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안녕부’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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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안녕부’를 기다리며

  • 승인 2009-11-26 10:07
  • 신문게재 2009-07-09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인문학 열풍을 일으킨 이중톈(易中天) 교수의 TV 강의를 즐겨 보고 있다. 그의 책을 읽은 사람들은 ‘밥 먹었냐’가 중국 인사법이라고들 하며, 분필가루 먹고산다, ‘밑천 까먹는다, 꾸지람을 먹는다, 누명을 먹는다’와 같은 표현을 꼽는다. 우연의 일치인지, 영향을 어떻게 주고받았는지는 언제 비교언어학적으로 따져볼 생각이다.


중국에서도 ‘쟈오안(早安), 우안(午安), 완안(晩安)’처럼 우리 ‘안녕’을 연상시키는 인사를 하기도 한다. ‘밥 먹었느냐’가 그러했듯 ‘안녕’ 역시 편안치 못한 일들로 얼룩져 있다. ‘공공안녕(公共安寧, public security)’을 줄인 ‘공안’에는 공안통치라는 어두운 과거사가 묻어난다. 명칭 변경을 검토 중인 검찰 ‘공안부’는 축자(逐字)를 해서 ‘공공의 안녕을 책임지는 부서’다.

한데 때로는 안녕의 이름으로 안녕이 짓밟혔다. 구리 아닌 돈도 동전(銅錢)이라 하듯 공공 아닌 것이 공공으로 불렸다. 기호성, 사회성, 역사성, 자의성 중 언어의 자의성(恣意性)에 쏠린 경우다. 사실을 말해, 자의성이라면 항간에 차고 넘치는 ‘민주’보다 더할까. “DJ는 독재자”라며 민주화 투쟁 운운하던 YS의 ‘민주’, DJ가 MB를 독재자라며 위태로움을 논했을 때의 ‘민주’, 중도(中道)연 하는 인사들의 석연찮은 ‘민주’, 민주회복의 ‘민주’, 시국 집회 현장에서 직접 주운 종이피켓<사진> 속의 ‘민주‘라든가….

여기서 세계관의 상대성, 진리의 다양성에 대한 옹호를 잠시 놓고 싶은 것은, 정곡을 찔러대는 야코브 하인 때문이다. 『나의 첫 번째 티셔츠』에서 이 독일 작가는 ‘공식적인 국명에 민주라는 말을 집어넣는 나라치고 정말로 민주적인 곳은 하나도 없다’고 힐난했다. 하인이 산 공산 동독은 독일민주공화국이었다. 지금 “미국 민주주의가 국제 기준 아니”라며 허공에 노 젓는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아닌가.

‘민주’나 ‘안녕’에 사람들이 거부감을 갖는 이유는 이 말을 신축성 좋은 고무줄, 허약한 거미줄로 착각하고 이 말의 프레임에 갇혀 거꾸로 쓰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스스로 규정한다고 스스로 무엇이 되진 않는다. 공안부를 민안부(민생안녕-)나 민생부(국민생활-)로 대체해도 결국은 쓰기 나름일 것이다.

심기일전의 의미로 부서명을 바꾸고 말고는 검찰 자유지만, 꼭 바꿔야겠다면 내용부터 바꿔야 한다. 공공과 안녕, 공공안녕은 절대 버려야 할 나쁜 뜻이 아니다. 다만 ‘미래의 행동을 가장 잘 예측하는 방법은 과거의 행동을 보는 것이다’는 말이 실현 안 되도록 조심하면 되고, 공공의 적들로부터 편안함이 잘 보장된다면 그걸로 끝이다.

같은 말도 느낌이나 세기는 누가 어떤 상황에서 말하느냐에 좌우된다. 싱겁고 시답잖은 말이 펄떡이는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하여 끝마무리를 다시 해야겠다.

‘밥은 먹고 다니냐’는 인사가 중국에 있다고는 앞서 말했다. ‘츠판로마’로 거칠게 적지만 들을수록 괘씸한 욕설이다. ‘형님’(다꺼·大兄)까지 붙이면 식겁(食怯)한다. 배·이·손·신씨라면 각각 ‘배다꺼…’, ‘이다꺼…’, ‘손다꺼…’, ‘신다꺼 츠판로마’라 한다. 안씨에 ‘안다꺼 츠판로마’, 조씨엔 ‘조다꺼 츠판로마’…. 문민정부 시절, YS 장로를 찾아 청와대로 출장예배 다녔던 신성종 목사에게 이 얘길 들으니 제대로 웃긴다. 신 목사는 현재 대전에서 목회하고 있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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