을 여는 첫 기획전으로 한국 현대 도예의 중요한 궤적을 다시 불러낸다.

오는 1월 16일부터 3월 22일까지 열리는 '이종수 - Clay, Play, Stay'는 흙과 불이라는 근원적 재료를 매개로 반세기 넘는 시간을 도예에 바친 도예가 이종수(1935~2008)의 작업 세계를 조망하는 회고전이다.

이번 전시는 완결된 결과로서의 작품을 나열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제작의 과정과 반복, 기다림과 시간의 축적 속에서 형성되어 온 이종수 도예의 본질을 차분히 따라간다.

특히 2026년 대전에 '이종수 도예관'이 착공될 예정인 시점을 앞두고 열리는 전시라는 점에서 그의 작업을 다시 현재의 시점에서 호명하는 출발점이라는 의미도 함께 지닌다.

이종수는 평생 흙과 불이라는 두 요소에 천착하며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 왔다. 그의 작업은 지역의 토양과 기후, 그리고 손과 시간의 반복적 관계 속에서 형성되었다. 흙은 땅의 기억을 품고 있고, 불은 그 기억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다는 인식 아래, 그는 도자를 자연을 재현하거나 장식하는 대상으로 다루기보다 재료와 과정이 함께 만들어내는 상태로 받아들였다. 유약의 흐름이나 소성 중 발생하는 변화, 표면에 남는 균열과 번짐은 통제해야 할 변수가 아니라 작품의 일부로 존중되었다.

이종수의 도예는 단번에 형태를 완결하는 기술적 성취라기보다 흙이라는 물질과 오랜 시간 관계를 맺어온 축적의 기록에 가깝다.

1. 이종수, 겉터진 항아리, 2007, 점토질, 28x29cm
이종수, 겉터진 항아리, 2007, 점토질, 28x29cm
전시는 이응노미술관 2~4전시장에 걸쳐 총 40여 점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2전시장에서는 불의 작용과 비의도성의 미학이 집중적으로 다뤄진다. 이종수는 현대적인 가스가마 대신 직접 흙벽을 쌓아 올린 오름새가마를 고집하며 작업을 이어왔다. 그에게 가마는 단순한 제작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의지와 자연의 힘이 정면으로 맞닿는 장소였다. 가마 속의 불길은 인간의 계산과 계획을 끝내 벗어나며, 그 안에서 유약은 흘러내리고 응결하고, 때로는 표면이 갈라지거나 스며든다. 동일한 조건은 반복될 수 없고, 매번의 소성은 하나의 사건처럼 고유한 시간을 통과한다. 이종수는 이러한 결과를 실패나 우연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불의 작용과 재료의 반응이 만들어내는 비의도적 생성의 흐름을 작업의 중심으로 받아들이며, 인간의 의지와 자연의 개입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자신의 조형 언어를 정련해 왔다.

2. 이종수, 겨울열매, 점토질, 2001, 50x49cm
이종수, 겨울열매, 점토질, 2001, 50x49cm
'겉터진 항아리(2007)', '겨울열매(2001)' 등은 이러한 태도가 응축된 작품들이다. 작품 표면에 남은 균열과 색의 미묘한 변조는 작가의 손길만으로 완성된 흔적이 아니다. 불과 흙, 시간과 열이 함께 개입한 결과이자 자연과의 공모 속에서 태어난 형상이다. 이종수의 도자는 완결된 형태이면서도 언제나 과정의 기억을 품고 있다. 작품 하나하나가 한 번의 소성과 기다림이 축적된 기록이 되며, 감상자는 표면에 남은 흔적을 따라가며 가마 안에서 발생한 미세한 변화와 긴장, 인간의 의지가 자연의 섭리와 맞닿는 순간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3. 이종수, 비둘기 한 쌍, 2005, 점토질, 32x16x24cm
이종수, 비둘기 한 쌍, 2005, 점토질, 32x16x24cm
3전시장에서는 이종수 도예 세계에 깃든 해학과 변주의 미학이 펼쳐진다. 그의 도자기는 완벽한 대칭이나 규범적 비례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비틀린 형태와 균형에서 살짝 벗어난 곡선, 거칠고 불균질한 표면을 통해 흙과 불이 만들어내는 우연의 흔들림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여기서 드러나는 미묘한 일탈은 결함이나 미완이 아니라 재료와 과정이 개입한 흔적으로서의 유머이자 인간적인 따뜻함이다. 그는 전통적인 도예 기법을 기반으로 동일한 형식의 기물을 반복 제작하면서도 그 안에서 끊임없는 변주를 시도했다. 곡선의 미세한 흐름과 비례의 차이, 유약의 번짐에 따라 하나의 형식은 매번 다른 표정을 획득한다.

4. 이종수, 잔설의 여운, 점토질, 1996, 43x37cm
이종수, 잔설의 여운, 점토질, 1996, 43x37cm
'비둘기 한 쌍(2005)', '잔설의 여운(1996)' 등에서 확인되는 이러한 차이는 작가가 모든 것을 통제한 설계의 산물이라기보다, 흙과 불, 공기의 반응을 존중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이종수의 도자기는 규칙보다 리듬을, 완결보다 과정성을 드러내며 도자는 불의 예술이며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그의 인식처럼 시간이 겹겹이 스며든 결과물로 선다. 이 과정에서 그의 도예는 엄숙한 조형 언어를 넘어 삶의 불완전함을 긍정하고 함께 나누는 예술의 가능성을 드러낸다.

마지막 전시장은 이종수와 고암 이응노의 예술 세계가 매체를 넘어 공명하는 지점을 다룬다. 비록 이들이 다루는 재료는 먹과 종이, 흙과 불로 서로 다르지만, 자연을 정복하거나 복제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기운과 리듬이 흐르는 장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두 작가의 예술적 태도는 깊은 유사성을 지닌다. 이응노는 서예와 회화가 한 뿌리에서 나온다는 동아시아 미학의 감각을 바탕으로 붓질을 형태의 복제가 아닌 움직임과 호흡의 흔적으로 확장해 왔다. 그의 문자추상과 군상 연작에서 보이는 자유로운 필치와 생동하는 기운은 화면을 정교하게 통제하기보다 행위가 만들어내는 밀도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다.

이종수 역시 흙과 불, 공기와 시간이 서로 작용하며 만들어내는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며 결과를 미리 규정하지 않았다. 그의 작품에서 형태는 계획의 산물이 아니라 재료와 행위가 맞물리는 시간 속에서 서서히 길어 올려진다. 이 지점에서 두 작가는 각기 다른 재료를 다루면서도 재료의 성질과 흐름을 존중하고 그에 응답하는 태도를 공유한다. 도자와 회화는 완성된 순간 멈춰버린 오브제를 넘어 표면 아래 스며든 감각과 시간의 층위가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머무름의 미학을 보여준다.

전시명 'Clay, Play, Stay'는 이러한 이종수의 작업 세계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Clay는 그가 평생 천착해 온 존재의 근원으로서의 흙이며, Play는 손과 시간, 불의 리듬 속에서 형태를 시험하고 조정해 온 지속적인 탐구의 과정이다. Stay는 그렇게 축적된 시간이 표면과 형태에 머물러 남긴 자리로, 완결된 오브제가 고정된 순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감각의 층위를 품고 지속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종수의 도예에서 형태는 단번에 결정되지 않는다. 만들고, 고치고, 다시 세우는 반복 속에서 조형은 서서히 윤곽을 얻으며, 그 과정 자체가 작품의 일부가 된다.

이러한 머무름의 개념은 작품을 넘어 작가의 삶과 지역의 시간으로 확장된다. 이종수의 전 생애를 거쳐 간 대전에 2026년 '이종수 도예관'이 첫 삽을 뜨는 시점에서, 이번 회고전은 그의 작업을 다시 또렷하게 기억하는 자리다. 지역의 토양과 기후 속에서 형성된 그의 조형 언어는 이제 한 장소에 머물며 축적될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이응노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이종수 도예가 지닌 물질적 깊이와 축적의 미학을 재조명하고, 한국 현대 도예의 또 다른 계보를 동시대적 시각에서 제시한다.

이갑재 이응노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흙과 불, 시간과 기다림 속에서 형성된 이종수의 조형 세계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시간이 어떻게 하나의 형상으로 축적되는지를 사유하는 자리"라며 "이응노미술관을 통해 지역에 뿌리내린 예술가의 작업이 지닌 깊이와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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