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구제역 양성판정을 받은 이 마을 돼지농장 출입로는 돼지를 묻으려는 작업차량과 이들의 출입을 막아선 주민들이 한데 섞여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대전시와 동구청, 보건환경연구원 등 방역당국은 이날 오전 9시 50분께 이곳 농장의 돼지가 구제역 양성으로 확인되자 농장에서 10m 떨어진 곳에 돼지 2100마리를 묻을 매몰지를 확보해 놓고 굴착기와 덤프트럭 등의 중장비를 동원해 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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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에서 그 동안 한번도 발생한 적이 없었던 구제역이 동구 하소동의 한 돼지농가에서 발생해 15일 방역 관계자들이 중장비를 이용해 매몰작업에 들어갔으나 인근 주민들의 반발을 설득하는 시간과 얼어붙은 지반으로 터를 만드는 작업이 늦어져 한밤중 까지 살처분을 위한 준비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이민희 기자 photo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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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돼지를 매몰하기 전에 지하수 오염방지 대책을 세워주고 상수도 시설을 약속해 줄 것을 요구했다.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 주변 51가구가 현재까지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해 왔고 최근에는 물에서 냄새가 나는 등 지하수 오염을 경험한 터라 주민들은 신경이 더욱 날카로웠다.
한 주민은 “돼지를 묻는 데는 하루면 충분하겠지만, 그에 따른 주민들의 식수불안은 몇십 년 이어질 것”이라며 “상수도 설치를 먼저 약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역당국도 주민들에게 살처분 규정을 준수해 웅덩이 속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만큼 침출수가 유출될 우려가 없다는 점을 설명했지만, 주민들의 지하수 오염 공포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결국, 구제역 양성판정을 확인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지하수 세대에 상수도시설 지원을 약속하면서 매몰작업은 가까스로 시작됐다.
하소2동 김복철(55) 통장은 “최근에 지하수 오염을 경험했는데 돼지 2100마리를 땅속에 묻겠다고 하니 주민들은 크게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상수도 시설을 곧바로 해 주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특히, 방역당국이 돼지 2100마리를 묻기로 한 매몰지는 대전천의 최상류인 지방하천과 3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침출수 오염의 우려는 남아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깊이 7m의 구덩이를 파고 내부에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생석회도 충분히 뿌려 침출수 유출같은 오염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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