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생글생글 안희정의 ‘본색’은?

  • 오피니언
  • 데스크시각

[김학용]생글생글 안희정의 ‘본색’은?

[중도시평]김학용 논설위원

  • 승인 2010-07-27 18:53
  • 신문게재 2010-07-28 20면
  • 김학용 논설위원김학용 논설위원


안희정 충남지사는, 많은 사람들이 ‘안희정’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와 사뭇 다르다. 도지사 선거에 나설 때 그에겐 논쟁적이고 그래서 딱딱하고, 좀 차가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TV 토론에 나온 그는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생글생글 웃었다.

▲ 김학용 논설위원
▲ 김학용 논설위원
돌이켜보면, 말하는 내용도 과격하지 않았다. 전국 공통 이슈였던 세종시와 4대강 문제를 제외하곤 대체로 자기 주장을 강하게 펼친 편은 아니었다. 변화를 위한 새로운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과거 선배들의 노고를 무시하지 않았다. 당선되면 반드시 무엇을 해내겠다 식의 업적지향성 공약도 아니었다. 교육이나 복지에 더 힘쓰겠다는 정도였다. 그의 공약을 다시 뒤적여봐도 그렇다. 공약 내용들은 좀 추상적으로까지 보인다.

그가 내세울 주장과 공약이 없는 사람은 아니다. 그는 중3 때 ‘박정희 시해 사건’을 계기로 세상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고등학교 때는 ‘정치문제’에 직접 참여하다가 스스로 학교를 그만두었다. 대통령을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웠고, 권력자의 국정운영을 가까이서 관찰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도지사가 된 뒤에도 자기 얘기는 별로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얘기하는 방법인 ‘대화와 소통’ 그리고 이를 통한 ‘변화’를 말하고 있다.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섞여 줄을 서서 식판을 들고 배식을 받고,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로 지사 본인이 가서 업무보고를 받는다. 소통을 위한 노력이라고 측근들은 말한다.

그러나 충남도 공무원들은 아직 안 지사의 웃음을 편안하게 여기지 못하는 듯하다. 어떤 공무원은 도청 분위기를 '폭풍전야의 고요함'에 비유한다. 안 지사가 언젠가는 도청을 뒤집어 놓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안 지사도 자신이 한때 최고 권력의 최측근으로 영욕의 시간을 보낸, ‘보통은 아닌’ 사람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아무리 부드럽게 대해도 자신의 남다른 '과거'때문에 거리감 같은 게 느껴질 수 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떤 조직이든 개혁가가 수장(首長)이 되면 조직원들은 두려움을 갖는다. 도 공무원들은 안 지사가 ‘본색’을 감추고 있다면 하루빨리 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낫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사람은 상대를 안 뒤에 더 편안해지는 법이니까.

과연 안 지사의 ‘부드러운 리더십’은 전략인가? 그는 아직 ‘본색’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인가? 그는 정녕 언젠가 폭발하고야 말 신념에 찬 ‘개혁가’인가? 그래서 결국은 충남도 행정도 한번 뒤집고야 말 것인가?

그에게 선입견이 없지 않던 사람들이 여전히 갖고 있는 의문이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아직 의문은 여전하지만, 그의 주변 사람들이 그에 대해 남긴 말에서 의문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추측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안희정씨에게 가장 돋보였던 것은 역시 사람 관계였다. 여러 종류의 사람들 사이에서 다양한 갈등을 다독거리고 추슬러 아주 훌륭하게 이끌어간 사람”이었다고 평했다. 또 다른 인사는 “안희정은 언제나 밝은 얼굴 경쾌한 목소리였다”고 했다.

안 지사가 강조하는 대화와 소통은 원래 그의 방식이고, 생글거리는 모습도 그의 본래 얼굴이라는 말이 된다. 안 지사의 웃는 얼굴이 '전략'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안 지사는 대화와 소통의 노력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또 도 행정을 크게 바꾸는 게 기본 입장이겠지만 확 뒤집는 변화는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 지사의 웃음과 소통론은 자신이 꿈꾸고 있는 복지, 환경, 문화 분야 등의 진보적 가치에 대한 신념, 즉 자신의 '진짜 본색'을 실현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안 지사의 생글거리는 얼굴은 ‘전략’이 아닌 그의 ‘본색’으로 보이지만, 자신의 ‘진짜 본색’에 대해 경계심을 갖는 사람들에겐 이를 감추는 ‘정치적 수단’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설동호 체제 마무리…오석진號 대전교육, 무엇이 달라질까
  2. 잇단 비위 문제터진 대전경찰… 수사권 재편 과정 하락한 신뢰도 문제
  3. [한화에어로 참사] “사람은 안 늘고 일만 늘었다”…원가 절감 기조 도마 위
  4. 한화에어로 참사 일주일 만에 아워홈 용인공장서도 끼임 사고
  5. 민선 4대 세종시의회 10일 개회… 유종의 미 거둔다
  1. 대전국토청 ‘2026년 상반기 충청권 교통안전협의체’ 개최
  2. '반국가단체' 몰렸던 청람회… 대전지검, 45년 만에 무혐의 처분
  3.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4. 국방과 우주과학 기술과 전문가 대전서 총집합
  5.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현판식 및 전체회의

헤드라인 뉴스


삼전·하닉 충청권 투자 저울질…민선 9기 선제대응 시급

삼전·하닉 충청권 투자 저울질…민선 9기 선제대응 시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충청권 투자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지역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민선 9기 시도지사 당선인들의 선제 대응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반도체 투톱으로 글로벌 메모리 대표 기업의 투자를 유치할 경우 충청권이 한국 경제 견인을 위한 신성장 엔진으로 우뚝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기업 투자 유치 여부는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사실상 제동이 걸린 가운데 지역 미래 발전을 위한 중대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전력투구가 요구된다. 10일 정치권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와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도..

세종 첫 `Ready korea` 훈련…"열차 탈선에 항공유 폭발"
세종 첫 'Ready korea' 훈련…"열차 탈선에 항공유 폭발"

세종지역에서 처음으로 범정부 합동 복합재난 훈련 '레디 코리아'(Ready korea)가 실시됐다. 집중호우로 인한 열차 탈선과 이에 따른 폭발·누출 사고를 전제로 훈련이 진행됐는데, 대형·복합재난에 대한 지역 내 첫 범정부 대응체계 점검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훈련에는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기관과 세종시, 세종소방본부, 세종경찰청, 세종충남대병원, 한국철도공사, 한국전력공사, 대한적십자사, 32사단 등 25개 관계기관이 참여했다. 레디 코리아 훈련은 2023년 경기 성남 율현터널 고속철..

`대통령 세종 집무실` 당선작, 44일째 깜깜이… 재공모하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당선작, 44일째 깜깜이… 재공모하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건립이 2029년 8월 이후로 지연될 흐름에 놓이고 있다. 대통령실과 행복도시건설청간 조율 절차가 원활치 않으면서, 세종시와 지역 정치권의 능동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집무실 건립안은 문재인·윤석열 전 정부를 거치며 2027년 하반기 완공 목표로 제시됐으나, 정치적 격랑 아래 2030년 이후로 미뤄지는 수순을 밟아왔다. 새 정부 들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통해 다시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뜻을 피력하면서, 상황은 달라지는 듯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임기 말인 2029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

  • 놀이기구로 날리는 더위 놀이기구로 날리는 더위

  •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 ‘무럭무럭 자라거라’ ‘무럭무럭 자라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