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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규 문화교육팀장 |
“니들이 알아. 온 몸을 가시로 휘감고 있는 내 고통을…… 순전히 겉모습만 보고 아름답다고 호들갑 그만 떨어.”
아마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화려한 장미의 계절. 그런데 올해 유월은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아니 아름다움속에 숨겨진 가시의 고통이 느껴지는 유월이다. 먹고 살기에 급급한 삶에게는 더욱 더 극심한 고통이 살을 에인다.
유월을 끝으로 비정규직 삶에게는 희망조차 앗아가는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다음 달이면 비정규직 보호 관련법이 시행 2년이 되면서 한 직장에서 2년간 일했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를 놓고 일방적인 결정만을 통보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국회에서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법안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2년후면 마찬가지 신세다.
이런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있어 유월의 장미는 날마다 해고악몽으로 화려함보다 가시의 고통만 느껴지리라.
한 달 80만원.
신문지상을 비롯해 각종 언론에 보도되는 우리나라의 월가계비 평균은 기백만원을 웃돌고 있지만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있어 이같은 월수입은 정말이지 그저 잘 사는 남의 집 이야기 일뿐이다.
어떤 통계에서 월가계비 평균이 산출됐는지 모르겠지만 이는 정규직 근로자에게 있어도 사실 낯설은 계산법이다.
그래서 현실과는 거리가 먼 숫자놀음의 계산법이란 말은 궂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되돌아가서 한 달 수입 80만원은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인들이 모여있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간강사들의 수입이다.
사실 시간강사들의-비단 시간 강사들뿐만 아니라 이 시대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마찬가지- 고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찌보면 비정규직 신세보다 학생들로부터는 깍뜻이 ‘교수님’소리를 듣지만, 바깥에서는 ‘보따리 장수’로, 대학측에서는 말 그대로 짜여진 시간일정에 맞춰진 일개 강사에 지나지 않는 자괴감에서 오는 고통이 더 할지도 모르겠다.
문득 그들의 어려움을 엮은 ‘비정규 교수 벼랑 끝 32년’이란 책이 생각난다. 이 책에서 비정규직 교수인 시간강사들의 애환은 겪어보지 않고서도 실감을 넘어선다.
사치스럽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보험도, 연구실도, 휴게소도 없이 그저 보따리 하나 달랑 들고 이 대학 저 대학 오라는 곳은 없어도 찾아 다니며 마치 구걸이라도 하듯 강의 사냥에 나서고 있는 모습은 비참하기 까지 하다.
그리고 죽어라 연구해서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지식의 댓가는 4만원(많은 사람은 5만5000원). 하긴 그나마 이런 강의도 일주일에 몇 시간이나 되는지. 어찌어찌 두서너군데 대학에서 강의를 맡아도 수입은 뻔하다.
그런데 이젠 그것마저 내놓아야 할 처지다. 당장 다음달부터.
비정규직보호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2007년 7월1일 이후 임용된 대학교 시간강사는 2009년 7월1일 이후에는 2년이 경과해 정년을 보장받게 된다. 다만 박사학위 소지자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령 3조에 따라 2년이 지나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하지만 법에 따라 정년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시간강사는 과연 얼마나 될까. 대학측에서 이달 말로 계약을 해지한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또 박사도 마찬가지다. 박사를 얕잡아봐서가 아니라 지금 대학에서는 넘쳐나는게 박사다. 비정규직보호법에 따라 박사학위를 가진 시간강사들은 웬만해선 정규직 전환은 꿈같은 일이다. 박사학위 소지자는 비정규직 2년이 지나도 정규직 전환의 자격조차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의 대학교 시간강사 수는 5만 5000명 정도. 이중 박사학위를 가진 시간강사는 2만3000여명.
결국 2만명이 넘는 시간강사들은 올 유월을 끝으로 십수년간 기다려온 희망의 끈을 놓을 수 밖에 없을 지도 모르겠다.
잔혹한 유월이다. 엊그제 내린 시원한 빗줄기가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있어 한 줄기 희망이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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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