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김학용 논설위원 |
지난 16일 이 대통령은 만찬을 겸해 열린 시도지사회의에서 행정도시 공방의 맞수처럼 돼 있는 이 지사와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사이좋게 지내라”며 러브샷을 권했다고 한다. 이 지사가 어떤 표정으로 응했는지는 알려진 바 없으나 분위기에 맞추는 건배를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TV 카메라만 없으면 원수도 금방 형제처럼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정치인들이고, 이 지사 또한 국회의원 출신이어서 ‘행정도시 불가론자’가 돼 있는 김 지사와의 러브샷도 그리 어색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래도 작금의 상황에선 분명 어색한 건배였다.
그런가 하면 행정도시를 뭉개기 위해 고른 게 분명한 ‘충청총리’는 들어선 안 되는 ‘달콤한 독배(毒杯)’였다. 충청도는 독배와 러브샷에 흔들리고 있다. 충청총리는 행정도시를 없애는 데 앞장서는 처지가 되었고, 지역의 최고 대표자인 이 지사는 행정도시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는 데도 러브샷 한 잔에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행정도시는 비효율적”이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그에게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설사 그의 입장이 바뀐다 해도 총리는 어차피 대통령의 아랫사람일 뿐이다. 고향을 팔아서 총리로 들어가는 꼴이 되어 ‘매향노(賣鄕奴)’ 소리까지 듣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제는 이 지사가 나서야 할 때다. 그날의 ‘러브샷’이 찜찜했어도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잘못은 세종시 문제를 말하지도 못한 것이다. 이 지사는 그날 대통령 앞에선 행정도시의 ‘행’ 자도 꺼내지 못했다. 본인도 그게 걸렸던지 청와대 비서관들에게 행정도시의 정당성을 전달했다고 한다.
‘예민한 문제’는 거론하지 말아달라는 청와대 측의 사전 주문 때문이었다고 해도 이 지사의 그날 `침묵'은 충남도 대표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충청인의 희망이라던 국가적 사업이 날아갈 판인 데 대통령을 만난 도지사가 러브샷만 하고 돌아올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대통령은 행정도시 문제의 키를 쥔 유일한 사람이다. 행정도시가 다시 논란을 빚게 된 것도 대통령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통령의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 정운찬 총리의 ‘행정도시 수정론’은 곧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 지사가 틈만 나면 맞짱토론을 주문하는 대상이자 ‘정치 스파링 파트너’ 김문수씨는 행정도시에는 아무 권한도 없는 ‘개꾼’이다. 반대론자의 한 명일 뿐이고, 토론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젠 도지사가 직접 나서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 내 기억으론, 이 지사는 행정도시 문제에 대해 대통령에게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 이 대통령에게 이 지사는 늘 ‘착한 이완구’였다. 러브샷이 있던 날의 이 지사의 침묵도 꼭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역 최대 국가적 사업이 변질되는 상황에서 민선도지사가 대통령에게 말도 못 꺼낼 이유가 뭔가? 자칫 도지사가 정부에 밉보여 충남도 행정에 어려움을 겪을까 걱정인가? 그렇다면 행정도시가 날아가는 손실보다 더 큰 게 또 있다는 말인가? 그게 아니라면 정운찬씨처럼 나중 이 대통령 품에 안기려는 생각이 없지 않은 때문인가? 그도 아니라면 내년 공천 걱정 때문인가?
이 지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충청도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평소 ‘정치력 있는 도지사’로 자평하던 이 지사는 자신의 ‘특기’를 발휘할 때가 되었다. 도지사는 충청 도민과 함께 행정도시 사수를 위한 투쟁에 적극 나서야 한다. 외자유치도 좋지만 지금은 외국에 나다닐 때가 아니다.
이 지사는 “누구든 행정도시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정치생명을 걸어야 한다”고 말해왔다. 마찬가지로 이 지사는 행정도시를 지키려면 정치생명을 걸어야 한다. 행정도시를 축소하려는 그 어떤 세력에도 맞서 싸울 수 있어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김학용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