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표의 말이 뼈 있는 한마디인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구구한 해석은 필요하지 않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 행보 본격화나 입지 강화로만 시각은 다분히 확대해석의 소지가 있다. 완곡어법이긴 했지만 대통령의 결정 권한보다는 책임론 쪽에 무게가 실린 발언이었다.
외형적으로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모양새를 띨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인지 아닌지, 박 전 대표가 나설 일인지 여부가 본질은 아니다. 과학벨트 발언은 충청권에 실보다 득이 되는 발언임을 부인하지 못하지만, 발언의 진의와 관계없이 과학벨트는 충청권으로 오면 되는 것이다.
정치인의 말인 만큼 충청권 여론의 지지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속내를 드러낸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정치적 해석은 과학벨트를 더욱 '정치적'으로 만드는 악순환을 부르게 마련이다. 실제로 공약 이행은 대통령의 몫이다. 박 전 대표 발언 논란을 갈등 구조에 대입시켜 부풀리다 보면 사안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우리가 경계하는 것은 이런 부분이다.
정치적 잣대로만 재도 안 되지만 법적 절차를 거쳐 입지를 새로 선정한다는 역시 모순이다. 충청권 입장에서 볼 때, 과학벨트 위원회를 구성해 결정하는 자체부터 충청권 공약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누가 말하기 전에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 약속을 지키고, 이를 어길 경우 책임을 져야 함은 당연하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입장을 내놓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박 전 대표의 언급이 없었어도 과학벨트는 국민 앞에 대통령이 약속한 사안이다. 이 같은 발언 이전이나 이후나 변함없는 사실은 과학벨트는 불변의 충청권 대선 공약이라는 점이다. 과학벨트 입지 선정을 둘러싼 지루한 정치 공방을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과학벨트를 대전·충청권에 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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