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화]실버 운전자와 실버존, 어버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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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실버 운전자와 실버존, 어버이날

[중도시감]김의화 편집팀장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5-08 21면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아버지가 일흔이 넘으시면서 운전하시는 것이 조금씩 불안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정정하시다고는 해도 연세가 연세이신지라 아버지가 운전하시는 옆 조수석에 앉는 날이면 혹시나 돌발 상황에 대처가 늦어지지는 않으신지, 주의력이 떨어지신건 아닌지 하는 마음에 유심히 운전하시는 모습을 살펴보게 됐다.

▲ 김의화 편집팀장
▲ 김의화 편집팀장
하지만 수십년간 해온 운전을 연세가 드셨다는 이유만으로 그만 두시라고 하자니 불효막심한 딸이 되고 말 것 같기에 차일피일 미루다 어느날 마음굳게 먹고 말씀을 드렸다.

“아부지, 이제는 택시 타시면 어떨까요? 시내는 교통이 혼잡해서 차 갖고 나가시는 것보다는 대중교통이 낫던데….” 갑작스런 말에 아버지는 “허허… 참….” 이렇다할 대답을 하지 않으셨고 그 해를 넘긴 다음해 아버지는 차를 폐차장으로 직접 운전해서 가져다주셨다.

그 뒤로 아버지는 별말씀이 없으셨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에게 차와 운전은 가장으로서의 권위, 아직은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아버지의 열쇠고리에 지금도 달려있는 자동차 키에 마음 한구석이 싸해지는 것도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늠해보게 되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실버운전과 안전 확보는 사회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55세 이상의 운전자들이 안전교육을 받으면 보험료를 할인해준다고 하고 애리조나나 캘리포니아주 같은 곳에선 70세 이상의 운전자가 면허 갱신을 할 때는 우편으로 할 수 없고 교통국에 반드시 가야 한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75세 이상 고령층 운전자에 대해 면허 반납을 권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75세를 넘기면 신체 반응 속도가 떨어져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하고 운전면허를 갱신하는 75세 이상 운전자에게는 ‘인지 기능 검사’가 의무적이라고 한다. 꽃이나 동물의 그림을 보여주고 어떤 그림을 봤는지 대답하는 방식으로 순발력과 기억력을 확인하는데 일정 수준의 점수를 받지 못하면 과거 1년간 신호 무시 등 15개 법규 가운데 어느 한가지라도 위반한 사실이 있으면 의사의 정밀진단을 받아 면허를 취소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2008년 기준 95만여명에 달하고 있다. 노인 운전자와 관련된 교통사고도 늘어나고 있어 노인 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는 2007년 한해만 8300여건으로 집계되고 있다. 2003년에 만해도 4562건이었으니 많이 늘어난 셈이다.

고령화시대 노인 운전자의 수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자동차가 생필품이 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노인이 되었다고 무조건 운전을 하지 말라고만 할 수는 없는 일일게다. 그렇다면 노인 운전자들의 운전능력을 제대로 진단하고 안전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대책이 필수겠지만, 실버 운전자들에 대한 당국의 대책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하다.

몇 년전 노인운전자들을 위한 실버마크가 도입된 적이 있기는 하지만 구호로만 그쳤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나마 경기도가 최근 ‘노인이 행복한 교통 만들기’에 나서겠다며 65세 이상 노인운전자를 위한 차량용 실버마크 스티커제도를 확대 보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반갑다. 꼭 성공해서 전국적인 물결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해보고, 스티커를 보급하는 일 이상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들도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고령화 사회의 교통문제는 운전자들 만이 아니다. 고령층 보행자들의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은데도, 그분들을 보호하기 위한 실버존(노인보호구역) 사업은 거의 유명무실화 되고 있다.

실버존으로 지정되면 차량 속도는 시속 30㎞ 이하로 제한되고, 횡단보도 신호등의 점멸 시간도 길어진다. 방호울타리와 과속방지턱도 설치돼서 노인 보행자들의 안전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실버존 사업임에도 대전지역은 설치 대상 8곳만 지정만 해 놓았을 뿐 실버존으로 설치된 구역은 단 한 곳도 없다. 이유는 국비 확보가 안돼서라고 한다. 대전경찰청 추산 자료에 따르면 대전지역에는 실버존 사업 선정 대상만 700여곳에 달한다고 한다. 도로위에서도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다니실 수 있기를 바라는 어버이날 아침이다./김의화기자 mont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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