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화]성냥팔이 소녀와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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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성냥팔이 소녀와 MB

[중도시감]김의화 편집팀장

  • 승인 2008-12-11 00:00
  • 신문게재 2008-12-12 21면
  • 김의화 편집팀장김의화 편집팀장
어린 조카에게 읽힐 동화책을 고르다보면 어른조차 너무 잔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헨젤과 그레텔에서 두 남매는 마녀를 오븐에 밀어넣어 죽이고 푸른 수염의 사나이는 비밀의 방을 열었다는 이유로, 자신의 부인들을 살해한다. 백설공주에서 왕비는 불에 달군 쇠구두를 신고 죽을 때까지 춤을 춰야하는 벌을 받는다.

인간의 욕망과
▲김의화 편집팀장
▲김의화 편집팀장
잔인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동화책들이 있는가 하면 안데르센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처럼 무정한 세상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동화도 있다.

성냥팔이 소녀는 섣달 그믐날 추운 거리를 맨발로 걷는다. 언 몸을 녹이기 위해 성냥을 태우고 불빛속에서 큰 난로와 맛있는 음식이 차려진 식탁, 예쁜 크리스마스 트리, 자신을 보듬는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성냥 불빛이 가져다준 환영도 잠시일 뿐 밤이 지나고 날이 밝자 소녀는 ‘미소를 띤 채’ 숨져 있다.

동화속의 일이라고 덮어버리고 싶지만 현실속에서도 주위를 돌아보면 추위 속에 떨고 있는 어려운 이웃들이 적지 않다.

가족 1인당 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빈곤층이 153만 가구에 달한다. 혼자사는 노인이 93만 가구, 소년소녀 가장이 1630가구에 달한다. 초·중·고 무료 급식 대상자만 전국에 61만7000명, 그 중에서 32만명은 방학중에는 급식혜택을 받지 못한다. 가구주가 직장이 없는 무직가구도 268만9000가구로 지난 1년새 13만3000가구가 늘었다.

캐럴 소리조차 울리지 않는 연말이다. ‘경기가 어렵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한겨울 찬 바람이 더욱 시린건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일 것이다. 팍팍한 세상살이를 탓해보게도 되지만 그래도 반가운 소식 하나는 개인들의 소액기부가 늘었다고 한다. “난 형편이 좀 낫습니다. 유가환급금으로 받은 적은 돈이지만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써주세요” “아내 생일에 외식을 하려고 했지만 어려운 때인 만큼 이웃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이런 사연과 함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는 돈봉투 2개가 보내졌다는 소식도 눈에 띈다.

개인들의 소액 기부가 증가하는 현상은 10년 전 외환위기때와 비슷하다고 하니, 어려운 때일수록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우리 이웃들의 마음 씀씀이가 뭉클하게 다가온다. “산타는 없다”고 탄식하기에 앞서 자신들이 ‘이름모를 산타’가 되는 분들을 보며 나눔이란,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실감해본다.

내년에는 더 힘들 것이라는 전망 속에 모두가 지갑을 닫게 되는 요즘이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나누지 못할 만큼의 가난은 없다’는 마더 테레사의 말을 기억해볼만하지 않을까? 돈이 아니더라도 한번의 미소, 다정한 안부 인사 한번으로라도 나눔은 충분히 실천할 수 있다던 한 자원봉사자의 이야기를 새겨본다.

그리고 사족 하나.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후 월급 전액을 불우이웃돕기에 써왔다고 한다. 대통령이 받은 월급은 매달 평균 약 1400만원으로 취임후 9개월간 전달한 기부액은 1억 2000여 만원에 달한다는 뉴스다. 훈훈한 미담일 수 있지만 누리꾼 사이에서는 월급기부의 감동보다 재산 헌납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큰 모습이다.

이 대통령의 재산 헌납은 공식 발표된지 1년을 넘겼다. 대선직전이던 지난해 12월 “우리 내외가 살 집 한 채만을 남기고 가진 재산 전부를 내 놓겠다”고 공약했던 이 대통령이 당시 신고한 재산은 총 354억여원이었으니 31억1000만원으로 신고된 ‘집 한 칸’(서울 논현동 단독주택)을 제외하면 내놓을 재산은 320억원 정도가 된다.

물론 대통령의 재산 헌납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절차도 까다로울 테고 방법이나 시점도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겠지만 1년 넘게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재산 헌납’ 논란은 ‘조용한 월급 기부’조차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연말이다. 종교를 떠나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한번쯤떠올려보는 시절, 이 대통령의 1년전 약속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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