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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가 조금씩 내리는 수준이었지만,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의 차림새는 '방사능 비'의 불안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고, 알록달록한 우의에 장화까지 '중무장'한 아이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등교하는 아이들의 대화 속에 "방사능 비를 맞으면 머리가 빠지고 아파진대"라는 말이 귀에 확 들어왔다.
조잘대던 최동희(초등2) 양은 "TV에서 들은 말인데 너무 무서웠다"며 마스크를 다시 추어올렸다.
옆에 있던 이희정(초등2) 양 역시 "엄마가 방사능 비를 맞으면 몸에 안 좋다고 마스크를 꼭 쓰고 있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오늘만큼은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 아이와 함께 등교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교문 앞에는 아이들을 내려주는 학부모들의 차량이 길게 줄지어서 혼잡을 빚기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를 차에서 내려주던 이 모(37) 씨는 "평소에는 등하교 때 안 데려다 주는 편인데 오늘은 비를 맞으면 안 좋을 거 같아 데려다주는 길"이라며 "극미량이라고는 하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아이가 등교하기 너무 싫어해서 학교에 같이 왔다"며 "아이가 며칠 동안 TV를 보더니 어른들보다 더 방사능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제주도 등 일부 지역에 실제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비가 내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않은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노컷뉴스/중도일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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