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입추입니다.
곡식이 여물어가는 아주 중요한 시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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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규 문화교육팀장 |
초반 반짝 더위에 줄곧 장맛비가 시원함을 더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시원한 바람과 쾌청한 하늘이 필요하겠죠? 그래야 곡식이 잘 익을 수 있지 않겠어요.
참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것이 세월이라지만 올해도 절반을 훌쩍 넘기고 벌써 가을문턱에 들어섰습니다.
L형.
입추와 함께 한해농사 설거지가 코앞으로 다가서고 있는데 지금까지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아시다시피 저야 이 핑계, 저 핑계삼아 늘 바쁘게 살아오지 않았습니까? 누구못지 않게 바쁜 날들이었지만 남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은 왜 일까요.
애써 남는 것이 있다면 이것저것 기삿거리 걱정하며 챙겨온 거 말고 더 있겠습니까. 그리고 저녁마다 그날의 스트레스를 술로 풀고 달래고 한 기억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 대목은 모든 샐러리맨들의 일상생활과 똑같겠죠. 그러고 보니 올해도 익을 곡식이 없는 것 같네요. 매일매일 빈 쭉정이만 까고 있었다는 생각 뿐입니다.
L형. `큰 바위 얼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아시죠.
식상한 정치권과 교육정책들을 생각하니 그 것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우습죠. 입추를 이야기 하다 엉뚱하게 식상한 정치권이나 교육정책들을 늘어놓으니까. 어쩝니까. 어쩔 수 없는 우리 나라의 현실인데 지금 이 순간 이들 이야기를 빼놓고 달리 무슨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말 나온 김에 몇가지 물어 볼게요.
“세월하고 우리 나라 교육정책하고 누가 더 빨리 바뀌는 것 같습니까?”
“엊그제 대통령님이 라디오 연설에서 하신 말씀중에 100% 입시사정을 진실로 받아 들입니까. 아니면 뻥으로 받아 들입니까?” 또 있습니다.
“MB정부에서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는 사교육비 경감은 정부출범 1년 반이 넘어섰는데 어느 정도 경감됐다고 보십니까?” 여론을 통해 확인해보면 100%입시사정은 100% 뻥으로, 어르신들이 즐겨하는 말씀중에 총알보다 빠르다는 세월은 우리나라 교육정책에 비하면 거북이 수준이요, 사교육비 경감은 사교육비 장려라고 합니다.
L형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답에 앞서 제발 아니라고 해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은 너무 사치스런 생각인가요. 참 교과부의 고위직 관계자는 “내버려 두면 교육정책은 알아서 잘 돌아 갈 것”이라고 하던데, 하긴 우리 언론이 너무 앞서 나가 부정적인 면만 도려내 칼질을 하지 않았나 돌이켜 생각도 해봅니다.
그렇지만 이내 이 생각은 또 다르게 강한 부정을 만들어 냅니다. L형도 강자보다는 약자편에 서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언론의 기능은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하긴 미디어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찬성보다는 반대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국민들의 주장은 온데간데 없지 않습니까. 대화와 소통을 입버릇처럼 말하는 국회가 이 정도 수준인 나라에서 뭘 기대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나요. 늘 선거때만 되면 `머슴론'을 들고 나와 자기가 가장 머슴에 가깝다고 큰 소리치다 당선만 되면 어느새 상전자리 꿰차고 호령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잖습니까.
L형.
지금 이 순간 `큰 바위 얼굴'이 그립지 않나요.
지금 이 순간 모든 것들이 우리를 슬프게 하지 않나요.
얼마전 대통령님이 괴산의 모 고등학교를 방문하고 난 후 쏟아졌던 댓글들 생각나죠. 사진 한장을 놓고 한쪽에선 학생들에게 비난아닌 비난을 했다가 학생들의 속사정에 머리가 띵한 댓글들 말입니다. 아마도 이게 어른들의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이. 그래서 말인데 다른 것은 제쳐놓고 교육정책과 관련해선 어른들의 생각이 아닌 학생들의 생각도 어느 정도 담아주면 어떨까요.
L형. 입추입니다.
쭉정이라도 지금부터 좋은 햇살에 살가운 바람이 불어주면 쭉정이로 남진 않겠죠. 매미 소리가 더더욱 크게 울려 퍼집니다. 한 여름을 보내는 마지막 몸부림으로 죽을 힘을 다해 엄청난 날갯짓을 하나 봅니다.
푸념은 접고 이제 큰 바위 얼굴을 찾아 보렵니다. 슬프게 하는 것보다 기쁘게 하는 것들을 찾아내 지면에 실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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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