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합뉴스 |
땅강아지라는 동물이 있다. 지금은 좀체 보기 힘들다. 이는 토양 오염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땅강아지. 이름부터가 꽤 귀엽다. 생김새도 강아지처럼 앙증맞고 예쁘게 생겼다. 이 땅강아지란 놈은 장마철에 많이 볼 수 있었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은 매우 친숙한 동물이다. 70년때까지만 해도 여름만 되면 흔히 볼 수 있었다.
내가 살던 마을도 장마철만 되면 마을 앞 들판은 어김없이 홍수가 나서 물에 잠기곤 했다. 간밤 비가 폭포같이 쏟아지면 어른들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운다. 아예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우산을 쓰고 마을 정자나무 아래서 들판을 보며 조마조마 마음을 졸이곤 했다. 들판 한 가운데 흐르는 냇물이 넘쳐 둑이 터지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 해 농사는 망친다. 냇물과 맞닿는 금강도 누런 흙탕물로 넘쳐나면 몇몇 마을은 그야말로 물의 나라가 된다.
철 없는 아이들은 신나 어쩔 줄 모른다. 홍수가 나면 학교에서 등교하지 말라고 연락이 온다. 근심어린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물바다가 된 들판이 신기하고 재밌어 이리뛰고 저리뛴다. 온 들판이 물에 잠기면 야생동물들도 난리가 난다. 수많은 뱀들이 피난행렬을 이루듯 헤엄치며 물가로 기어오른다. 머리만 내밀고 'S'자로 헤엄치는 걸 구경하는 게 어찌나 심장 떨리게 재밌는 지 점심 때가 돼도 밥먹으러 갈 생각을 않았다.
땅강아지도 여태까지 어디에 숨었다 나타났을까. 수만 수천마리의 땅강아지가 바글바글했다. 아이들은 땅강아지들을 붙잡아 놀곤 했다. 누런 색의 앙증맞은 고 놈은 보기와는 다르게 힘이 세다. 손가락으로 꼭 쥐고 있으면 앞 발로 힘껏 손가락을 벌린다.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면 꼭꼭 무는데 간지럽다. 짧은 다리로 재빠르게 기어가는 모습은 빨빨거리는 강아지와 닮았다. 그래서 땅속에 사는 강아지라 해서 땅강아지라고 부르는 건지 모르겠다. 이 귀여운 놈들을 요즘은 볼 수가 없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