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명분이 있어야 하고, 현실성도 있어야 한다. 두 가지 가운데는 명분이 제1 조건이다. 명분이 떳떳해야 성공 가능성도 더 높고, 설사 실패해도 그것이 자산(資産)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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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학용 논설위원 |
그런데 요즘 그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선진당을 뛰쳐나온 그가 또다시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력한 무소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활로를 모색하는 궁여지책이다. 하지만 지금 신당은 명분도 현실성도 떨어진다.
이른바 '심당(沈黨)'은 전국정당이 아니라 아예 '지역당'을 표방하려 한다. 창당의 명분인 셈이고, 전국 정당을 목표로 삼는 자유선진당과 차별화할 수 있는 구호다. 문제는 심 의원이 '지역당'을 추진한다고 해도 믿어줄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심 의원이 자신의 총리직 수용에 반대한 선진당의 이회창 총재와 틀어져 탈당한 뒤 정치적 활로로 모색하는 창당이라고밖에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신당의 성공 가능성도 낮다. 신당은 명분과 현실성 어느 쪽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중도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심대평 신당'에 찬성하는 사람은 10.9%에 불과했다. '반대'(38.7%)가 훨씬 많았고, '관심 없다'는 응답도 41.1%나 됐다.
이런 상태에서 창당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신당을 정말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면 중단하는 게 낫다. 창당 비용을 최소화한다 해도 결코 적지 않을 자금을 조달하는 것부터 쉽지 않을 것이다.
선진당을 뛰쳐나올 때 예견된 것이었지만 심의원은 지금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는 심정일 것이다. 이를 타개할 뾰족한 수도 안 보인다. 그래도 어떻게든 사람을 모아 세(勢)를 규합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할 것이다. 어렵더라도 창당을 강행해보자는 생각일지 모른다.
심 의원의 처지는 이회창이란 남자와 '결혼'을 했다가 파경에 이른 아내 같다. 부인을 존중해주는 '신사'인줄 알았던 남편은 알고 보니 아내를 깔아뭉개는 '독재자'였고, 그런 남편에게 당하는 수모를 참기 어려워 끝내 이혼하고 나온 아내다. 물론 남편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남편은 아내의 '외도' 욕심 때문에 빚어진 파탄으로 여긴다. 이웃 사람들도 대개는 아내가 유력한 '외간 남자'의 벼슬 유혹에 넘어가면서 빚어진 일로만 아는 편이다.
아내는 자신을 이렇게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억울한 점이 많다. 총리직을 놓고 남편과 다툰 것은 숱한 갈등의 일부일 뿐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란다.
아내는 결별 후 남편 집에 남아 있는 자식 같고 동생 같은 다른 가족들과도 불화를 겪고 있다. 아내가 집을 나올 때는 '남편 문제'였지 다른 가족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가족들과도 사이가 멀어져 간다.
심 의원의 신당 창당은 재혼하여 또 다른 살림을 차리는 것과 같다. 선진당의 나머지 가족들과도 완전히 등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가 문제삼는 것은 이 총재의 독선이지 선진당 자체나 그 식구들 문제는 본래 아니었다. 그렇게 보면 신당을 만들어 새로 살림을 차리는 것은 명분이 부족하다. 심 의원은 지금은 또 다른 살림을 차리는 일보다는 선진당에 남아있는 다른 가족들과는 선택적으로 협조하고 도와주는 전략으로 미래를 기약해보는 것이 어떨까?
정치인도 죽어지낼 때가 있고, 떨어져서 세월만 낚아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심 의원은 우선 올해 지방선거에서 어떻게든 '존재감'을 보여줘야겠다는 조급함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자신을 따라 나온 가족이든 당에 남아 있는 가족이든 도와줄 사람을 도와주면서, 당 바깥에서 이 총재의 '독선'에 맞서 투쟁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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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용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