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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의화 편집팀장 |
하지만 요즘 들어 '미생지신(尾生之信)'이 정치권의 시사용어(?)로 떠오르는 것을 보며 약속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노()나라의 미생은 신의(信義)를 중요하게 여겨, 논어에도 등장하는 인물이다. 너무나 우직하게 신의를 지킨 나머지 이웃집 사람이 찾아와 간장을 빌려 달라고 하면 자신의 집에 간장이 떨어졌는데도 다른 집에 가서 간장을 빌려다 주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 미생이 여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게 된 고사가 미생지신(尾生之信)이다. 어느날 여자와 약속을 하고 만날 장소를 개울가 다리 교각 아래로 정했다. 미생은 여인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때 마침 많은 비가 내려 개울물이 삽시간에 불어나고 만다. 여인은 너무 많은 비가 내려 그곳에 나오지 않았지만, 미생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리 교각을 꼭 붙든 채로 있었고 결국 물에 빠져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이후 미생지신(尾生之信)은 미련하게 약속을 지키는 어리석은 인물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되었다.
미생지신, 교과서에서도 배운 적 없는 고사성어가 요즘 떠오르는건 세종시 때문이다. 수정을 이야기하는 쪽에서는 '미생지신'(尾生之信)을 일깨우며, 원안에 문제가 있는 만큼 당초 계획을 수정해서 '다른 성격의 도시'로 만들어가겠다고 한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가? 아니면 파기해버려도 되는 것인가? 각계에 계신 분들을 만나다보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찬반 의견을 물어보는 분들이 계시다. 언론에 종사하는 탓인지 남모를 뒷 이야기들을 좀 더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도 함께 배어있는 질문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수정안 문제는 나도 모르겠다'.
국내유수의 대기업과 대학들이 옮겨오고 연구소들이 몰려온다지만, 전문가가 아니기에 수정안의 무엇이 장점이고 단점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존하게 되지만 찬반여부에 따라 의견이 너무도 다르기에 그마저도 헛갈리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서 나름, 한 가지 기준을 정해보았으니 약속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의 문제를 떠나서, 세종시를 건설하려고 했던 당초의 초심을 기억해보자는 것이다.
현재 수도권의 면적은 국토의 11.8%에 불과하지만 인구는 대한민국 전체의 48%를 넘어섰다. 내년(2011년)이면 수도권 인구가 전체의 50%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세종시를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건설하려던 것은 중추 정책기능을 분산함으로써 극단적 과밀현상을 없애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정안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세종시가 국토균형발전의 장점보다는 행정 비효율의 단점이 너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정부 부처를 옮길 경우 매년 3조에서 5조 원, 20년간 100조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주장한다. 수정을 이야기하는 쪽에서는 진심을 믿어달라고 한다. 억울하다고도 한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결과에 앞서 과정이 있다. 세종시 건설을 위해 지난 수년 동안 150개의 각종 용역과 국제설계공모 6차례, 토론회 100여번의 기나긴 철차가 있었다.
물론 실타래같이 엮여있는 난맥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칼에 잘라버리는 결단력이 필요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 자른 실타래는 더 이상 쓰지 못한다. 매듭은 자르지 말고 풀어야 한다는 어느 노스님의 말씀을 기억해본다면 세종시라는 실타래 앞에서, 우리에게는 좀더 신중하게 호흡을 가다듬고 실타래를 함께 풀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한다. 세종시는 한 개의 도시를 건설하는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균형발전을 생각하는 백년대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경인년 호랑이의 해다.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보고, 소처럼 끈기 있게 나아가는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지혜를 기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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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