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진]우리 정치는 아직도 C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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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진]우리 정치는 아직도 C급인가

[시론]안영진 중도일보 前 주필

  • 승인 2010-09-01 14:47
  • 신문게재 2010-09-02 21면
  • 안영진 중도일보 前 주필안영진 중도일보 前 주필
올 여름은 유독 국지성 호우가 잦아 산사태와 농경지 매몰, 인명피해를 가져왔다. 그 바람에 4대강 사업에 대한 논쟁은 아직도 가열하다. 정부의 사업 강행에 '결사항전'을 외치며 맞서 온 야권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승리, 야당은 '즉각 공사중단'을 외치더니 보궐선거에서 대패하자 얼마간 기가 꺾인 듯 하다. 전남지사는 일찍이 영산강 사업을 찬성한 바 있고 새로 선출된 야당 단체장들도 부분수용을 표명하고 나섰다. 그러니 이 사업은 여·야의 파워게임으로 탈바꿈, 감정싸움으로 비화한 게 사실이다. 이에 필자는 남들의 환경치수 개념은 어떠한가를 생각해본다.

▲ 안영진 중도일보 前 주필
▲ 안영진 중도일보 前 주필
1970년대 이야기다. 필자는 '일본 속의 백제문화'와 '일본자위대는 군(軍)인가? 아니면 사조직인가?'를 취재한 일이 있다. 그 바람에 후지산의 육상자위대와 규슈의 최신형 전차사단 그리고 대마도의 해상자위대(소련 잠수함 감시초소)를 살펴보았다. 일본 TV기자를 앞세워 취재가 가능했다. 이후 국회방위위원장 나카무라와 단독회견도 가진 바 있다.

그 무렵 도쿄에선 도(都)지사 선거가 한창이었는데 우리처럼 욕설이 아니라 '유머'가 쏟아져 나왔다. 진보파의 거성 미노베는 중임을 노렸고 소설 태양의 계절로 유명한 이시하라 신타로가 맞붙었다. 환경청장관 출신 이시하라가 “도쿄를 미도리(그린)의 도시로 가꾸겠다”고 외치자 미노베는 기다렸다는 듯 능란한 화술로 받아넘겼다. “시민 여러분! 저 하늘을 보십시오. 옛날엔 해님 얼굴보기가 어려웠지만 이젠 창공에 종달새가 날고 있지 않습니까? 또, 도쿄의 젖줄 스미다 강엔 물고기가 은빛 비늘을 번쩍이며 노닐고 있습니다. 시꺼멓게 썩어 있던 강물을 내가 맑은 물로 바꿔놓았습니다”라고. 이런 식의 유세를 놓고 일본 매스컴에선 '종달새 논쟁' 또는 '미도리찬가'라는 표제를 달고 있었다.

이시하라는 이 선거에서 낙선했으나 절치부심 재기, 오늘날 도쿄지사를 맡고 있다. 그는 미키(三木)정권 3역(役)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때 필자가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구다비레데…(지쳐서)”라며 다음에 만나자고 했다. 이시하라는 원래 우리와는 우호적인 인물이 아니다. 일본 극우파의 수장이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세평은 '총리 감은 아니고 도쿄지사로 족한 인물'이라 했다. 직선적인데다 편협한 성품의 소유자라 했다. 그럼 미노베는 누구인가? 그는 일제 때 도쿄제대(帝大) 교수로 중추 참의원 의장을 지낸 미노베(達吉)의 손자다. 조부는 천황기관설(天皇機關說)을 주장, 황실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인물이기도 했다. 각설하고, 필자는 이들의 인물 됨됨이보다 그들의 논쟁형태를 눈여겨 보았다.

우리의 4대강 사업에선 악성루머, 원색적 욕설 등으로 일관해왔다. '단군 이래 초유의 대역사'라는 여당을 향해 야당은 '망국적 발상'이라는 식으로 몰아붙였다. 그래서 '결사반대', '한탕주의 수법', '약자를 외면한 전시사업'이라고 비난을 했다. 그러니 여·야는 파트너가 아니라 '제1의 적'으로 표현하며 으르렁댄다. 그래서 한국의 경제, 스포츠, 예술은 A급인 반면 정치는 C급이라는 자조섞인 말들을 예사로 뱉어낸다. 정치인의 언어 수사(修辭)가 그 모양이다 보니 매스컴의 표현 또한 원색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도쿄도지사 선거 때 '종달새 논쟁'이라 일본 신문들은 표현하고 있었다. 정서적인 유연한 간접화법의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선진국에선 그래서 선거를 축제라 이른다던가. 환경(자연)을 바라보는 시민의 눈높이도 생각해볼 시점이다. 그래서 시인 이시카와(石川啄木)의 이야기가 머리를 스쳐간다. 그를 사사하겠다며 찾아다니던 한 문학 청년이 정원 나무에 앉아 있는 꾀꼬리를 향해 돌팔매질하는 걸 본 노 시인이 버럭 화를 내며 그를 쫓아냈다. “풍경하나 아낄 줄 모르는 자가 무슨 시를 쓰겠다는 거냐”며 절연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조화와 중용, 협상 등엔 익숙지 못한 한국의 정치판. '○X' 식 이분법과 내 패 아니면 이단이라는 식으로 경직돼있는 우리 사회. 여·야 관계는 합의집행(合意執行)을 전제로 한 구성체요,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정치가 '미리 계산된 사기술(術)'이라거나 상대를 '제1의 적'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그러니 '일방통행' 또는 '발목잡기'라는 낱말이 언제쯤 사라질 것인가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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