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도 우리의 시·도지사 같은 이른바 ‘지방 정치인’이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요즘 일본에서 지방정치인 두 명이 자기 지역은 물론 중앙 무대에서도 ‘스타’로 대접받고 있다. 오사카부(府)의 하시모토 도루 지사(知事)와 미야자키현(縣)의 히가시고쿠바루 히데오 지사가 주인공이다. 우리나라의 시·도지사에 해당되는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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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용 논설위원 |
이런 기현상은 인기도가 사상 최악이라는 자민당의 열세가 만들어내는 것일 수도 있지만 꼭 그렇다고 보긴 힘들다. 일본 민주당도 ‘지방의 공세’에 눈치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하시모토 지사가 “지방의 활성화는 지방이 정치적 파워를 가져야 해결된다”며 “지방분권을 약속하는 정당을 지지하겠다”고 하자, 분권 공약을 강화했다.
하시모토 지사는 ‘지방의 반란’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중앙을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그리고 그게 중앙에 먹혀들고 있다. “중앙정치를 지방에서 평가하자”는 그의 주장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의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으로 구성된 전국 지사회(知事會)는 하시모토 지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달 말 실시되는 일본 총선에서 여야 정당의 공약을 채점해서 국민에게 발표하기로 했다.
39세의 하시모토 지사는 지금 일본의 뉴스메이커가 되어 있다. 그는 고향 오사카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TV에서 인기를 얻어 작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오사카부 지사에 당선되었다. 오사카시를 도청으로 두고 있는 오사카부는 일본에서 4번째 규모의 광역자치단체지만 10년 넘게 재정적자에 허덕였다. 하시모토는 자기 월급을 30%, 공무원 월급을 12% 깎는 등 ‘오사카 유신(維新)’을 단행하면서, 흑자재정으로 바꿨다.
그는 7명의 자녀를 둔 아버지로도 유명하다. 스스로가 저출산 대책의 본보기다. 그는 노인들과의 대화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지만 대화가 끝나면 “모르는 것을 가르쳐 달라”며 싹싹하게 굴어 어른들도 좋아한다. 말단 공무원의 이메일에도 즉각 답장을 보낼 만큼 아래와도 ‘소통’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받는 것은 ‘중앙’에 대해 맞서는 그의 당당한 자세다. 그는 “나와 중앙정부 어느 쪽이 옳은지 국민과 오사카 주민들이 판단해줄 것”이라면서 오사카부가 납부 의무를 지고 있는 국가예산사업 부담금도 과감하게 삭감했다. 중앙과의 대결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시모토의 ‘지방독립 투쟁 실험’ 결과가 어떨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하지만 지방이 정치적 파워를 가져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맞다. 당장은 어려워도 그게 방법이다. 지방분권은 지방의 힘으로 이루는 것이지 중앙에서 나눠주는 식으로는 이루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이른바 ‘충청 총리론’에 전·현직 도지사들이 ‘낙점’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듯하다. 김완주 전북지사는 대통령에게 ‘큰절 편지’를 보냈다가 시비를 낳았다. 그 편지가 지역 발전을 갈구하는 도백의 간절한 소망에서 나왔을 것이니 정치적 시비로 삼을 일은 아니지만 ‘지방 대 중앙’의 문제로 보면 씁쓸한 일이다. 충청총리든 큰절편지든 하시모토 지사가 걷는 길과는 반대쪽이다.
하시모토 같은 시도지사가 우리나라에서도 나왔으면 한다. 지방을 위해 중앙과 맞붙을 지방의 투사가 필요하다. 하시모토는 중앙 무대에 선 경험이 없다. 중앙 경험이 없는 박성효 시장 같은 사람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완구 지사는 스스로 ‘정치력 있는 도지사’임을 자처하고 있으니 맘만 먹으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두 사람이 걷는 길은 그 길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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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용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