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복된 마리아와 육감의 비너스

  • 오피니언
  • 문화칼럼

[안과밖]복된 마리아와 육감의 비너스

  • 승인 2009-12-28 15:01
  • 신문게재 2009-11-12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동양화와 서양화를 구분할 수 있었던 시점은 중학 시절이다. 필자가 볼이 발그레한 모델을 보러 선생님 화실에 숨어들던 때다. 여신 비너스와 동정녀 마리아를 구분하는 미술사적 장치가 있는데, 그걸 안 것은 최근이다. 여인 옆에 성서나 백합이 있으면 성모 마리아, 장미가 있다면 비너스. (아무 꽃도 없는 경우도 있다.)


백합과 장미는 각각 성모와 비너스의 `어트리뷰트(attribute·부속물)'다. 지금, 무차별로 생트집 잡힌 강아지 신세인 세종시의 어트리뷰트는? 비너스의 장미, 마리아의 백합 이상 또렷한 속성인 `중앙부처'다.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를 세종시이게 하는 장치는 행정 중심에 복합 기능을 갖춘 `원안(原案)'이다. `복합'에는 `자족'의 주성분도 녹아들어 있다.

그런데 효율성이 시빗거리란다. 투입의 최소화로 내는 일정한 산출물의 의미라면, 효율성(Efficiency)은 세종시 검토 때 상당 부분 걸러졌다. 처음부터 필자는 효율보다 효과에 더 주목했다. 효과성(Effectiveness)이란 균형발전의 결과라는 산출량과 인지된 품질, 둘을 함께 반영한다. CEO 출신 대통령도, 경제학자 출신 총리도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시장 원리와 정치의 차이를 모르는 듯한 총리는 좀 심하다.

새 총리 출현 이전, `세종시 수정' 교감은 몰래 하는 바둑 훈수처럼 이뤄졌다. 오른 귀 긁으면 우하귀, 왼쪽 다리 떨면 좌상귀, 배를 쓸면 중앙 하는, 묘한 사인이 답답했던지 이제 자락자락 벗어부친다. 행정도시 밥상을 차려준다고, 대통령은 `12번' 공언했었다. “행정 기능과 함께 과학, 산업, 문화 등의 기반시설을 함께하는 자족능력을 갖춘 도시로 육성….” 오송과 대전역 방문 때 `원안' 발언도 12번 약속에 꼽힌다.

그렇다면 화장실 갈 적과 나올 적 마음 다른 여측이심(如厠二心) 같은 건가. 이러구러 세종시 정국은 고스톱 족보만 못하다. 원칙과 신의는 뭉개지고, 먹을 게 없으면 버리는 `비풍초똥팔삼'의 우선순위에나 몰두한다. 초를 버리면 비와 풍 없음의 증거렷다. 버리는 패에서 수정안의 쥔 패를 눈짐작한다.

패를 확장해보면, 원안 찬성과 수정 찬성은 균형발전론 대 수도권중심론의 충돌이고, 국토관적 심장부인 충청권이 그 최대 격전지다. 그래서 요구한다. 본질을 분탕하고 현상으로 얼버무리려면 연내, 연초 가리지 말고 당장 내놓는 게 낫다. `행정'만 뺀 `다기능 자족도시'는 반대론의 변형체일 뿐, 건더기가 없다. 자족기능과 효율성이 서로 인과관계라는 생각도 맹점이다. 마치 열만 낮추면 신종플루가 낫는다고 믿는 공통 원인 무시의 오류를 범했다. 그러고도 끝에 “됐고! 정책은 바꿀 수 있어!”라며 고름 짜내듯 봉합하려 들 것이다.

근거는 주장과 달라야 한다. 원안 수정에 무인지경으로 함몰되면 국익과 지역이익에 좋은 근거를 탐색하기 힘들다. 술 마시는 게 부끄러워 술 마시는 꼴이 된다. 보다 중요한 이유는 맏형 세종시가 잘나가야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등 균형발전의 동생 축(軸)들이 지리멸렬하지 않는다는 바로 그 점이다.

그럴수록 더욱 행정부 이전은 세종시에 딱 맞는 속성이다. 어여쁜 장미화가 사랑의 여신, 사랑하는 그녀에게 어울리듯. 사업 대비 추진율 25%, 첫마을 조성공사를 벌이다 말고 뭐하는 짓들인가. 한창 잘 그리던 성모화를 비너스화로 분칠하려는 처사라니! 복된 성모 마리아와 원초적 미의 비너스가 같겠는가. 행정부는 실제적이고 실효적인 세종시 `어트리뷰트'다. 마리아의 백합, 비너스의 장미처럼. /최충식 논설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설동호 체제 마무리…오석진號 대전교육, 무엇이 달라질까
  2. 잇단 비위 문제터진 대전경찰… 수사권 재편 과정 하락한 신뢰도 문제
  3. [한화에어로 참사] “사람은 안 늘고 일만 늘었다”…원가 절감 기조 도마 위
  4. 한화에어로 참사 일주일 만에 아워홈 용인공장서도 끼임 사고
  5. 민선 4대 세종시의회 10일 개회… 유종의 미 거둔다
  1. 대전국토청 ‘2026년 상반기 충청권 교통안전협의체’ 개최
  2. '반국가단체' 몰렸던 청람회… 대전지검, 45년 만에 무혐의 처분
  3.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4. 국방과 우주과학 기술과 전문가 대전서 총집합
  5.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현판식 및 전체회의

헤드라인 뉴스


삼전·하닉 충청권 투자 저울질…민선 9기 선제대응 시급

삼전·하닉 충청권 투자 저울질…민선 9기 선제대응 시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충청권 투자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지역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민선 9기 시도지사 당선인들의 선제 대응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반도체 투톱으로 글로벌 메모리 대표 기업의 투자를 유치할 경우 충청권이 한국 경제 견인을 위한 신성장 엔진으로 우뚝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기업 투자 유치 여부는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사실상 제동이 걸린 가운데 지역 미래 발전을 위한 중대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전력투구가 요구된다. 10일 정치권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와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도..

세종 첫 `Ready korea` 훈련…"열차 탈선에 항공유 폭발"
세종 첫 'Ready korea' 훈련…"열차 탈선에 항공유 폭발"

세종지역에서 처음으로 범정부 합동 복합재난 훈련 '레디 코리아'(Ready korea)가 실시됐다. 집중호우로 인한 열차 탈선과 이에 따른 폭발·누출 사고를 전제로 훈련이 진행됐는데, 대형·복합재난에 대한 지역 내 첫 범정부 대응체계 점검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훈련에는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기관과 세종시, 세종소방본부, 세종경찰청, 세종충남대병원, 한국철도공사, 한국전력공사, 대한적십자사, 32사단 등 25개 관계기관이 참여했다. 레디 코리아 훈련은 2023년 경기 성남 율현터널 고속철..

`대통령 세종 집무실` 당선작, 44일째 깜깜이… 재공모하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당선작, 44일째 깜깜이… 재공모하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건립이 2029년 8월 이후로 지연될 흐름에 놓이고 있다. 대통령실과 행복도시건설청간 조율 절차가 원활치 않으면서, 세종시와 지역 정치권의 능동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집무실 건립안은 문재인·윤석열 전 정부를 거치며 2027년 하반기 완공 목표로 제시됐으나, 정치적 격랑 아래 2030년 이후로 미뤄지는 수순을 밟아왔다. 새 정부 들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통해 다시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뜻을 피력하면서, 상황은 달라지는 듯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임기 말인 2029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

  • 놀이기구로 날리는 더위 놀이기구로 날리는 더위

  •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 ‘무럭무럭 자라거라’ ‘무럭무럭 자라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