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올봄 새소리, 그 아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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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올봄 새소리, 그 아득함

  • 승인 2010-04-28 10:45
  • 신문게재 2010-04-29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아무데나 붙이는 반창고. '打(타)'의 속성이다. 때리다, 싸우다, 열다, 쌓다, 북 치다, 밥 짓다가 '打', 전화 걸다, 뜨개질하다, 택시 타다도 '打'. 낚시하다, 물 긷다, 코 골다, 기운 내다, 아르바이트하다에도 '打'. 打起黃鶯兒 莫敎枝上啼 啼時驚妾夢 不得到遼西(타기황행아 막교지상제 제시경첩몽 부득도요서).


당시(唐詩) '춘원(春怨)'의 '타기(打起)'는 '때려 일으키다', '돌을 던져 날리다.'

저놈의 꾀꼬리를 쫓아버려라. 가지 위에서 울지 못하게. 그 소리에 꿈 깨면 임 만나러 요서에 못 가니. 꿈에서라도 보고 지고. 그래, 당시만이겠는가. 뒤숭숭한 시국 탓인지 올봄엔 아직 [쪽박 바꿔주, 홀딱 자빠져] 우는 두견새를 못 보았다. 관능을 즐기는 객(客)의 귓전에 [홀딱 벗겨주]였을 그 소리.

이 소리의 정체는 뭘까. [팔딱 죠그죠그, 쪽박 바꽈 쥐고, 팔딱 자빠지고]. 조류도감의 묘사마저 이렇다. 성정과 흥에 따라 [호호 호호], [호로 호르륵], [호호 개?]. 휘파람새 소리를 호소로 듣건 교성으로 듣건 엿장수 마음. 귀 버리고 마음 버린다고 애써 귀 틀어막아도 그 사람 마음.

며칠 후면 5월. 5월이면 '홀딱벗고새'를 만난다. 본명은 검은등뻐꾸기. '라솔솔미' 음계로 [카카코코]거리는 이 철새 울음을 [홀딱벗고]나 [홀딱 자빠졌다], [홀딱 바꿔주]로 우긴다고 책하지 말 것. 수행 부족한 수행자에게 [빡빡깎고 밥만먹고]로, 신산한 사람살이에는 [카드꺾고 카드꺾고]로 들릴 것도 같다.

감정이입의 결과다. 파랑새와 백로처럼 색깔이 이름이 되고, 사는 곳 따라 바다오리, 솔잣새, 동박새, 바위종다리, 울음소리 따라 뜸부기와 뻐꾸기가 된다. 또 울음이되 [뻐꾹뻐꾹]은 새울음(Birdcall)이지만 종달새의 [쫑이쫑이]는 노랫소리(Bird song)이다. 딱따구릿과의 그것은 드러밍(Drumming)이고.

새울음이나 새노랫소리는 인간의 창작이 양념 쳐져야 비로소 완성된다. 모진 시어머니가 며느리 굶기려고 작은 솥에 밥 짓게 만든 전설이 없고서야 소쩍새가 '원금(怨禽)'일 수 있을까. 여자 셋이 [소쩍소쩍] 소쩍새 소리를 듣는다. 제1의 여자는 촉나라가 작다고 촉소(蜀小)로 들어 [촉작촉작], 제2의 여자는 솥이 작아 정소(鼎小)라며 [솥작솥작], 제3의 여자는 양소(陽小)라고 운다며[????] 남편의 부실함을 한탄했다는 둥.

듣는 귀는 각(各)가지다. 진종일 [죽어죽어]라 애간장 녹는 주걱새를 이수광은 호사조(呼死鳥), 유몽인은 사거조(死去鳥)라 부른 차이의 절묘함을 뒤로 하고…. 이제 '하얀(白·백) 날개(翎·령)' 백령의 새울음은 경계음이며 애도음. 심청전 인당수의 무대 백령도는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물떼새, 쇠가마우지 등 새들의 천국이다. 천안함 침몰 시점은 찌렁새가 울다 갔을 무렵이고, 곡조 가마우지는 [고옥고옥] 곡했겠다. 내 기억 속 노랑부리백로는 [과과], 검은머리물떼새는 [키키키키] 금속성이다.

듣고 싶은 소리. 술 거르는 주적성(酒滴聲), 미인의 옷 벗는 해군성(解裙聲)보다 버즈(벌의 날갯짓소리)와 트윗(새의 짹짹대는 소리)이 더 좋다. 비록 새벽닭 울면 잠 깨어 참새 소리에 하루를 열던 시절은 아니나, 어느 하루 운 좋게 참새 짹짹거림에 잠이 깨면 박재삼의 마음을 넌지시 훔친다.

“아, 저것들이 지저귀는 것이/ 울어울어 설움을 뱉는 것인지/ 기뻐서 마음 놓고 노래하는 것인지// 그것을 짚어 볼 도리가 없음이여.” 참으로 도리 없음이여. 봄 같지 않았거나 춘정을 못 느꼈거나 봄날은 가고 있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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