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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시골길을 지나는데 어디선가 은은한 사과향이 느껴졌다. 창밖으로는 사과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고, 그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아, 이곳은 사과가 참 많이 나는 곳인가 보다.'
예산에서 생활하다 보니 사과를 가까이에서 접할 일이 많았다. 집 앞에도 사과농장이 있고, 출퇴근길 양옆으로도 크고 작은 사과밭이 이어졌다.
특히 좋았던 것은 집 앞 농장에서 흠집이 있거나 땅에 떨어져 상품으로 판매하기 어려운 사과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모양은 조금 못생겼어도 맛은 참 좋았다. 농장에서 갓 나온 신선한 사과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예산에서 살아가는 작은 행복 중 하나다.
사과가 빨갛게 익어가는 계절이면 길가 가까이에서도 탐스럽게 열린 사과를 볼 수 있다. 잘 익은 사과가 땅에 떨어져 있어도 함부로 가져가는 사람이 없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농작물을 소중히 여기고 다른 사람의 것을 존중하는 시골의 정서를 느낄 수 있어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한번은 집 앞 사과농장에서 일손이 필요하다고 해서 잠시 일을 도와드린 적이 있다. 직접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사과를 하나씩 따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사과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손으로 따야 했고,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그날 이후 마트에서 아무렇지 않게 집어 들던 사과 한 알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사과 한 알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농부의 정성과 수많은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 예산에 왔을 때 이곳은 그저 낯선 시골이었다. 하지만 해마다 사과꽃이 피고, 작은 열매가 맺히고, 가을이면 사과가 빨갛게 익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살아가다 보니 어느새 이 풍경이 익숙해졌다. 출퇴근길에 만나는 사과밭과 계절마다 달라지는 들판은 이제 내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한국에 처음 온 날 맡았던 예산의 사과향. 그때는 잠시 머물다 지나갈 낯선 곳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곳에서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예산에 조금씩 정이 들었다.
이제 사과향이 나는 예산은 나에게 단순히 살아가는 곳이 아니다. 낯선 곳에서 시작한 나의 새로운 삶이 쌓여 있는 곳이며, 어느새 마음속에 자리 잡은 두 번째 고향이 되어가고 있다.
현나 명예기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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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다문화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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