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우난순 교열팀장 |
유행가는 엘리트주의적인 부르주아 예술과는 거리가 먼 서민을 위한 음악이다. 보통사람이 공감하는 삶의 희로애락을 보여주는 통속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유행가는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음악이다.
1980년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의 중심에 선 386세대는 어설프게 사회 참여적이거나 사회 비판적인 행동을 했다고 자위하는 '정치적 키치'다. 그들의 불안한 청춘의 열정은 어수선한 시국의 시름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서 위안받고자 했다.
연인을 남겨두고 입대를 해야하는 청년의 불안함을 노래한 '입영열차 안에서'나 세상의 중심에서 다시 홀로일 수밖에 없는 인식을 깨달아가는 '홀로된다는 것'에 공감하는 이유다. 1987년 6월 DJ 이종환씨가 심야 자신의 음악프로에서 노래가 맘에 든다며 연거푸 들려줬던 윤시내의 '몬테카를로의 추억'은 탁한 음색의 끈적끈적한 블루스풍의 노래다. 6월항쟁과 뗄 수 없는 노태우 전대통령의 애창곡 '베사메무초'만큼이나 퇴폐적이고 이국적이다.
유행가는 종종 문학작품에서 중요한 모티프로 등장하기도 한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에서 '목포의 눈물'은 등장인물 윤희중과 하인숙을 연결하는 매개체다. 모호한 안개의 도시 무진에서 윤희중에게 하인숙이 부른 '목포의 눈물'은 위협적이면서 매혹적인 그 무엇이었다. 노래는 소설에서 두 남녀의 욕망의 접점에 서게 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독자에겐 '목포의 눈물'이 유행가 그 이상의 매혹으로 다가온다.
휴가철에 듣게 되는 유행가가 올 여름에도 어김없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모 음악프로에서 휴가철 가장 듣고 싶은 음악으로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가 뽑혔다. 몇 년전 이맘때 뿌연 안개로 뒤덮인 목포 유달산을 오른 적이 있다. 산아래 어느집 뜰에서 풍겨오는 치자꽃의 진한 향과 유달산에 울려퍼지는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의 강렬한 기억이 여름만 되면 몸을 들썩이게 한다. 대전발 영시 오십분 목포행 완행열차에 몸을 싣는 길위의 인생이 또 시작되는 것이다. /우난순 교열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우난순 교열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