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대전아! 블루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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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대전아! 블루스여!

  • 승인 2009-08-05 11:47
  • 신문게재 2009-08-06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블루스’ 앞에 지명을 붙인 노래는 여기서 다 헤아릴 수 없다. 목포 블루스, 군산 블루스, 대구 블루스, 인천 블루스, 부산 블루스, 서울의 블루스, 종로 블루스, 을지로 블루스, 소공동 블루스 등등 많고 많은 가운데 안정애의 대전 블루스가 줄행랑을 거느린 부잣집 솟을대문처럼 홀로 우뚝하다. 안정애는 황혼의 블루스, 밤비의 블루스, 순정의 블루스, 도라지 블루스처럼 ‘블루스’ 시리즈를 유난히 많이 불렀다.


대전 블루스는 웬만한 풍속사나 미시사 이상으로 대전사(史)를 대변한다. 영화 ‘대전발 영시 오십분’ 덕에 픽션이 얹어졌지만, 작사가가 출장길에 대전에서 하룻밤 묵으며 얻은 이미지를 가사로 바꾼 것이다. 젊어서 한때는 이 노래가 나를 위한 노래로 들렸다. 좋은 추억만 기억하는 무드셀라 증후군이라 해도 달게 받겠다. ‘올라가도 대전 내려가도 대전…’(대전은 내 사랑)이라는 대전의 노래 최우수작 악보를 최근 보고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올해로 대전 블루스가 햇빛본 지 어언 50년, 반백년이면 만남과 헤어짐의 공간인 역(驛)을 반추해낼 만한 연륜이다. 마분지 ‘애드몬슨 승차권’은 PDA가 접수하고 목포행 완행열차는 이별가 한 자락의 여유조차 안 주는 KTX에 자리를 뺏겼다. 춘향과 몽룡이 대전역에 지금 있다면 무슨 놈의 이별을 뼈가 녹작지근 길게 했을 것인가.

만남과 헤어짐의 방식이 어떻든 대전역을 어찌 경험했든, 대전역은 오랜 정한을 간직하고 실재하는 공간이다. 하이든의 시, 질허의 곡이 없는 로렐라이 언덕은 그냥 언덕이듯이 최치수 시와 김부해 곡이 아니면 대전역은 그저 평범한 역일 뻔했다. 0시, 허름한 선술집과 목쉰 기적소리는 천금을 줘도 못 살 문화 자산이다. 그 기억을 편린을 모아 동구청에서 대전역 0시 축제(8.14~16)를 준비하고 있다.

‘0시’, ‘대전역’은 축제를 벌이고도 남을 상징성 충만한 시공간이다. 곶감 산지 상주에서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곶감을 밑천으로 전래동화 축제를 잘도 열었다. 축제가 많네, 많네 하지만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프랑스에 지역축제 4만 개, 일본엔 3만 개지만 지겹다는 사람 보지 못했다. ‘문화 브랜드’, ‘지역경제’라는 이름의 전차 앞에 주눅 잡힐 것 없다. 경제학은 문화과학이자 정신과학이기도 하다.

3일간, 있는 그대로를 즐기는 추억극 한 편 만든다고 생각하자. 평범하면서 잘하기란 지난한 일이지만 너무 번잡하면 비본질적으로 흐르고 만다. 축제의 본질은 평소 못 보고 못 했던 것을 허용하는 것, 장 뒤니뇨가 말한 “일상성의 단절”이다. 서울라이트(서울내기)들이 지치면 춘천 가는 기차에 오르듯이 기신기신 지친 현대인들이 대전행 열차에 훌쩍 몸을 의탁하게 되는 축제이길 바란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사북역, 송정리역, 김유정역, 조치원역처럼 여운이 긴 역이름에 과거완료형이면서 현재진행형인 대전역을 보탤 것이다. 안정애, 김용임, 조용필, 김수희, 장사익이 각자의 ‘필’로 부른 대전블루스에 아오에 미나, 미즈오리 가오리의 대전부루-스(大田ブル-ス)까지 실컷 듣고 나니, 이 세상은 실제 아름답다고 착각함으로써 아름답다고 생각된다. 퇴색된 기억으로 추억을 미화하는 사회적 착각, 붙잡아도 뿌리치는 완행열차의 새털같이 가벼운 자유가 그래서 나쁘지 않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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