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철]제3의 선택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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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제3의 선택을 그리며…

[목요세평]박영철 대전예술고 이사장

  • 승인 2010-07-28 14:11
  • 신문게재 2010-07-29 20면
  • 박영철 대전예술고 이사장박영철 대전예술고 이사장
최근 서울 마포에 지역구를 둔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이 적지않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야기를 듣자니 본인이 주도적으로 주최한 대학생 토론회의 뒤풀이 자리에서 일어난 일이라 한다.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필자는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박영철 대전예술고 이사장
▲ 박영철 대전예술고 이사장
아나운서를 희망하는 여학생에게 “너, 그거 하려면 다 줘야하는데, 그럴 수 있느냐?”라고 해 아나운서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잠재적 매춘부로 매도했고, 이 나라의 국가 수반까지 끌어들여 마치 대통령을 성희롱의 공범으로 몰고 갔으며, 동료의원을 술자리 유희의 대상으로 격하시켰다. 직접 읽어 보지는 못했지만, 그는 칼럼 등에서 유력한 여성 정치지도자 몸을 소재로 칼럼을 썼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거나 약간이라도 비슷한 뉘앙스가 있었다면 마땅히 본인 스스로 그 직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다.

그는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변호사며, 한 여자의 남편이고 아이의 아버지일 것인데 사실일 경우 책임을 회피하면 안될 것이다. 혹자는 그의 발언이 취중 실언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나 이는 실언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그의 사고내에 잠재돼 있던 생각이 말로 표현됐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성별은 여성과 남성, 둘로 나뉘어 있다.

물론 성적 정체성이 불분명한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 역시 남성적 여성, 혹은 여성적 남성으로 양분돼 있다. 그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 세상의 반, 혹은 그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 전체에 대해, 한낱 놀이갯감 내지 성적 유희의 대상으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편견, 여성 정치인에 대한 선입관 등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을 탓하기 전에 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인성에 대해 의심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그것을 한창 꿈을 갖고 이 세상에 첫 발을 내디디려 하고 있는 대학생을 상대로 한 것은 언어적 폭력을 넘어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 것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그 말을 들은 대학생이 가져야할 세상에 대한 부정적 시각, 국회의원 등 정치인에 대한 인식, 기성세대에게 가질 수 있는 거부감 등은 그 자리에 있었던 대학생들의 가슴 속에 지워지지 않을 상처로 남을 뿐 아니라 향후 사회 생활을 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강 의원은 한나라당내에서 장래가 촉망받는 정치인이었다. 경기고, 서울법대,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온 그는 누가 봐도 이 사회의 미래 지도자로서 손색이 없었다.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 어디에도 그가 국회의원이 되기 전, 그의 사고 체계나 그의 인성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었다. 마포의 그의 지역구 의원들 중 몇명이나 인간 강용석에 대해 알았을까 궁금하다.

그의 은밀한 사생활이나 집에 있는 숫가락 등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은 검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90% 이상이 아마도 강용석이란 사람보다는 한나라당 후보이기에 투표한 묻지마 투표였을 것이다. 나머지는 민주당 후보에 투표한 유권자일 것이다. 6300원짜리 '황제 국회의원'을 뽑은 것도 유권자요, '성희롱 의원'의 선택자도 유권자다. 이들 모두 국가는 사회적 약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의무조차 알지 못했던 자들이 아닌가 싶다.

지금 한국의 정치는 한나라와 민주당이 양분하는 독과점적 정치체제다. 인위적 개편에는 반대하지만, 시스템적 변화는 줘야 한다. 지금의 시스템은 사실상의 '3김 체제(사실상의 양김 체제)'가 남겨 놓은 정치적 상처다. 역사적으로 군사정권과 '양김 체제' 하에서 의회는 거수기 역할에 만족해야 했기에 우리국민은 의원 하나하나의 자질보다는 정당으로 투표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러한 폐해는 지역적으로 양분돼 있고 이념적으로 갈라져 있는 대화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정치를 낳았고 이런 독점적 정치구조는 오늘날의 정치파탄을 가져온 것이다. 진보신당이나 민노당이 되었건 자유선진당이 되었건 대한민국의 정치에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당의 출현을 갈망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정치든 경제든 견제없는 독점은 반드시 부패를 가져 온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액턴의 경고를 우리 국민이 되새겨 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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