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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학용 논설위원 |
김 의장은 이젠 거취를 분명히 해야 한다. 정치인이란 게 워낙 말 뒤집기 선수라지만, 명색 광역시의장이 자신의 거취 문제로 일년이 다 돼 가도록 이랬다저랬다 해선 안 된다. 시민들을 우롱하는 일이다. 시의회가 일년 내내 의장의 사퇴 문제로 삐걱거리면 그 낭비는 또 얼마인가.
김 의장은 최근의 의원간담회에서 “3월 임시회 이후 사퇴 명분이 마련되면 명예롭게 사퇴하겠다”며 “그런 분위기를 조성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물러나면 물러나는 것이지 명분은 뭐고 분위기는 뭔가?
‘본래 책임질 만한 잘못은 없는데 사퇴하는 것이므로 명예롭게 물러나게 해주어야지, 내쫓듯 하면 물러나지 않겠다’는 말 같다. 이 때문에 김 의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 쪽에선 이번 임시회 기간에 이 문제가 자꾸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오히려 걱정스럽게 여긴다. 동료 의원들과 언론에서 조용하게 있어 주면-즉 ‘분위기’를 조성해주면-김 의장이 정말 사퇴할지 모른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김 의장이 분위기를 봐서 물러나고 말고 할 일은 아니다. 사퇴할 책임이 있으면 물러나는 것이고, 없으면 물러날 이유가 없다. 동료 의원들이 물러나라 하고, 시민단체가 요구해도 책임이 없다면 물러나선 오히려 안 된다. 그런데 그 스스로 몇 번에 걸쳐 사퇴를 언급한 것은 의장으로서 ‘하자’를 인정한 것 아닌가. 다만 그는 사퇴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는 것뿐인데 여기에 ‘조건’이 왜 필요한가?
또 김 의장은 자신의 사퇴로 시의회에 또다시 혼란이 생길까 걱정이라는 듯하나 그가 걱정할 일은 아니다. 의장 한 명만 뽑는 거라면 혼선이 초래될 가능성도 별로 없다. 추대로 뽑든, 표결로 하든 후임 의장은 바로 결정될 것이다. 부정투표가 이뤄지지 않는 한, ‘하자 없는’ 후임 의장이 바로 나올 것이고, 그러면 시의회가 의장 사퇴 문제로 시간 낭비를 거듭하지는 않을 것이다.
김 의장이 물러나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정당성의 문제다. 자신을 의장으로 선출한 선거에서 동료 의원은 부정투표를 저지를 죄가 확인되어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 의장은 부정투표의 최대 수혜자다. 뻔할 뻔 자인 것을 두고 김 의장이 나는 책임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것은 우습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리를 차지하면 된다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국회의원 중에도 이런 경우를 많이 본다. 일단 금배지를 달면 비리와 부정이 드러나도 막무가내로 버틴다. 김 의장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다.
김 의장이 사퇴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선거 과정에서 그와 한편이었던 ‘공범들’이 시의회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탓일 수도 있다. 부정과 불법이 발각되더라도, 범법자들이 더 많은 조직이라면 이를 바로잡기 어렵다. 물론 그런 조직에 제대로 된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
대전시민들에게 시의회는 그런 집단으로 비쳐지고 있다. 김 의장의 사퇴는 이런 의회를 다소나마 ‘세탁’하는 최소한의 절차다. 김 의장이 어물쩍 넘기려 해선 안 되는 또 다른 이유다. 책임도 지면 떳떳하고 피하면 비굴해진다. 김 의장은 망설일 이유가 없다. /김학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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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용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