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하면 넘어오소, 짭조름한 행복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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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면 넘어오소, 짭조름한 행복의 섬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국내 최대 단일염전인 태평염전과 소금박물관 갯벌 속 게와 짱뚱어 구경하며 짱뚱어 다리 건너면 동남아 해변에 온 듯

  • 승인 2016-06-23 13:53
  • 신문게재 2016-06-24 9면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주말여행] 섬들의 고향, 신안 증도

▲ 수다를 떨며 짱뚱어다리를 건너던 아주머니 세 분.
▲ 수다를 떨며 짱뚱어다리를 건너던 아주머니 세 분.
“소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모든 음식의 맛을 내준단다. 항상 남들이 못 보는 것들을 이야기하렴.”

영화 '터치오브 스파이스'에서 향신료 가게를 운영하는 할아버지는 인생을 요리와 양념에 빗대 주인공에게 이야기해 주곤 했다. 짠내나는 일상을 보내는 도시인들에게 여행은 살짝 넣은 소금처럼 인생에 다른 맛을 내주는 특별한 양념이 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012년에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관광지 100선' 2위에 선정된 '섬들의 고향' 신안 증도는 도시에서 누릴 수 없던 풍경과 여유로 행복을 맛보게 해 준다.

▲ 염생식물원
▲ 염생식물원
전라남도 끝자락에 위치한 증도가 거리에 비해 가깝게 느껴진다면 '슬로시티'라는 수식어 때문일 테다. 증도는 2007년 갯벌 생태와 염전으로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됐고, 빠르게만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천천히 걷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힐링 도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해마다 7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증도를 찾는다.

본래 증도는 한자로 시루 증(甑)자를 쓰는 섬이었다. 밑 빠진 시루처럼 물이 새어 나가 물이 부족하다는 뜻이었다. 앞시루섬, 뒷시루섬과 우전도라는 3개의 섬이 있었지만 간척으로 합쳐지면서 오늘날에는 섬이 더해져 늘어났다는 뜻으로 늘어날 증(曾)자를 쓰는 증도가 됐다.

증도에 가려면 다리를 4개 건넌다. 다리가 없던 시절에는 목포에 가려면 3시간 가량 배를 타고 가야했지만 이제는 무안에서 지도읍, 송도, 사옥도 다리와 2010년 완공된 증도대교를 건너면 증도다. 대교를 건너자마자 금연섬이라는 표시와 집게발로 담배를 자르는 게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 태평염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염전
▲ 태평염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염전
증도를 지도로 살펴보면 구불구불한 해안선 가운데 직선으로 된 넓은 밭 같은 모양이 눈에 들어온다. 이 곳이 140만평 규모, 국내 최대 단일염전인 태평염전이다. 염전 입구 왼편에 자리한 소금박물관은 염전 설립 초기에 돌로 지어진 소금창고를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현재 한국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석조창고로 근대문화유산 제361호로 등록되어 있다. 입구에는 맘모스 모양으로 구멍을 낸 조형물이 하늘과 염전을 몸에 품고 세워져 있는데, 한 쪽에 세계지도가 그려져있고 소금을 찾아 맘모스가 이동했던 길이 표시돼 있다. 역사상 가장 거대했던 소금사냥꾼을 사냥하기 위해 인간도 이동했던 이 길을 맘모스 스텝 또는 소금길이라 부른다.

소금 다큐멘터리 감상부터 시작하는 박물관 관람은 바닷속을 걷는 것처럼 푸른 '생명의 시작' 전시실로 이어진다. 모든 생물의 생명이 시작된 바다를 기억하는 공간이다. 여길 지나 소금의 역사와 문화, 과학과 어원을 살피는 공간은 투명한 유리바닥으로 만들어져있는데 그 아래는 소금으로 만든 짱뚱어, 게 등 바다 생물들이 가득하다. 바다에서 태어나 자라고, 소금이 되는 과정이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느껴진다.

염전 오른편 염생식물원에서는 함초, 해홍나물 등 자연갯벌에서 자생하는 염생식물 군락지를 관찰할 수 있다. 군데군데 물길이 곡선으로 흐르는 모습은 마치 작은 순천만 같기도 하다. 전망대에 올라보면 미니어처처럼 보이는 염전 건물들과 소금밭 옆에 대조적으로 자연스럽다.

소금밭체험은 오전 11시와 오후 3시, 하루 두 번 이뤄진다. 내리쬐는 태양아래 등 위로 소금꽃을 피워가며 소금을 만드는 염부들의 노동을 체험해보는 것도 좋은 기회다. 체험하느라 난 땀은 천일염 1kg과 소금가게에서 파는 소금토핑아이스크림으로 식힐 수 있다. 소금토핑 아이스크림은 코코아, 포도 등 소금이 섞인 가루를 아이스크림 위에 뿌려주는데 골고루 잘 섞어야 맛있다.

▲ 소금박물관과 맘모스
▲ 소금박물관과 맘모스
염전 옆에는 함초식당과 소금향카페, 인공소금 동굴인 힐링센터가 있다. 바닷가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의자에는 저마다 재치있는 문구가 써있다. '딸 낳는 의자' '부자되는 의자' '이 비도 곧 지나갈거야' … 바다만큼 넓은 꿈과 위로가 실린 의자들이다.

증도에서 염전만큼 유명한 명소는 짱뚱어다리다. 짱뚱어를 본따 가운데를 아치형으로 만든 470m 목교는 물이 들면 바다를 건너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물이 빠진 시각에는 짱뚱어와 농게, 칠게 등 바닷것들의 일상을 구경할 수 있다. 가만히 서있는가 싶다가 갑자기 자기들끼리 엉켜 앞다리를 흔들고, 제 집인 줄 알고 구멍으로 들어가더니 금세 쫓겨나오는 게들의 모습은 50~60대로 보이는 아저씨들도 한참 멈춰 바라볼 만큼 재미있다. 일몰 때면 해를 걸치고 붉게 물드는 다리와 갯벌도 매혹적이다.

아주머니 세분을 따라 짱뚱어다리를 건너니 동남아의 해변에 온 것 같은 파라솔이 줄을 서 있다. 우전해수욕장 북쪽 끝이다. 먼저 다리를 건넜던 아주머니들이 파라솔 아래서 담소를 나누시길래 여기가 우전해수욕장이 맞는지 여쭤보았다. 아주머니 한 분이 그려요, 짧게 대답하시고는 오늘이 날짜 아니여? 하며 자기들끼리 무언가 상의하더니 일어나서 물 쪽으로 걸어가신다. 해변을 조금 더 걸었을 때 스쳐지나간 할아버지도 가는 방향에는 김 양식장이 펼쳐져 있었다.

▲ 눈부실만큼 밝은 우전해수욕장의 모래사장.
▲ 눈부실만큼 밝은 우전해수욕장의 모래사장.
우전 해수욕장의 모래와 옅은 하늘빛은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만큼 밝았다. 하지만 선글라스를 끼고 보기엔 아쉬울만큼 고운 색이다. 파도가 몰아친 부분은 모래가 단단히 다져졌다가 깎여나가 작은 협곡처럼 보이기도 했다. 뒤편으로는 한반도해송숲길이 엘도라도리조트까지 이어져있다. 자전거로 숲길을 달려오는 사람도, 텐트를 치고 누워 소나무 숲을 즐기는 사람들. 여름이 짙어지면 물때 맞춰 나온 짱뚱어들처럼 도시에 지친 사람들이 해변을 거닐고 짱뚱어다리를 넘을 것이다. 애초에 금연섬이지만, 담배 생각도 나지 않을만큼 평화롭다.

▲가는길=자가용으로 대전에서 호남, 무안 고속도로나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면 3시간 반 정도 걸린다. 대중교통은 광주종합터미널 유스퀘어에서 짱뚱어다리를 거쳐 우전리까지 가는 직행버스가 하루 3번 운행된다.

▲먹거리=짱뚱어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으로 인기있는 보양식이다. 짱뚱어탕, 병어찜 등을 메뉴로 하는 음식점과 백합탕이나 생선구이 등 한식당이 많이 있다.

글·사진=박새롬 기자

○제1회 우전 짱뚱어축제, 내달 24일부터 사흘간 개최

7월 24~26일 우전해변에서 제1회 신안증도 우전 짱뚱어축제가 열린다.
이번 축제는 증도면 주민들이 축제 예산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추진해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해변에서 짱뚱어 요리를 즐길 수 있음은 물론, 짱뚱어잡이, 새발낙지잡이 체험과 캠프파이어, 갯벌 씨름대회, 갯벌보물찾기, 갯벌기마전, 최고의 갯벌미인을 찾아라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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