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공무원 임용제도에 대한 단상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광기]공무원 임용제도에 대한 단상

[금요논단]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학

  • 승인 2010-09-09 15:14
  • 신문게재 2010-09-10 20면
  • 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학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학
“정치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면서 흔히 받는 질문이다. “졸업 후 공무원이 되려고 합니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답변이 또한 이 말이다. 요즘 대학에서는 전공을 불문하고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대학에서도 공무원 준비를 위한 특별반을 만들어 지원하는 등 대학이 마치 공무원 양성을 위한 기관으로 변화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이런 말을 들으면 이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정말 막막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 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학
▲ 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학
분명한 것은 대학이 담당해야할 본연의 임무가 학문을 발전시키고 학문의 후속세대를 육성하는 동시에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대학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공무원이 되어 사회에 봉사하게 하는 것도 사회에서 필요한 전문가 양성의 한 범위에 포함된다. 그러나 대학이 공무원만을 양성하기 위한 준비기관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바로 대학의 임무 중 하나다. 그리고 공무원을 비롯한 사회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이들 전문가를 가려내고 선발하는 과정과 절차다. 선발과정과 절차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하고 또 다양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공무원을 비롯한 전문가를 선발하는 과정과 절차가 과연 마련되어 있는가하는 것이다. 일정의 시험을 보고 면접을 통해 대상자를 선발하는 것은 아마도 가장 손쉬운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전문지식을 묻는 필기시험을 보고 한 두번의 면접과정을 통해 선발하는 방식이 과연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적격자를 뽑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는 아마도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다만 그 이외의 방법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정치가가 되는 길이 어떤 것인지 묻는다면 아마 누구도 명확하게 답변하기 어렵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정치가들은 고시를 통해 일정기간 공직이나 법조인으로 활동한 후 선거를 통해 정치가로 입문하거나 기존 정치인의 보좌진으로 활동하다가 정치에 들어오는 경우, 그리고 일정한 재력을 기초로 선거를 통해 정치가가 되는 등 딱히 정해진 방법이 없고 다양하다. 그러니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고해서 정치가가 된다는 보장도 없고 또 유리하지도 않다. 정치학을 공부하기 보다는 차라리 공무원을 선발하는 고시를 통해 후에 정치에 입문하는 것이 더 확실할 수도 있다.

국민을 위해 일하고 국가에 봉사하는 공무원을 선발하는 고시도 그렇다. 정상적인 대학 공부보다는 사회와는 거리를 둔 고시원에서 고시만을 준비하면서도 극소수의 지원자만 합격하기 때문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등 각종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1차 시험을 전공이 아닌 PSAT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것 역시 그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또 다른 문제점을 양산하고 말았다. 다양하고 폭넓은 지식과 경험, 논리와 공직에 필요한 자료의 해석능력 등을 측정하는 PSAT 역시 논리학 등 특정 학문분야의 편중 현상으로 인해 오히려 시험과목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으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이 제도 역시 다양하고 전문화되는 사회의 수요와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

그러나 현행의 제도가 아무리 문제점을 많이 내포하고, 국가와 국민이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에 무리가 있고 전문성의 확보에는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공정성과 객관성이라는 측면은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요즘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특혜'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특혜'는 그 대상자의 전문성이 아무리 확보된다고 하더라도 민주사회의 가장 중요한 근간이 되고 있는 '기회의 평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요한 문제다. '특별'한 것은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그 '특별'이 '특혜'로 인하여 '특별'해 진다고 하면 바로 평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차제에 이런 '특혜'는 적어도 공직사회에서는 반드시 사라져야 하고, 보다 명확하고 투명한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설동호 체제 마무리…오석진號 대전교육, 무엇이 달라질까
  2. 잇단 비위 문제터진 대전경찰… 수사권 재편 과정 하락한 신뢰도 문제
  3. [한화에어로 참사] “사람은 안 늘고 일만 늘었다”…원가 절감 기조 도마 위
  4. 한화에어로 참사 일주일 만에 아워홈 용인공장서도 끼임 사고
  5. 민선 4대 세종시의회 10일 개회… 유종의 미 거둔다
  1. 대전국토청 ‘2026년 상반기 충청권 교통안전협의체’ 개최
  2. '반국가단체' 몰렸던 청람회… 대전지검, 45년 만에 무혐의 처분
  3.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4. 국방과 우주과학 기술과 전문가 대전서 총집합
  5.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현판식 및 전체회의

헤드라인 뉴스


삼전·하닉 충청권 투자 저울질…민선 9기 선제대응 시급

삼전·하닉 충청권 투자 저울질…민선 9기 선제대응 시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충청권 투자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지역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민선 9기 시도지사 당선인들의 선제 대응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반도체 투톱으로 글로벌 메모리 대표 기업의 투자를 유치할 경우 충청권이 한국 경제 견인을 위한 신성장 엔진으로 우뚝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기업 투자 유치 여부는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사실상 제동이 걸린 가운데 지역 미래 발전을 위한 중대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전력투구가 요구된다. 10일 정치권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와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도..

세종 첫 `Ready korea` 훈련…"열차 탈선에 항공유 폭발"
세종 첫 'Ready korea' 훈련…"열차 탈선에 항공유 폭발"

세종지역에서 처음으로 범정부 합동 복합재난 훈련 '레디 코리아'(Ready korea)가 실시됐다. 집중호우로 인한 열차 탈선과 이에 따른 폭발·누출 사고를 전제로 훈련이 진행됐는데, 대형·복합재난에 대한 지역 내 첫 범정부 대응체계 점검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훈련에는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기관과 세종시, 세종소방본부, 세종경찰청, 세종충남대병원, 한국철도공사, 한국전력공사, 대한적십자사, 32사단 등 25개 관계기관이 참여했다. 레디 코리아 훈련은 2023년 경기 성남 율현터널 고속철..

`대통령 세종 집무실` 당선작, 44일째 깜깜이… 재공모하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당선작, 44일째 깜깜이… 재공모하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건립이 2029년 8월 이후로 지연될 흐름에 놓이고 있다. 대통령실과 행복도시건설청간 조율 절차가 원활치 않으면서, 세종시와 지역 정치권의 능동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집무실 건립안은 문재인·윤석열 전 정부를 거치며 2027년 하반기 완공 목표로 제시됐으나, 정치적 격랑 아래 2030년 이후로 미뤄지는 수순을 밟아왔다. 새 정부 들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통해 다시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뜻을 피력하면서, 상황은 달라지는 듯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임기 말인 2029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 북중미 월드컵 개막 D-2…‘어디서 응원하지?’

  • 놀이기구로 날리는 더위 놀이기구로 날리는 더위

  •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혹서기 이동노동자 생수 나눔 캠페인

  • ‘무럭무럭 자라거라’ ‘무럭무럭 자라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