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주민들이 발의를 통해 도정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의욕을 보인 점을 높이 평가한다. 물론 벼 농가 경영안정 자금 지원 조례안은 충남의 독자적인 것이 아니라 경남 등 여러 지역도 같은 내용을 도의회에 청구했다. 그러나 1만7600여 명이나 되는 주민이 공동체의 고민에 동참한 것은 결코 가벼이 볼 게 아니다. 지방자치는 지역의 생활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일정한 '정치영역'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번 주민발의안 통과로 쌀값 폭락으로 인한 농민의 고통을 충남도민이 나눔으로써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게 됐다.
주민이 직접 조례를 청구하는 주민발의제는 지방자치의 핵심인 주민 참여를 보장하면서 지방의회 권력 독점을 견제한다는 점에서 주민소환제와 더불어 풀뿌리 민주주의의 표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의회가 주민의 대표기관이긴 하지만, 주민의 가려운 곳을 세세히 살피기에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종종 역부족일 수 있다. 부족한 부분을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방안을 세워 메운다면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대는 더욱 튼실해질 것이다.
주민발의가 거창한 사안일 필요는 없다. 보통 사람들의 삶에는 법으로 규정할 수 없는 작은 문제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하며, 동네 주차질서는 어떻게 세우고, 겨울철 눈은 어떻게 치울 것인지와 같은. 민생과 직결돼 있지만, 나라의 법률로 정하기 곤란한 문제는 지역 사정에 따라 지역의 법을 만들어 해결하는 게 최선이다. 생활과 밀착된 지점에서 주민발의는 빛을 발한다.
주민발의가 활성화돼야 하겠지만 일부 주민의 불편을 앞세워 사회 풍속에 반하는 발의는 당연히 자제돼야 한다. 치밀하지 못하면 도정 참여가 단순한 동원으로 전락할 수 있고, 조례제정 발의가 자치단체의 정당한 행정행위에 대해 발목을 잡는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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