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화]누가 '선생님'하시라고 시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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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누가 '선생님'하시라고 시켰어요?

[중도시감]김의화 편집팀장

  • 승인 2010-07-22 15:43
  • 신문게재 2010-07-23 21면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장면 1. 병원 대기실에는 환자들로 북적인다. 진료실 문은 1, 2분 간격으로 열리며 환자들이 교체된다. 당신 차례가 왔다. 의사와 마주 앉았지만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당신의 하소연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건성으로 듣는다. 의사는 주사나 약 처방을 하고 외친다. “다음!” 그 소리는 당신더러 어서 나가라는 뜻이다.

▲ 김의화 편집팀장
▲ 김의화 편집팀장
“이봐요! 의사 선생! 나는 병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어요. 당신에게는 수 백 명 환자가운데 한 명이겠지만 나는 내 병에 대해 심각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의사의 역할에 대한 내 기대감은 변함이 없는데, 이렇게 기계적으로 환자를 대할 수 있습니까? 누가 억지로 의사하라고 시켰어요? 스스로 선택한 일 아닌가요?”

#장면 2. 장맛비가 퍼붓는 늦은 밤 만원버스. 누군가 벨을 눌렀다. 버스기사는 차를 세워 문을 열었지만 정작 내리는 사람은 없었다.

“누구야! 바빠 죽겠는데!”

“기사 아저씨! 지금 뭐라고 하신겁니까? 차창 밖은 어둡고 비가 내리다 보니 내려야할 곳을 착각해서 벨을 잘못 누를 수도 있잖아요. 잘못 눌려진 벨소리를 이해하는 일도 기본으로 감당해야하는 업무일텐데… 아닌가요? 우리가 아저씨 더러 버스기사 하라고 시켰습니까?”

두 이야기는 우화도 아니고 가상 소설도 아니다. 시간과 장소의 다름만 있을 뿐이지 실제 있었던 일이며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다.

의사와 버스기사는 그들 스스로 그리하겠다고 선택했던 직분(직업의 본분)을 다하지 않았다.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오장풍' 사건도 직분을 다하지 못한데다 '선생님'에 거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권리적 기대감을 저버린 채 '선생님 같기도, 선생님이 아닌 것 같기도 한' 한 사람이 저지른 일이다.

서울 모 초등학교의 '무림고수'인 오 모 교사는 자신의 손바닥으로 학생들을 추풍낙엽처럼 만들 수 있다며 내공 자랑을 서슴지 않았고 공포감을 자아내기위해 스스로 지었는지, 아이들이 붙여줬는지 간에 '오장풍'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동영상의 '오장풍'은 학생에게 싸대기(뺨때리기)는 기본이고 바닥에 내꽂기, 강력한 몸 흔들기 등 '필살기'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관련된 씁쓸한 이야기 중에는 학생들이 손전화를 못 가져오게 하는 유일한 이유가 선생들의 이러한 일탈행위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라고 단언하는 학부모도 있다.

지난 1970~80년대 일부 '무림고수' 선생들은 공사장 철근과 야구 방망이, 봉걸레 자루, 지휘봉까지 손에 잡히는 도구나 사지를 다 써가면서 '사랑의 매'를 학생들에게 선사했다. 작신 얻어맞아 피멍이 들어 집에 와서 부모님에게 선생의 만행을 고발한다 한들 '교육은 다 그래~!'라는 식이었다. 이를 오롯이 경험했던 7080세대들은 이번 사건을 '그깟 싸대기 정도'로 사소히 본다한들 낯설지는 않다.

그러나 '오장풍'의 폭력은 더 이상 교육도, 사랑도 아닐 뿐 더러 선생님이라는 이름값과 직분, 직업윤리마저 내팽개친 폭력 그 자체일 뿐이다. 자녀수가 적어 자식사랑이 유난하고 학교 현장의 일에 대해 다소 호들갑을 떠는 시대가 됐다고 양보한다 해도 이번 사건은 심각하다.

엄밀히 말하면 체벌이 교육이란 이름으로 둔갑해 자행됐던 그 때 그 시절이 잘못된 것이며 복합적인 시대상황 때문에 잘잘못을 분별하지 못했을 뿐이다. '오장풍'은 반복적인 습관으로 손바닥이 잠시 얼얼했겠지만 체벌을 당했던 그 아이는 신체외부의 생채기보다 정신적으로 깊은 내상을 입었다.

사건 뒤 서울시교육청은 독서나 봉사활동을 하게하는 대체체벌을 발굴하는 것을 비롯해 근본적으로 학생체벌을 금지하기위한 조례 제정에 착수했다.

공부 때문에 고통스럽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무상급식 대상자로 공개돼 창피를 당해야 하는데다 이제 '폭력의 공포'에 떨어야 하는 그 곳이 과연 학교인가?

니체는 가장 좋은 교육이란, 아이들에게 웃음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다. 웃음소리 만발한 교실을 위해서 이제는 교육의 본분, 그 참 뜻을 새겨봐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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