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곡선]디자인

  • 오피니언
  • 청풍명월

[직선곡선]디자인

  • 승인 2010-08-16 14:55
  • 신문게재 2010-08-17 21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악마' 미랜더는 “(옷들이) 다 똑같아 보인다”는 여주인공 앤디의 스노비즘을 날카롭게 끄집어내어 쏘아붙인다.

▲ 고미선 편집팀 차장
▲ 고미선 편집팀 차장
“너는 그냥 옷장에서 아무 옷이나 골라 입는다는 게 그 미련하게 보이는 파란색 스웨터였겠지. 하지만 그 파란색은 그냥 파란색이 아니야. 그건 파란색 중에서도 정확히는 세룰리언(Ceruliean)색이지.

2002년에 오스카 데 라 렌타가 이브닝 가운을 발표했고, 다음에 입생로랑이 군용 재킷을 선보였지. 그러자 세룰리언색은 급속하게 퍼져나가 다른 컬렉션에서도 등장하기 시작했고, 그 후 백화점을 거쳐서 네가 옷을 사는 그 끔찍한 캐주얼 코너로 넘어가게 된 거지. 네가 그저 걸쳐 입고 있는 그 파란색은 셀 수 없이 많은 일자리와 수백만 달러의 재화를 창출했어.”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저 유명한 대사는 패션은 단지 허영심의 발로가 아니라 정치와 경제, 사회의 산물임을 조목조목 짚어내고 있다.

디자인이란 것이 그저 명품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최초의 우아함, 최초의 빛깔, 최초의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이 일반인들에게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말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걸치고 있는 옷과 신발을 들여다 보자. 비록 카피되고, 또 카피된 채 할인매장에서 널려있는 싸구려 옷 일지라도 모든 것에는 최초의 창조자, 디자이너의 아이디어가 스며들어 있다. 청바지와 미니스커트, 그리고 티셔츠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패션 아이콘은 모두 창조의 역사적 산물인 것이다.

지난 12일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세상을 떠났다.

1935년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패션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조차 없던 한국 패션계의 기틀을 다져 놓은 앙드레 김. 아니 김봉남. 평생 화려한 런웨이에서 산 고인이지만 마지막 가는 길은 조용했고 소박했다. 생전에 그토록 좋아하던 흰색 영구차를 타고, 그가 사랑했던 수많은 스타들의 배웅을 받으며 결국 '순백의 별'이 되었다.

'앙드레김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 디자이너다'라고 말한다면 다른 여러 패션디자이너들이 반발할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작품성 보다는 쇼에 뛰어난 디자이너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유의 제스처와 억양은 때론 코미디의 소재로 활용되기도 했고 1999년 옷 로비 사건으로 법정에 서기도 했지만 어쨌든 앙드레 김은 국제적으로도 잘 알려진 유명 디자이너이고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디자이너임엔 분명하다.

한국적인 미와 예술을 사랑했던 그의 패션에 대한 순수함이 국내 패션업계에 길이 남길 바란다. 또한 앙드레 김이 평소 강조하던 '엘레강스'하고 '판타스틱'한 그의 패션 브랜드의 가치가 사라지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미선·편집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설동호 체제 마무리…오석진號 대전교육, 무엇이 달라질까
  2. 잇단 비위 문제터진 대전경찰… 수사권 재편 과정 하락한 신뢰도 문제
  3. [한화에어로 참사] “사람은 안 늘고 일만 늘었다”…원가 절감 기조 도마 위
  4. 한화에어로 참사 일주일 만에 아워홈 용인공장서도 끼임 사고
  5. 민선 4대 세종시의회 10일 개회… 유종의 미 거둔다
  1. 대전국토청 ‘2026년 상반기 충청권 교통안전협의체’ 개최
  2. '반국가단체' 몰렸던 청람회… 대전지검, 45년 만에 무혐의 처분
  3.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4. 국방과 우주과학 기술과 전문가 대전서 총집합
  5.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현판식 및 전체회의

헤드라인 뉴스


삼전·하닉 충청권 투자 저울질…민선 9기 선제대응 시급

삼전·하닉 충청권 투자 저울질…민선 9기 선제대응 시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충청권 투자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지역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민선 9기 시도지사 당선인들의 선제 대응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반도체 투톱으로 글로벌 메모리 대표 기업의 투자를 유치할 경우 충청권이 한국 경제 견인을 위한 신성장 엔진으로 우뚝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기업 투자 유치 여부는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사실상 제동이 걸린 가운데 지역 미래 발전을 위한 중대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전력투구가 요구된다. 10일 정치권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와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도..

세종 첫 `Ready korea` 훈련…"열차 탈선에 항공유 폭발"
세종 첫 'Ready korea' 훈련…"열차 탈선에 항공유 폭발"

세종지역에서 처음으로 범정부 합동 복합재난 훈련 '레디 코리아'(Ready korea)가 실시됐다. 집중호우로 인한 열차 탈선과 이에 따른 폭발·누출 사고를 전제로 훈련이 진행됐는데, 대형·복합재난에 대한 지역 내 첫 범정부 대응체계 점검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훈련에는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기관과 세종시, 세종소방본부, 세종경찰청, 세종충남대병원, 한국철도공사, 한국전력공사, 대한적십자사, 32사단 등 25개 관계기관이 참여했다. 레디 코리아 훈련은 2023년 경기 성남 율현터널 고속철..

`대통령 세종 집무실` 당선작, 44일째 깜깜이… 재공모하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당선작, 44일째 깜깜이… 재공모하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건립이 2029년 8월 이후로 지연될 흐름에 놓이고 있다. 대통령실과 행복도시건설청간 조율 절차가 원활치 않으면서, 세종시와 지역 정치권의 능동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집무실 건립안은 문재인·윤석열 전 정부를 거치며 2027년 하반기 완공 목표로 제시됐으나, 정치적 격랑 아래 2030년 이후로 미뤄지는 수순을 밟아왔다. 새 정부 들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통해 다시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뜻을 피력하면서, 상황은 달라지는 듯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임기 말인 2029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

  • 놀이기구로 날리는 더위 놀이기구로 날리는 더위

  •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 ‘무럭무럭 자라거라’ ‘무럭무럭 자라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