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지방선거에서 피로파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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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지방선거에서 피로파괴까지

  • 승인 2010-05-12 23:00
  • 신문게재 2010-05-13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풍차 공사를 끝낸 동물들이 자랑스러운 마음에 풍차 주위를 뛰어다니는 『동물농장』이 머릿속에서 뛰논다. 전에 '피로를 잊고'와 같은 묘사가 재미있어 밑줄 그었었다. 저들도 아드레날린 대신 엔돌핀이 솟았단 말인지. 동물도 식물도 피로하면 병이 들고, 구조물이나 기계도 반복되는 하중을 못 견디면 완전파괴에 이른다.


IMF 사태로 국민이 국제경제에 눈뜨고, 월드컵이 국민을 축구 심판으로 만들더니, 천안함 침몰의 값비싼 대가는 온 국민에게 '버블제트' 같은 물리학적 개념을 알게 했다. '피로파괴(fatigue failure, fatigue fracture)'도 그것인데, 이 말이 튀어나왔을 때 금속의 피로에 대해 쓴 에른스트 페터 피셔를 떠올렸다.

그러고도 애도 분위기에 갇혀 짹소리 못했었다. 금속도 피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피셔는 그의 독일어 선생님 일화로 그려낸다. '사람만 지닌 속성을 사물에 부여하지 않도록 조심하자'는 신조의 소유자인 선생님 입에서 나올 제안은 뻔하다.

“천안함 금속이 휴가라도 다녀왔다면 생생했을지 모르겠구먼.” “진즉에 함수와 함미 금속은 명예퇴직해야 했어.” 동일한 선생님 논리로는 꿀벌의 엉덩이춤 언어 역시 당치 않다. 꿀벌 히프로 원을 그리면 꿀이 75펨토미터 안에 있고 꼬리를 흔들면 이보다 밖에 있다거나 하는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동물학자 카를 폰 프리슈가 '찌질이' 되는 건 아주 잠깐이다.

말[語]에는 문법과 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그는 단언한다. 사람의 피로(tiredness)와 선박의 피로(fatigue)가 다를지라도 금속의 분자(分子)가 무엇을 안다는 것에 회의를 품는 그런 자세는 한 점 의혹 없는 실체적 진실 규명에 불리하다. 암초충돌설, 기름탱크설, 금속피로설 들을 가라앉히는 데도 해(害)가 된다.

논리보다 직관이 더 명징(明徵)일 경우가 있다. 그러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 했으면 경우의 수가 현저히 줄었어도 알레르기 반응을 띨 이유는 없겠다. 예컨대 미국 항공모함 미드웨이호가 50년 살았으니 “20살 천안함은 안 피곤하다”며 남을 무식쟁이로 만드는 행태 또한 교양머리 없기는 매일반이다.

이제 지방선거 국면에서 바라보자. 천안함 블랙홀은 세종시 수정, 4대강 막개발, 행정구역 개편 등 모든 이슈를 바닷속에 잡아 앉혔다. 유권자의 판단 기회는 원인 규명이 덜 된 천안함에 '희생'됐다. 안보 마케팅 논란, 정치적 호재와 악재만 있지 지방정치와 행정, 지방자치에 동기부여할, 생활의 샘에서 길은 의제는 안 보인다.

적어도 어제까진 그랬다. 근원 깊숙이 들여다보면 1991년 부활한 지방자치는 딱 연륜 만큼 피로감이 축적됐다. 탄성한도보다 작은 응력도 거듭되면 미세한 균열에서 파괴로 가는 것이 피로파괴의 정석이다. 뚜렷한 목표와 실현 과정이 있을 때 피로감의 강도가 70%로 줄어드는 예외만 빼고, 피로파괴는 지방자치에도 적용된다.

가장 가혹한 평가를 내려, 작금의 지방자치는 엔돌핀의 4000배인 디아돌핀, 그 기적의 호르몬이 아닌 이상은 피로감, 무기력증을 씻기 어려운 처지다. 과연 목적이 있었는지, 풍차 공사를 끝낸 동물들 수준의 목표라도 있었는지 냉엄하게 묻는다.

오늘과 내일(13, 14일) 후보자 등록을 기점으로 지방권력 쟁탈전이 본격화된다. 지방선거의 성격을 여당 피로감과 야당 피로감의 대립항으로 필자는 규정한다. “누가 덜 피로할까?” 유권자들은 지방자치 피로증후군을 안정감으로 바꿀 후보, 어쩌면 덜 피로한 후보를 찾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뜻이다. /최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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